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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란씨지에'(大栅拦西街)는 행정구역으로 북경시 '쉬엔우취'(宣武區)에 위치한다.

'라오베이징'의 골목길과 옛집을 두루 살려볼 수 있을 것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후통'으로 들어가는게 꺼림찍하다.

아주 포괄적인 뜻을 풍기는 '후통'이란 말에 호감도 있지만
과연 그 속내를 바라보고 관찰할 때, 구체적인 초점이 아직 떠오르지 않나보다.

'후통'이름의 팻말이 붙어 있으면 한두발 들여놓았다가도 금방 다시 나오곤 한 게 몇번이다.
언제가는 꼭 '후통'가는 날을 잡아서 두루 깊숙하게 한번 가볼 생각이다.

'후통'과 '후통' 사이 긴 '따스란씨지에'를 걸으며
자신의 터전을 밑천으로 살아가는 서민들과 만났다.

 

신문과 잡지 매장 옆에 '후통' 관광용으로 개조된 자전거가 버티고 섰다.
이걸 타면 주변 '리여우리차앙'도 갈 수 있고, 주변 '후통' 골목길을 유람할 수 있다.

 

미녀도를 파는 것인지, 부채의 기능을 파는 것인지 모르나, 촌스런 부채를 판다.
뒤쪽에 식당 주방에서 웃옷을 벗고 야채를 다듬는 사내들이다.

 

다른 식당들은 문을 나름대로 깔끔하게 새로 개조했거나 하는데
낡은 나무 문 그대로이고, 문 앞에 식탁 하나를 내다두니 오래된 식당 분위기를 풍긴다. 문 유리에는 땀으로 젖은 옷 대신에 갈아입으려고 산 옷이 빨개, 노출됐다.

 

간판과 입구를 깔끔하게 새로 단장한 여관이다.
배낭여행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거리이니 모습도 점점 세련되어 가는 가보다.

 

핸드폰 수리, 장거리 통화, 양고기꼬치, 그리고 냉국수(凉面)
오후 3시 정도라 인적이 드문 시간이니만큼 종업원도 잠 좀 자둬야겠지.

 

북경오리고기 한 '타오'(套)가 49위엔이란다.
오리고기에 장과 파나 오이 같은 야채에, 밀가루반죽한 것으로 쌈처럼 싸서 먹으니 셋트라는 의미가 있는 '타오'를 오리 한마리 또는 한 상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슈파'(書法)는 서예라 하니 붓글씨를 파는 곳.
서양에서 온 여행객들은 아마 한자문화의 독특함에 매료돼 사갈 지도 모르겠다.

 

과일과 아이스크림, 음료수, 담배를 파는 가게인데 마침,
한국드라마인 '따창진'(大長今)이 낮 재방송 중이다.
'후난위성'이 작년 10월에 이어 다시 재방송을 하고 있는데, 재방송의 본방송은 매일 저녁에 하고 다시 낮 재방송을 하니 재방송의 재방송을 보고 있는 셈이다.

'후난위성'이 방영권 계약을 어떻게 한지는 모르겠으나
보통 2~3년에 2~5차례 방영할 권리를 계약하니 아마도 한번은 더 재방송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스'(畵室)는 '아틀리에'이니 작업실이겠지만
아마도 작업실 겸해 그림을 팔지나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자전거를 세워놓았으니, 무슨 비밀 그림이라도 그리는가.

 

길 옆에 좁은 문의 이런 형태의 집들이 많은데 문패도 있다.
'왕'씨이니 또 생각난다. '비단장수 왕서방' 후후

 

골목을 누비는 자전거가 많으니 수리점도 성행이다.
안경 쓴 수리공을 드물게 보는 편이다.

 

옛집을 개조한 여관이 이 동네에 참 많은데, 하루방값이 10~20위엔이니 참 싸다.


 

주로 만두나 면류를 파는 식당이다.
'칭쩐'(淸眞)은 바로 회족이라는 뜻이니 회족 식당이다.

서안 '청진사'까지 다녀온 경험이 있어 마침 배도 고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아반'(下班)했다고 해, '무슨 소리냐?' 했더니 주방장이 점심 마치고 퇴근했고 다섯시가 넘어야 다시 '샹반'(上班)한단다. 쩝~ 점심을 못 먹은 상태로 돌아다녔으니 당연히 배가 고플 시간이 지났다.

