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야오 후통에 비친 빛과 그림자
핑야오 곳곳은 옛 모습 그대로 잘 간직된 곳이란 느낌이 든다.
이동할 때마다 쉴 겨를을 틈타 부지런히 문 속을 엿봤다.
사진 속에서 그 깊은 삶의 흔적이 되살아 나는 거 같다.
열린 문 안 깊이 햇살에 드러난 곳과 햇살 깊이 숨어버린 곳.
아마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모습으로 있어 왔겠지.
백발의 할머니가 지키고 있는 이 곳은 보면 알겠지만
바로 화장실, 처소다. 5마오니 1위엔의 반. 70원 정도.
저렇게 붉고 무표정한 할머니가 딱 버티고 있으니 좀 숨막혔다.
눈빛 한번 던지지 않던 이 할머니,
웃는 모습을 보려 말이라도 한번 걸어볼 걸 후회된다.
‘여기 진짜 화장실 맞아요?’ 라고 말이다. ㅎㅎ
문 안쪽으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나란히 서있다.
1,000년 전 이곳에 무엇이 서 있었을까.
도저히 마차는 서있기 힘들었겠지. 그저 길이지.
이런 걸 세워두는 거 역시 현대인의 생각일 거다.
이렇게 좁은 골목에 세워 둘만한 게 있을 것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바퀴 달린 것들에 대한 이상한 인상을 세워두고 왔던 것인지.
문 안으로 몇 발걸음 더 들어가보니 앗~빨래다.
누군가 산다는 이야기.
그렇다. 핑야오 사람들은 여전히 옛 건물 속에서 산다.
건물은 낡았는데 사는 습관은 어떤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런 곳에서 하루 묵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거 같진 않다.
문 입구에 시뻘겋게 누군가 무언가 소원을 빌었던 뜻은
다 떨어져가는 종이처럼 이제 다 이루어 진 것인지.
13억 중국인들의 그 많은 기원을 다 들어주려면 누군가 정말 힘들 거 같다.
대문을 열고 조금 더 들어갔다.
한낮이라 인기척은 없지만, 사람 사는 흔적은 남아있다.
나름대로 색의 조화와 빛의 화합으로 화가의 사실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리엔 간혹 이층집도 보인다.
이층에도 사람이 사는 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다.
집과 집 사이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다니겠지.
삼륜차도 짐을 나르기 위해 좁지 않은 공간이다.
다만, 그늘 속으로 왕래하는 사람에 비해 좀 덥긴 하겠지만 말이다.
길거리에서 튀김을 팔고 있는 아줌마.
그늘에 자리잡고 장사 중이나 기름이 끓으니 더워 보인다.
끓어오르는 기름처럼 마구 팔여야 할 텐데,
옛날에는 아무 중국 길거리 음식을 잘 사먹고 다녔던 거 같은데
혼자 여행 다녀서일까 쉽게 선뜻 사먹게 되질 않는다.
핑야오에서 며칠 묵으려면 이런 민박집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시골집, 좀 입구가 지저분하나 사람 사는 곳이려니 하면
뭐 여행 삼는 외국인으로선 꽤 흡족한 잠자리라도 될 거 같다.
민박집을 벗어나면 온통 옛스런 중국의 과거를 흠뻑 느낄 수 있으니
나중에 며칠 묵으며 여러 장의 행복한 사진을 찍으리라 맘 먹었지.
이 긴 빛과 그림자가 한적한 핑야오의 멋으로 다가온다.
이런 모습이 뭐가 멋이냐고 해도 할말은 없다.
그림자 속에 숨에 은닉된 소품들을 다 보여주지 못하지만
핑야오에 가게 된다면 여러분 스스로 빛나게 보길 바란다.
글|사진^여우위에 newonoff@한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