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중국발품취재82] 황산 등산과 하산, 오악을 다 합쳐도 황산만 하랴

 

황산 툰시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였다. 황산을 오르려면 탕커우(汤口)로 가야 한다. 호텔 직원이 분명히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배낭을 메고 열심히 표 파는 곳으로 갔더니 오늘 버스는 끝났다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버스가 없다는 것을 귀신같이 안 택시 운전사 한 명이 따라오더니 150위엔을 주면 태워주겠다고 한다.


너무 비싸다, 차라리 하루 더 여기서 묵겠다고 피했는데 길가에 다른 택시 한 대가 어디 가냐고 묻는다. 탕커우에 간다니 50위엔만 달라고 한다. 아니 왜? 그러니 탕커우 택시인데 툰시 왔다가 그냥 가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좋다(可以)'고 얼른 탔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지니 밤 산길을 1시간가량 쌩쌩 달리는데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강도로 돌변하면 대책이 없다. 말 수가 거의 없는 운전사에게 말을 걸었다.


집이 황산 밑이라 좋겠다, 맞아 처음 가는 길이야, 숙소 구해주면 좋지 뭐. 그랬더니 친구에게 전화한다. 사투리 무지 쓰면서. 이것 참 또 겁나기 시작했다. 어느 산길에 기다렸다가 흉기 들고 차를 막으면 낭패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탕커우 거의 다 온 듯한데 갑자기 차를 세운다. 소름이 약간 돋았다. "왜 세우느냐?" 했더니 잠시 볼일을 본다고 한다. 자세히 얼굴 보니 착하게 생긴 젊은 사람인데도 밤에 혼자 택시를 타서 그런지 오랜 여행에 심신이 지쳐서 그런지 말 못할 공포가 느껴졌다.


탕커우에 도착했다고 하더니 호텔 앞에 차를 세운다. 친구가 호텔 매니저라면서 인사한다. 소개한 호텔로 들어가니 다 좋은데 인터넷이 안 된다. 인터넷 되는 곳을 찾아달라니 몇 군데 더 돌아다녔는데 비싸기만 하고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인터넷을 포기했다. 호텔 요금이 없으니 은행을 알려달라고 했다. 택시에 태우더니 ATM에 세워준다. 다시 호텔까지 바래다주고 참 좋은 친구다. 물론 호텔 숙박비의 일부를 이 친구들이 조금씩 나누긴 하겠지만 말이다.


산 아래 구름인지 안개인지 온통 하얀 세상 위를 날아가는 기분이 좋기는 한데...


9월 24일 눈을 떠 아침을 먹고 짐을 다시 한번 챙겼다. 큰 배낭에 모든 짐을 넣고 작은 배낭에는 카메라와 캠코더 그리고 두꺼운 옷 하나만 넣었다. 그리고 탕커우 터미널 앞 식당에서 다음 행선지 버스표를 예매하고 짐을 맡겼다.


점심 겸해 밥을 먹고 있는데 혼자 온 한국 아가씨 한 명과 중국 택시기사가 어렵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들린다. 황산에서 내려오다가 만난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왔고 상하이로 돌아가는 시간이 남아 가까운 곳을 갈 생각이라 한다. 통역해주고 함께 밥을 먹었다. 이제 6개월이 다 된 긴 수염, 한국사람이 6개월 여행한다니 신기해 보였나 보다. 사진도 찍었다.


지도를 폈다. 너무 볼 곳이 많아서 1박 2일로 다 볼 수 있을까 싶다. 올라가는 코스, 내려오는 코스만 정했다. 숙박할 곳이야 있을 터이니. 터미널에서 윈구쓰(云谷寺) 가는 버스를 탔다. 황산 아래 동네를 한 바퀴를 돌아 사람들을 잔뜩 태우더니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간다. 입장료 200위엔. 케이블카 65위엔. 참 비싸다.


케이블카를 타고 붕 날아서 도착한 곳은 바이어링(白鹅岭). 한국 관광객들이 케이블카 안에 많아서 마치 설악산에 온 듯했다. 훨씬 길다. 산 아래 구름인지 안개인지 온통 하얀 세상 위를 날아가는 기분이 좋기는 한데 점점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 심상치 않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차다. 긴 옷을 입고 본격적으로 황산을 유람하러 떠났다. 낯선 산에 오르면 방향을 잡기가 무척 어려운데 평면지도를 보고 이 광활한 산봉우리의 입체감을 찾아가려면 처음에는 약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황산 스신펑 부근의 동해 운해를 배경으로 서 있는 소나무
ⓒ 최종명
황산

 

황산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구름이 만들어놓은 공간을 바다라고 부른다. 동해(东海), 서해(西海), 북해(北海)가 있고 천해(天海)가 있다. 검은 호랑이가 나무 꼭대기에 앉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헤이후송(黑虎松)을 지나 스신펑(始信峰)을 올랐다. 삼면이 바다처럼 훤하게 뚫렸다. 맞은 편으로는 십팔나한이 남쪽 바다를 향해 있는 모습이라는 바위(十八罗汉朝南海)가 보일 듯 말 듯하다.