 

한 유명 맥주 대리점으로 맥주박스가 밖에 까지 쌓여 있다.


 

이 거리 세탁소가 대체로 아주 지저분한데 비해 아주 시원하고 깨끗한 세탁소(洗衣店)다.
'깐시'(干洗,드라이클리닝)와 '쉐이시'(水洗,물빨래) ... 다 된다.

 

중국에서는 머리 다듬는 곳은 '메이파'(美發)이고 얼굴 다듬는 곳은 '메이롱'(美容)이라 한다.


 

'치에미엔'(切面)과 '치앙미엔만토우'를 파는 식당이다.
'치에미엔'은 잘게 썬 국수일 것이고 산동의 이 만두는 발효된 만두라니 특산인가 보다.

이 거리에는 전국 각지의 다양한 서민 요리가 참 많다.


 

거리 한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다양한 동네 사람들의 아주 '긍정적'인 미소가 담겼으니 아주 계몽적이다.

 

이 거리는 자전거 유람도 가능하다.
하루 10위엔이니 싼 편이 아닐까 싶고 우리나라 '태극기'도 걸려 있다.

 

성인 오락실인 '치파이스'(棋牌室)이다.
장기나 바둑, 마작을 하는 곳이니 나이 든 어른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중국 길거리에는 이런 형태의 오락실이 많고 중국식 호텔에는 훨씬 고급스럽다.
특히 마작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길거리에서나 이런 오락실에서 자주 즐긴다.

 

북경 주변 관광지인 만리장성 등 1일 여행코스를 알선하는 여행사이다.
하루 120위엔이면 '파다링' 장성이나 명13릉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역시 이곳에서 숙박하는 외국인이 주 고객이겠다.

 

백발의 노인이 웃통을 벗고 앉아 있다.


 

자전거 대여점인데 한글로 쓰여있다.
이곳에 한국 배낭객들이 많이 오나보다.

 

이제 거의 '따스란씨지에'를 다 빠져 나온 듯하다.


마침, 여전히 배도 고프던 참에, 아주 마음에 드는 곳 하나를 발견했다.
일종의 '유스호스텔'인데 입구에 들어가니 오른편으로는 숙소와 식당이 보인다. '세계청년의 집'이라고 쓰여 있다.

 

왼편으로도 식당이면서 '빠'인 곳이 있어 들어갔다.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면서 좀 쉬어가야겠다. 너무 더우니 말이다.

 

실내는 외국인들만 상대하는 듯 장식이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이 동네 길거리와는 사뭇 다르다.

에어콘 바로 옆 긴 나무 탁자와 의자가 있는 곳에 앉았는데 도통 주문을 받지 않는다.
'푸우위엔'(服務員)을 부르니, 남녀한쌍 외국인 뒷자리에 있던 한 아가씨가 일어나더니 쳐다본다. 지금은 자기네들이 식사 중이니 30분 후에 주문하란다.

컥~ '뭐 이런게 다 있어'라는 표정으로 그럼 '맥주는 지금 주냐?' 했더니만 그건 된단다.
맥주 한병을 시켜 마시면서 담배도 피고, 카메라 뱃터리도 충전하면서 여행책자도 보고 있노라니 그 아가씨가 '차이단'(菜單)을 가지고 와서는 툭 던진다. '필요없어. 너라면 맥주 마시고 나서 밥 먹냐?' 라고 했더니만, 그냥 조용히 간다. ㅎㅎㅎ

한 시간 정도 시원한 곳에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더구나 충전도 많이 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5위엔 내고 나왔다.

 

아까 그 '세계청년의 집' 마당에 외국배낭객들이 많아졌다.
여행정보를 살피는 여학생 둘, 테이블에서 대화중인 다섯명 한팀과 기타치면 노래하는 한쌍, 뭔가 집어들고 있는 홀로여행객... 얼핏보면 '중국'이 아니다.

거의 1킬로미터에 이르는 '따스란씨지에'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재미난 볼거리가 많다.
서민들 거리에 틈을 비집고 언젠가 해외여행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을 것이고 오히려 이제는 여행객이야말로 없어서는 안될 생계의 중심이 되어 버린 곳이다.

덥고 지저분한 거리지만 터벅터벅,
그러나, 눈여겨 볼만한 것을 찾느라 바삐 걸었더니 아주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