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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삼림지역 공항? 창피한 줄 알아야

8월 1일자로 '창바이산(长白山)공항'이 개항한다. 25일 지린(吉林) 성 부비서 총홍샤(丛红霞)의 공식기자회견에서 '이미 시험 비행을 거쳐 성능테스트를 거쳤으며 개항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했고 신화사를 비롯한 중국의 각 언론은 '올림픽을 때맞춰 개항된 것'에 초점을 맞춰 일제히 보도했다. 현재 국내선만 개통하며 2015년에는 연간 수송인원이 54만명에 이를 전망이며  보잉737 등 대형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 국제선의 취항도 멀지 않을 전망이다.

왜 '창바이산'인가. 아니 백두산인가. 백두산에서 15킬로미터(신화사 보도, 언론사마다 18킬로미터 등 약간의 차이) 떨어진 곳, 자동차로 2~30분이면 닿는 거리에 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만들어진 공항. 삼림지역에 만들어진 중국 최초의 공항이기도 하다. 중국의 명산들인 황산(黄山)과 오악도 숲이 어우러진 곳 바로 옆에 공항을 세우진 않았다. 이토록 근접거리에 굉음을 내며 비행기가 오고내린다니 비록 생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곱게 봐줄 문제는 아니다.

왜 이렇게 가까운 것일까. 어쩌면 북한과 영토를 나눠 가진 백두산에 대해 지극하게 가까운 친밀감을 표시하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 자기 영토 내에서 자기 돈으로 공항 세운 것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동악 타이산(山)을 가려면  지난에서 최소한 2시간 걸리고 소림사가 있는 중악 숭산(山)도 '정저우공항'에서 내려 2~3시간이나 가고, 북악 헝산(山)은 거의 주변에 비행장을 찾아보기도 힘들어 베이징에서 기차 타고 7시간은 족히 가야한다. 서악 화산은 시안에서도 3시간 이상 가야하며 남악 후난성 헝산(
山)도 장난이 아니다. 황산도 비행기 장은 15킬로미터 원 아래 넣어두지는 않았다.

백두산 근처에는 '옌지(延吉)공항'이 있다. 3~4시간 걸린다. 교통편이 썩 좋지 않지만 여행이란 그런 것이기도 하거니와, 중국 전역에서 산이나 유적지가 어디 도시 한복판에 있건가.

2007년 5월, 옌지의 연변과학기술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곳 한국 교수님들과 백두산 바로 옆에 세워지는 공항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옌지를 중심으로 조선족 동포사회의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중복투자이면서, 자연생태를 파괴하는 공항 건설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중국의 사회구조는 이에 대한 성 정부의 결정에 '환경'과 '지역경제'에 대해 이견을 달기가 쉬워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창바이산 지역과 지린성 여행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국내외(중국) 여행객들의 창바이산 여행이 훨씬 편리해진다'는 것이 소위 '창바이산지창공청(长白山机场工程)', 즉 '창바이산공항' 프로젝트가 밝힌 목적이다. 아주 일반적이고도 의례적인데 '편리한 여행'이라는 것에 '열'이 나지만 좀 참더라도 그저 단순히 여행산업의 발전을 위해 백두산 코 앞에 비행기를 날리는 것이라니 중국의 다른 명산에 비해서도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지린성 정부는 옌지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통화(通化)에도 비행기 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백두산은 통화와 옌지 사이에 있는데 양쪽 공항을 이용해도 충분함에도 왜 이렇게 불과 2년의 공사만에 올림픽을 앞둔 이 시점에 개항을 하는 것이란 말인가.

두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모아볼 것이다.

첫째는 백두산과 관련해 동북공정, 지방 변경 지역 영토의 공고화 프로젝트의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백두산은 북한과 밀접한 국경지역이며 우리에게는 민족의 영산으로서의 자부심이 크다. 더구나,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와의 역사 논쟁의 와중이 아닌가. 이 점은 중국 정부가 비행기 이착륙이 자연 및 문화유산에 영향을 고려하는 다른 지역과 다른 잣대를 만든 본질일 것이다.

둘째는 지린성을 중심으로 헤이룽장, 랴오닝 3성의 동북지역 경제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린성은 지린시 경제개발구가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의 투자적격지로 선정되는 등 경제개발에 대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췄다. 이미 채소 밭이던 산 곳곳에는 온통 인삼 재배로 완전 바뀌는 등 전 산업분야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게다가 동북3성은 변방 공정지역이 대부분 그렇듯이 지하자원의 보고이다. 석유와 석탄 등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유치, 합작사업 등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이점은 최근 홍콩 행정장관이 지린에 방문한 것도 무관하지 않는다. 홍콩의 자본과 동북의 자원의 결합은 우리에게 매우 긴박하게 우리의 전략적 기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남북한의 통일(통일의 정치적 방식도 중요하지만 하루빨리 경제적 협력)을 전제로 북한 땅을 거쳐 중국 동북의 자원과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옌볜 지역의 조선족 동포들과의 협력을 거쳐 우리 경제의 동력으로 삼아야할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라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다.

우리에게 맨땅으로 걸어갈 곳은 북쪽 밖에 더 있더란 말인가.

작년 6월 초, 백두산 정상에서의 북한 땅은 민족에 대한 소회가 느껴지더라. 바로 옆에서는 활주로를 닦는 중국노동자들의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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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찾았던 백두산 중국 측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