황산 동해를 바라보는 곳에는 소나무가 참 많다. 봉우리 끄트머리에 자라나기도 하고 길가에 그저 서 있기도 하다. 이름을 지은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이름의 뜻을 새기며 보면 볼 수록 참 그럴 듯하다. 용이 누운 듯한 소나무(卧龙松), 바다를 찾고 있는 소나무(探海松), 접견하는 모습의 소나무(接引松)가 이름보다 더 멋지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름 따라 바람 따라 계단 길을 따라 북해를 향해 이동했다. 등산로마다 소나무 그늘 속에 빨간 열매가 예쁘게 피었다. 한 알 따서 먹어보니 시큼하다. 이 열매는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마가목이라 불리는 나무의 열매였다. 언뜻 앵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열매 끝이 십자 표식이 보이니 앵두와는 달랐다. 상쾌한 숲 공기 내용을 마시며 걸어가니 어느새 땀도 난다. 스신펑이 해발 1668미터이니 높기도 하지만 9월 말의 황산은 꽤 춥다.


  
황산 산길마다 보이는 붉은 열매.
ⓒ 최종명
황산

 

산길을 타고 넘으니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베이하이(北海) 호텔이 있는 평지이다. 오후 3시다. 황산에서 구름의 향연이 가장 멋지다는 북해를 보러 갔다.


다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스즈펑(狮子峰) 가는 길에 허우즈관하이(猴子观海)라는 팻말이 붙은 칭량타이(清凉台)를 발견했다. '원숭이가 바다를 바라본다'니 흥미로울 듯해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두 평 정도 되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있다. 뿌옇게 구름이 사방을 가리고 있어서 도대체 무얼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옆으로 가서 5분 정도 기다리자 한 사람이 "나타났다(出来了)"고 소리친다.


깜짝 놀라서 보니 정말로 구름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왼쪽 편에 바윗덩어리로 이뤄진 산봉우리에 원숭이처럼 생긴 바위가 달랑 서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편으로는 구름에 살짝 가린 듯 낙타 등처럼 생긴 퉈베이펑(驼背峰)까지 출현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북해의 멋진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사진작가들이었다. 연방 셔터를 눌러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찰칵거린다. 10여 분 동안 벌어진 잠시 잠깐의 공연이었다. 이 짧은 시간을 위해 그들은 한동안 기다린 것이다.


각지에서 찾아온 사진작가들이 증명하는 천하제일 '황산의 구름' 바다


  
황산 칭량타이에서 바라본 북해 운해의 모습, 사진작가들의 촬영명소답게 운해가 멋지다.
ⓒ 최종명
황산

 

황산의 구름바다는 바로 이곳에서 보는 것이 제일이라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진작가들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나 역시 카메라와 캠코더를 번갈아 가며 담을 수 있을 만큼 담았다.


바람 속도만큼 구름은 사라졌다가 또 채우고 하길 계속 반복이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구름이 생겨나는 것일까. 눈높이와 거의 엇비슷한 구름들에게 뛰어들고 싶어진다. 날아갈 수는 없지만 저 하얀 바다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 싶다.


이제 어디로 갈까. 아직 해가 지려면 한두 시간 남은 듯하다. 천천히 다시 길을 따라 내려와서 시하이(西海)호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0여 분 내려가니 계곡 사이에 자리를 잡은 호텔 건물이 나타났다. 그 건물을 끼고 서쪽 편으로 난 길이 하나 보였다.


파이윈팅(排云亭)에서는 서해를 볼 수 있다. 북해의 변화무쌍한 구름바다와 다른 느낌이다. 구름들이 산봉우리에 솟아난 소나무 옆에 뭉게뭉게 묻어있는 듯 조용하다. 파도가 세지 않고 물살도 고요한 바다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곳 전망대는 매우 넓은 편이라 사람들도 아주 많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바쁘게 사진 찍느라 산만하기조차 하다.


  
황산 파이윈팅 앞에서 본 서해 운해의 모습
ⓒ 최종명
황산

 

날카롭게 뻗어 오른 길쭉한 바위들이 눈 아래에 펼쳐 있다. 계곡에 그저 머무른 듯한 구름을 뚫고 올라온 바위들 모양새들이 다 기묘하다. 서쪽 능선을 따라 걸어갔다. 걷다가 멈춰 서서 보노라면 어느새 다른 모습이다. 구름의 변화가 없어서 비슷한 모양이겠지 생각한 것은 오산이다. 불과 5분 정도 걸었는데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다른 풍경이니 역시 황산의 오묘한 연출은 상대가 없을 것 같다.


