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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매그넘 전시회

“대~한민국” 외치던 2002년 월드컵 이후 ‘역동적인 나라’의 국민인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2008년 ‘촛불’의 힘은 소통에 목 마른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징이 됐다. 이때 ‘대~한민국’을 포토저널리즘으로 승화한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 전시회가 열려, 그 속으로 들어가봤다.

수천 점의 네모 진 윈도 속에 담긴 세계 ‘최고의 눈’을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사진의 전설을 역사 속에서 만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스페인 전선에서 총탄에 쓰러지는 병사의 ‘순간’, 프랑스 파리 라자르 역의 ‘찰나’는 매그넘의 상징이니 말이다. 카파와 브레송은 보도와 사진, 그 사선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존심과 독립성을 지키려고 매그넘을 설립했다.

지금도 세계 최고의 매그넘 작가들은 그들의 초상화와 함께 총회를 열 정도로 죽음을 넘어선 끈끈한 연대를 지켜내고 있다. 그만큼 매그넘 사진작가가 되는 일은 어렵다고 한다.

50여명의 매그넘 작가 중 20명이 우리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삶과 정서를 잡아냈다. ‘매그넘코리아’ 전시회는 국가를 주제로 한 첫 번째 기획전이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그것들은 눈에 익은 우리 곁이고, 우리 삶이며 문화이니 색다른 그 무엇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적어도 신문지면과 인터넷 화면이 주는 좁은 시선으로 본 것이니 당연했다.

한여름 길목에서 찾아간 예술의 전당 매그넘 전시관은 <20인의 눈>으로부터 시작한다. 코리아 프로젝트에 참여한 20인의 대표 사진들을 보면서 매그넘의 역사, 곧 현대 역사의 전선에 함께 서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아프카니스탄 난민 소녀, 중국 천안문 탱크에 맞선 학생, 혁명가 체 게바라를 만나게 된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1년치 뉴스 사설보다 더 깊은 공감을 얻는구나 절감한다. 그것이 걸작이니까.

포토저널의 전선에 섰던 20인이 한국을 방문해 ‘찰칵’ 담아낸 <작가전>과 만난다. 한국의 인스턴트 피사체를 다룬 마틴 파(Martin Par), 고집스럽게 여성의 발에 집착하는 엘리엇 어윗(Elliott Erwitt),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는 한 가족의 익살스런 등을 찍은 브뤼노 바르베(Bruno Barbey), 서늘하고 파란 독도의 바다를 명상하는 사람을 담은 치엔치 창(Chien-Chi Chang), 화재 직전 촬영한 숭례문을 되살린 이언 배리(Ian Berry), 남산타워를 멀지만 가깝게 부각한 토마스 횝커(Thomas Hoepker), 핸드폰을 연상시키는 경주의 공사현장을 포착한 르네 뷔리(René Burri)가 특별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리스마 넘치는 힘을 뿜는 사진 앞에 서서 손과 눈, 발과 마음으로 읽고 보는 우리 관객들에게도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강렬한 인상이라면 일행과 감동하고, 어려운 주제라면 대화하며 웃는다. 아이들도 제법 외국인들이 소개한 우리 세상이 낯설거나 부럽거나 신기한 듯하다. 외국인들도 진지하기는 마찬가지. 작품에 반사돼 비친 사람들의 대화는 우리 말이거나 영어이거나 모두 작품과 즐거운 소통을 하고 있으리라. 역동의 나라에 살고 있음을 행복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주제전>은 한국의 종교, 한국의 문화, 서울 그리고 도시, 자연 그리고 삶, 즐겨라 코리아, 입신양명, 사랑과 결혼, 한국의 사회상으로 나윈 8곳의 공간 속에 담겼다. 이를 주최 측은 ‘건국 60년을 맞는 21세기 한국 사회 탐구’라 했다. 집중, 활발, 여유, 온화, 공유, 행복, 미래, 포용이라는 단어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물론 긍정적 단서만이 아니라 부정적 기호로도 담아 온 ‘현재의 우리’를 새삼스레 침잠해본다. 그리고, 세계 일류의 작가들이 그려낸 인상들을 다 이해하려면 더 많이, 깊게 우리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좁았다가 넓었다가 다시 계속 이어지는 전시관 구조를 따라 갔다. ‘작가’로 들어갔다가 다시 ‘주제’와 만나고 잠시 호흡하고 또 창문을 열어 세상과 만난다. 이 수많은 창문을 여닫는 일이 어느덧 숨이 다 차오를 즈음, 한 바퀴 돌아서면 <매그넘 역사관>과 만난다. 우리의 건국 역사와 비슷한 매그넘의 역사는 치열했으리라. 매그넘의 정신은 신문지면과 함께 전시돼 있는데 이는 저널리즘 속에서 살아왔지만 그 저널리즘에 속박되지 않고 스스로 저널리즘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매그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8월 24일까지 뜨거운 여름을 달굴 이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이 본 한국’이 소통으로 미래를 꿈 꾸는 우리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을 일깨우는 작은 계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여러 주제와 작가정신이 골고루 녹아있지만 곳곳마다 일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행복한 전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진의 거장 매그넘 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예술의 전당 ㄱㅏ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예술의 전당 전시관 앞

사용자 삽입 이미지전시관 입구, <매그넘>의 역사를 한눈에 살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코리아 사진전 축하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 20인의 눈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에서, 함께 간 후배 딸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이 열리는 전시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그넘 사진전 전시실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