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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06.11) 우연히 길을 지나다 장례를 치르고 있는 집을 봤다. 수많은 화환이 길가에 세워있고 사람들도 많았다. 특이하면 일단 찍고 궁금하면 묻고 그리고 중국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 성미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차에서 내려, 약간 저물기 시작하는 저녁노을에 기대어 조심스레 다가갔다. 아무래도 장례라는 것은 사람의 죽음과 관련됐으니 무례를 범하면 안될 일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혼자이니 침착해야 할 일이다. 길 건너편에서 사진 두어장 찍고, 살짝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왼팔에 검은 리본을 한 상주인 듯한 사람이 쳐다본다. 옆에 선 부인인 듯한 사람에게 뭐라 소근거리는 듯 했다. 예의에 어긋나면 안될 터, 차분히 지켜봤다.

차를 타고 가다가 화사한 화환이 보여 급하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었다. 그리고 금방 짱리(葬礼)임을 느꼈다. 사실 중국에 온 이래 이런 장례식은 처음 봤다. 장례식은 중국말로 쌍리(丧礼)라고도 하기도 한다.

온통 둥근 화환이 화사하다 못해 울긋불긋하다.

일반적으로 장례는 그 절차나 형식이 지역마다 대체로 약간씩 다르다 한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것이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쏭화취엔(送花圈), 즉 화환을 보내는 것이다. 집 앞에 주변 친지가 보내온 화환이 수북, 가지런히 서 있다. 보통 화환은 흰색이거나 청색 난(兰), 흰색이거나 노란색의 국화(菊花)나 장미(玫瑰) 등을 사용하고 침엽수 잎을 섞기도 한다.

이 집에 보내온 화환에는 '그 훌륭한 명성을 자자손손 후대에 남기라'는 뜻의 완구려우팡(万古流芳)이라 써 있고 한가운데 '디엔'(奠)이라고 보인다. 그것은 우리의 푸이(赙仪, 부의)와 비슷하게 '삼가 경의를 표한다'는 뜻이다. 우리말의 '근(謹)'이나 '조(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두번째는 게이뽀진(给帛金), 즉 조의금을 주는 것이다. '뽀'는 비단과 같은 견직물을 말하는 것으로 비단이나 천으로 곱게 싼 돈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 뽀진이라 한다. 보통 조문 가서 절을 하기 전에 먼저 상주에게 준다고 한다.

중국은 명절 때 아이들에게나 결혼과 같은 경사에 주는 돈은 붉은 종이나 천에 싸서 주는데 이것은 홍빠오(红包)라 한다. 뽀진과는 엄연히 그 쓰임새가 다르다.

세번째는 댜오옌(吊唁), 즉 조문하는 것이다. 집 문 앞에 영정을 모신 링타이(灵台)가 있고 그 옆에 샤오푸(孝服, 상복)을 입은 상주(葬主 또는 丧主)가 서 있게 된다. 향을 피우고 세번 절한 후 상주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특이한 말이 상복인데, '효를 표하는 옷'이라 하니 아주 적절한 말인 듯하다. 우리도 그저 상복보다는 그 뜻이 깊게 묻어나는 '효복'이라 말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기본 골격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지방마다 다소 예가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듯이, 또 집안마다 이어오는 전통적 정서가 다르듯이 중국도 지방마다, 가풍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姓)이 리(李)인 집안의 링탕(灵堂), 장례식장이다. 지아푸(家父)라는 말은 우리말의 '가친(家親)'과 같다. 남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이다. 화환이 꽤 많다. 문 앞에 사람들이 꽉 차서 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잉쩐(影幀, 영정)이 모셔 있고 향불을 담는 조그만 화로가 보였다.

대체로 이 지역도 보통 3일장을 치르는데, 이 집은 5일장을 치른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이 라오홍쥔(老红军) 출신으로 연세가 아흔이 넘었기 때문이란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호상인 셈이다. 5일장 후 모든 장례가 끝나면, 조의금에 대한 보답으로 수건 같은 물건을 돌리기도 하는데 이는 후이쯔(回执)라 한다.

장례를 치르는 일을 바이스(白事)라 하고 샤오푸를 입는 것을 촨바이(穿白), 장례가 끝난 후 조문 온 사람들을 초청하기도 하는데, 이를 바이옌(白宴)이라 한다. 고인을 기리는 일은 중국의 전통적 사고 속에는 '하얗다'라는 개념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하겠다.

우연하게 중국에 온 이후 처음 장례 모습을 봤다. 중국사람들과 더불어 더 살다보면 생활 곳곳에서 그들의 문화를 알게 되겠지만, 나중에라도 혹여 실수하지 않으려면 차분히 그들의 장례가 무엇인지, 최소한 3가지는 알아두는 게 좋을 듯하다.

지나다가 그저 사진 몇장 찍은 게 고인과 가족들에게 무례한 게 아닌 지 염려가 된다. 그들도 한국사람이 자신의 장례문화를 약간 담아갔다고 크게 노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謹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