소나무들 머리 아래로 절벽이고 봉우리고 구름이다. 옆으로 나란히 가지를 펼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들은 수십만년 그대로의 자태일진대 몇 걸음마다 다시 봐도 새롭고 즐거운 눈길을 준다.


이제 덥다. 땀이 유난히 많이 나는 체질이라 머리를 두른 수건이 흠뻑 젖었다. 손으로 짜니 샘물처럼 물이 솟는다. 다시 한 번 더 짜서 몇 번 빙빙 돌려 물기를 빼고 다시 감았다. 그리고 나니 바로 앞에 절벽 속을 뚫고 지나가야 할 듯한 가파른 계단길이 나왔다. 마치 동굴 속을 지나는 듯한 길은 계속 이어졌다. 거대한 바위 하나를 지나면 햇빛이 나오고 또다시 바위 속으로 들어서니 또 이어진 계단. 서해대협곡(西海大峡谷)으로 가는 길이다.


하늘은 갑자기 아주 파란 빛깔을 띠기 시작하고 구름은 어느새 새털 같이 흩날리고 있다. 오른쪽 봉우리 위에 한 그루 소나무가 쓸쓸하지만 의연한 자태로 서 있다. 양쪽으로 직선으로 뻗은 절벽에는 나무들이 실루엣으로 하늘을 가리고 비집고 나왔다.


  
황산 파이윈팅 부근에서 바라본 서해 운해와 봉우리 위에 자라난 소나무
ⓒ 최종명
황산

 

다시 파이위팅으로 돌아가는데 노을이 진다. 그러고 보니 이 옆 봉우리 이름이 붉은 노을이라는 단샤펑(丹霞峰)이다. 앞에는 봉우리가 어둠 속에서 검은 형체만 드러내고 있고 봉우리 사이는 넓은 구름바다가 술렁이고 있는데 그 뒤로 붉은빛이 광채를 띠기 시작한다. 노을 위로도 구름이 쏘다니니 노을은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듯하다.


  
황산 서해 운해에 지는 노을
ⓒ 최종명
황산

 

오후 6시가 조금 넘으니 완전하게 밤이 됐다. 서해호텔까지 되돌아왔다. 호텔에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참 많다. 패키지여행 온 사람들이다. 방값도 꽤 비싼 편이기도 하겠지만 방도 없다. 이 호텔 슈퍼마켓 옆에는 도미토리가 있다. 하룻밤 침대 하나에 100위엔.


8인실로 들어가 침상에 짐을 놓자마자 다른 일행 몇 명이 들어왔다. 끼니와 취침을 위해 가게에서 컵라면과 술 한 병을 사서 돌아왔더니 중국사람들이 이미 판을 벌이고 있었다. 산둥성 사람들이라 호탕하고 인간적이다. 함께 당연히 먹고 마시자고 한다. 자기네 동네에서 사 온 훈제 닭고기를 꺼낸다. 바로 유명한 더저우(德州)의 파지(扒鸡)다. 기름을 빼고 훈제로 진공 포장해서 파는 것인데 생각보다 맛있다.


산 아래에서부터 짊어지고 왔다는 술도 정말 고급이었다. 상하이로 출장 왔다가 시간을 내서 황산 여행을 온 것이다. 물론 술과 파지는 고향에서부터 준비해온 것이다. 그것을 한방을 쓰는 식구라고 정말 형제처럼 대해주고 술 따라주고 닭고기 중 가장 맛있는 부위라며 다리를 떼어주는 정이 남다르다.


보름달이 떴다. 산둥 친구들은 모두 곯아떨어졌다. 밖으로 나와 호텔로비로 갔더니 우리나라 소주 한 병이 가격표에 60위엔(약 8천원)이나 했다. 정말 비싸다. 맥주 캔 하나도 30위엔. 맥주 한 잔 하면서 고향 생각 간절해지는 달빛 아래에서 자정을 넘겼다.


코 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서 일출을 보러 가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나니 모두 기상이다. 일출을 보러 가는 시간이다. 짐을 챙겨 나섰다. 산둥 친구들이 함께 가자고 하는데 그쪽 팀들은 내가 지나쳐 왔던 칭량타이로 간다고 해서 아쉽게 헤어졌다.


