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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천안문광장의 남쪽 '치엔먼'거리, 서쪽 방향으로 '따쓰란씨지에'를 완전히 빠져나간 후, 유명한 골동품 거리인 '리여우리창'에서 남쪽으로 500미터 가량 내려 가면 사거리에 '후광회관'이 있다.


'후광회관'(湖广会馆)은 극장과 식당이 있는,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구락부'나 '클럽'이다. 청나라 가경제 때인 1807년 경에 만들어진 이 회관은 근대화의 선구자인 '손문'이 수차례에 걸쳐 정치 강연을 했던 곳이며 국민당 창립대회를 연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경극' 예술가들의 조용한 터전으로, 박물관과 식당, 공연극장이 있다.



'후광회관' 입구, 넓은 주차장인데 한낮이어서인지 차량이 많지 않다. 경극가면을 상징하는 사색 이미지의 조형물이 눈에 띈다. 회관 건물도 그 옛날 청나라, 민국시절 그대로의 건물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현대화된 극장도 아니니 과거의 정취를 남겼으나, 기능은 상업적일 듯하다.



회관 입구 왼편 박물관 간판, 오른편에 극장 간판이 있다. 그런데, 들어가면 오른편에 박물관이 있고, 왼편에 극장이 있다.



오른편으로 돌아들어가면 조그맣고 둥근 문이 있는데, 바로 보이는 곳이 식당이고 들어가서 오른편에 '경극' 관련 '시취'(戏曲) 박물관이 있다.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경극' 박물관에서는 원로 경극배우들의 회고전이 열린다. 올해 10월8일까지 '왕진루'(王金璐)선생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왕진루'는 1919년생으로 11세에 경극학원에 들어간 이래 많은 고수들에게 사사한 후, 200여편의 경극을 연기할 수 있다고 한다.



'왕진루'의 삼국지 공연 중 입은 옷으로 1950년에 제작한 것이다. 이 옷을 입고 주로 '조운'(조자룡)이나 '마초'를 연기했다 한다.



'왕진루'가 공연 중에 썼던 '타이띵쿠이'(台顶盔)라는 투구.



경극 공연 중에 신던 '호우띠씨에'(厚底鞋)라는 신발.



'왕진루'가 78세 때 공연, 그의 최고의 작품인 '짱반포'(长板坡) 중 '조운'(赵云)으로 분장한 장면.



1956년 외국 원수(인도네시아)가 왔을 때 중국공산당 핵심인물들인 '모택동' '주은래' '송경령'이 공연 관람 후 찍은 사진. 오른편 분장한 사람이 '왕진루'이다.



박물관에는 '후광'식당이 있다. 아담한 공간이고 사잇길마다 경극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런데, 고양이 한마리도 조용히 잠을 자는 걸 보니 오후시간에는 인적이 드문가 보다.



식당 내 모습이다. '후광' 식당은 주로 '후베이' 요리가 있다고 한다. 정결한데다가 등도 연보라 색이어서 다소 특색이 있다. 게다가 나무들이 많아서 아주 고급식당 느낌이다.



식당 내부인데, 아마도 높은 손님이 오면 여기서 요리가 다 갖춰지거나 다른 손님이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곳인가 보다.



식당을 나와 오른편으로 '따시로우'(大戏楼)로 가는 길 벽에 걸려있는 사진인데,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총사가 있다. 빛이 반사돼 아쉽게 '삼장법사'의 얼굴이 다 드러나지 않아 서운하다.


'따시로우'는 바로 극장이다. '경극' 공연이 매일 열리는 곳이다.


'경극'은 원래 '안후이' 성에서 발생한 것인데, 청나라 건륭황제 생신 잔치에 초대돼 공연한 후 인기를 얻어 그대로 북경에 머물면서, 번창한 것이라 한다.


중국에 있으면서 '라오쓰어' 차관 등에서 가끔 본 적은 있지만, 정통 경극을 아직 본 적은 없다. 대체로 지루하다는 평인데, 가끔 CCTV11 채널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매일 저녁 7시경부터 '경극'을 공연하는 극장 '따시로우'이다. 앞줄부터 조금 딱딱하지만 아담한 의자가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상이 하나 놓여있다. '차관'과는 좀 다르게 극장 형태를 갖추고 있다. 180위엔부터 680위엔까지 있다고 하니 다른 전통 극장들과 대체로 비슷하다.



이층에도 좌석이 있다. 천장을 비롯해 내부 장식이 아주 화려하면서도 품격이 있어 보인다. 외국 귀빈들을 모시고 많이 온다고 한다.



밖 햇살에 좀 눈이 부시나 풍겨나는 또렷한 색감을 잃지 않고 있다.



홍등과 가면이 나란히 걸려 있으니 정말 '경극' 공연장 분위기 그대로이다.


'경극'은 우리에게 익히 알고 있는 '삼국지' '손오공' '패왕별희'도 있지만 대부분 낯선 주제가 많다. 그래서 지루할 수 있지만, 동작에 묻어나는 독특한 정서나 감흥을 끈기있게 느낀다면 아주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프로덕션에서 '경극' 관련 영화를 곧 촬영한다고 들었다. 이번 기회가 좀더 '경극'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볼 생각이다.



노란바탕에 쓰인 글들은 오전 오후 시간에 '경극'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고 오른쪽에는 3일치 공연프로그램을 적어뒀다.


이곳도 아마 예약을 하고 가야할 듯하다. 63518284/63529134로 전화하면 된다고 한다.


북경에 '경극' 공연장이 꽤 많지만, '후광'이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박물관도 같이 있으니 두루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