  
황산 광밍팅에서 일출을 기다리다가 보지 못하고 하산하는 길, 약간 오름 계단 위로 안개길을 거슬러 오르는 등산객
ⓒ 최종명
황산

바로 코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서 광밍팅(光明亭)으로 올라갔다. 해발 1860미터이니 황산 최고봉인 롄화펑(莲花峰)보다 4미터 아래이다. 롄화펑은 현재 입산금지라고 하니 가장 높은 곳인 셈이다.


광밍팅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모여있다. 그런데 온 하늘은 온통 구름인지 안개인지 희뿌연 모습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해가 뜰 것 같지 않다.


안타깝게도 황산 일출을 볼 수 없다. 타이산(泰山)에서 봤던 일출이 새삼 그리워졌다. 명산에서의 붉은 아침 햇살이야말로 여행의 보람이 아닐까 싶다.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 천해를 가로질러 위핑펑(玉屏峰)까지 가는 길은 황산의 또 다른 그림이다. 이씨엔티엔(一线天)은 가파르면서도 온 사방을 다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하늘은 어느새 새파란 색깔로 변해있다.


군데군데 흰구름이 양념처럼 떠다니는 것도 보기 좋지만 바위를 뚫고 나온 소나무들의 휘날리는 율동 역시 정겨운 장면이다. 바위 하나가 통으로 봉우리가 된 듯 꿋꿋하게 비바람을 맞으며 오랜 세월 버틴 의연함이 보이기도 한다.


눈이 부셔 도무지 빨리 걸음을 옮기기 아쉽다. 가까운 곳이나 먼 곳이나 다 절경이니 한번 만에 다 보기도 힘들고, 보면 볼수록 이 모습 그대로 옮겨 가고 싶으니 말이다. 황산은 오악에 넣지 않고 오악을 다 합친 모습이라 칭찬한 이유가 이것이었던가. 사해를 보니 즐겁고 72개 봉우리 전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도록 새겨야 하고 뜻을 품은 생김새로 서 있는 소나무들의 잔치가 바로 황산의 제멋이 아닐까.


황산 72봉 중에 36봉은 샤오펑(小峰)이고 36봉은 따펑(大峰)이라 한다. 어느 것이라도 봉우리답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크고 작은 것으로 구분이 될까. 지도를 펴고 봉우리를 세어보니 60개가 조금 안 된다.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 봉우리 작명은 왜 이다지도 멋진가.


  
황산 이씨엔티엔 부근에서 본 천해 운해와 소나무 모습
ⓒ 최종명
황산

 

중국 어느 작가가 중국 관광지의 아쉬운 것이 바로 이름이 너무 거창해서 문제라 했던가. 봉우리 이름들을 하나씩 읽어보며 가장 멋진 이름이 무얼까 골라보기 시작했다. 부처님 손바닥일 포짱펑(佛掌峰), 최고로 명품일 이핀펑(一品峰), 새우리 창문 같을 칸촹펑(槛窗峰), 비취색 은은할 듯한 추이웨이펑(翠微峰), 봉우리가 첩첩 쌓였을 디에짱펑(叠嶂峰) 등 참 멋지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1등을 뽑았다. 소박하면서도 가장 황산다운 이름, 바로 구름 밖의 봉우리? 윈와이펑(云外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황산 위핑러우 뒤의 첩첩 쌓인 바위, 바로 사진 오른편에 잉커송이 있다
ⓒ 최종명
황산

 

롄화펑 앞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위핑펑으로 향해갔다. 이 길에는 2개의 소나무가 흥미롭다. 800년 이상 변함없이 자리잡고 있는 잉커송(迎客松)과 길옆에 외롭게 서 있는 송커송(送客松), 손님을 맞이하는(迎) 소나무와 보내는(送) 소나무이다. 특히 잉커송은 황산의 상징과도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자고 아수라장이긴 하지만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이 참 인간적이다. 바위가 중첩돼 겹겹 무겁게 짓누르는 위핑러우 분위기다.



  
황산 위핑펑 부근의 괴석들
ⓒ 최종명
황산

 

2개의 바위도 신기하다. 하나는 모양이 흡사 핸드폰과 꼭 닮은 셔우지스(手机石)이다. 바위 위에 누가 날라다 놓은 듯 살포시 기대어 서 있는 이 바위는 핸드폰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최근에 이름을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괴석은 마치 남성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도 너무 리얼하게 서 있다.


케이블카를 탔다. 황산 4절(绝) 중 온천(温泉)에 몸을 담그지는 못했지만 기송(奇松), 괴석(怪石), 운해(云海)를 두루 볼만큼 봤다. 물론 최소한 3일을 투자해야 황산의 진면목을 다 본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내가 가본 오악 중 서악 화산(华山), 동악 타이산, 중악 숭산(嵩山), 북악 헝산(恒山)보다 더 명산임이 분명하다. 비록 남악 헝산(衡山)을 보진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