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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과 만찬을 하면 참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긴다. 물론, 만찬내용에 따라 그 규모와 수준이 달라지긴 한다. 역시 만찬에서의 최고의 기준은 술이라 할 것이다. 어떤 술을 떡하니 내놓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에 임하는 자세와 기대치가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식사에 곁들이는 술의 종류에 따라 요리의 질도 함께 좌우되니 늘 어떤 술과 요리가 나오는 지가 관심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1월 중순, 중국 다거(大哥, 형)의 소개로 무송이 태어난 고향, 칭허(清河)에 갔다. 한 회사의 총경리(사장)와 동사장(회장)과 연이틀에 걸친 만찬을 겼어야 했다. 첫째 날 저녁과 둘째 날 점심은 회장의 아들인 사장과의 만찬이었고 둘째 날 저녁은 회장과의 만찬이었다. 회장과의 만찬이야말로 정말 기억에 남을 좋은 시간이었다.

우선, 술이 예술이었다. 한때는 중국의 8대 명주에 속할 정도로 고급 바이쥬(白酒)인 양허란써징뎬(洋河蓝色经典)이라는 술을 4병 마셨다. 굉장히 비싼 술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소비자가격이 600위엔(약 12만원)이 넘는다. 회장 자가용에서 가져왔으니 망정이지(그 동네 식당에서는 팔기 힘든 술) 식당에서라면 아마도 우리나라 돈으로도 한 병에 20만원이 넘었을 것이다. 이술은 난징의 명주로 유명하다.

명주들인 우량예(五粮液)나 마오타이(茅台)에도 버금가고 술의 목넘김이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워 48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마셨다. 칠순을 코앞에 둔 노인네 회장이 함께 건배를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즐거운 음주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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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바이쥬 마시는 주량은 가히 공포였다. 회사의 사훈이 '좋은 인물을 만들어야 좋은 상품을 만든다(好做人品,好做产品)'로 인상도 좋고 철학도 짜릿하지만 사람 사귀는 능력도 탁월하다. 통쾌하게 술을 주고 받는 성격이 호탕한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와인 잔에 바이쥬를 가득 담아 건배를 준비 중이다. 이날 저 와인 잔으로 10잔 정도 마신 듯하다. 아래 사진은 마지막 잔을 마시기 위해 준비 중이 모습인데, 술이 모자라서 반에 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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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이면서 만찬을 했던 칭허빈관이다. 촌스럽게 보이지만 식당요리만큼은 베이징 등 대도시에 버금가는 맛갈 있는 요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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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사장과 만찬 도중에 '한글넥타이'를 선물했다. 한글넥타이를 맨 중국 사장이 매우 기분이 좋다. 선하게 생긴 인상인데 위의 회장 친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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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와인잔에 바이쥬를 따르고 마시기도 하지만 조그만 잔에 한잔씩 부운 채 건배를 하기도 한다. 물론 동네마다 틀리다. 이 정도 와인잔을 그냥 한번에 건배하는 동네를 꼽으라면 산둥이나 하얼빈 지방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 와인잔도 중베이(中杯)이고 이보다 더 큰 다베이(大杯)로 건배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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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민물고기는 우창위(武昌鱼)인데 중국에서 가장 맛 있다고 소문난 것이다. 후베이 우창 지방 장강에서 잡히는 고기인데 꽤 유명하고도 비싸다. 주로 중국사람들은 찐 상태로 소스를 부어 상에 올린다. 단백한 생선살을 발려내 소스에 찍어서 안주로 삼고, 가끔은 밥에 부어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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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허는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지만 활발해보인다. 양모 생산유통 단지로 유명하기도 하다. 무송의 고향이어서 거리 이름도 무송의 이름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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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들렀다. 예상했던 대로 맥주를 마셔야 했다. 1인당 5병은 기본이다. 세팅된 식당 룸이 깔끔하다. 앞접시와 수저, 물잔과 술잔, 물수건 받침대, 재떨이가 잘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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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에 약간의 파를 썰고 참기름을 두룬 요리를 앞접시 위에 앞접시 위 공기에 넣어서 살짝 먹었다. 안주가 오기도 전에 이미 맥주를 따른 상태라 빨리 속을 채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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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서 나는 산채라는데 아주 쓴 맛이 난다. 그런데 뒤끝은 서서히 달콤하니 참으로 야릇한 맛이다. 소스로 접시에 뭔가 글씨를 써서 멋을 부렸는데 아무 밋밋하고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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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요리가 출동한다. 육해공군 다 등장이다. 고기와 야채의 조합, 볶는 요리가 참 많다. 요리 방법과 재료 등에 따라 그 이름도 워낙 많아서 일일이 기억하긴 힘들다. 요리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주문표를 보고 사진을 찍어둬야 하는데, 만찬자리에서 그렇게 궁상까지 떨기는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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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야채, 고추로 만든 국이다. 속 푸는데 참 걸작이다. 향도 강하지 않고 부드러워 시원하게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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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오면 꼭 접대하는 물고기 우창위이다. 이 물고기가 빠지면 접대했다고 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동네나 식당마다 요리의 코디네이션이 다 다른 것도 가끔 재밌는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앵두 하나가 놓여있는데 뜬금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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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매미가 등장이다. 중국에서 탈바꿈한 매미는 약용으로 쓰인다. 지난번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 특집에서 매미로 만든 공예품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매미를 신나게 먹었다. 맛 있어서가 아니다. 옆에 앉은 중국 아저씨가 '고단백(高蛋白)'이라면서 계속 먹으라고 접시에 올려줬기 때문이다. '고단백'이라는 말을 거의 열번 가까이 들었으니 아마도 열 개 이상 먹었으리라. 맛은 텁텁하다. 약간 고소한 듯 하기도 한데, 그 고소한 맛을 즐기기에는 이 매미가 생각보다 크다. 씹는 맛이 야릇해서 고소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주 좋고 비싼 것이라고 자주 말하는 것을 보아 드문 요리인 듯하다. 덕분에 맥주를 계속 들이켜야 했다.

2008/08/18 - 매미로 만든 원숭이? 뽀뽀하는 조롱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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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밥이나 면도 먹지만 만두나 빵도 즐긴다. 만두 속에 따라 다양한 종류, 이름이 있다. 대체로 만두는 지역 특색이 많이 반영되는데 산둥 지방 부근이라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아래 검붉은 듯한 빵은 밀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안에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다. 이런 종류를 별로 즐기지 않는데, 생김새와 색감이 전에 보지 못한 것이라 하나 입에 넣었는데, 맛은 그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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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과 일 때문에 가끔 만찬을 할 때면, 우선 술에 대한 걱정이 가장 앞선다. 일 이야기를 해야 하거나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므로 좀 신경 써야 하는 자리인데 입에 맛지 않고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원정경기라면 술에 대한 선택권도 많지 않으니 시작부터 기운 빠지는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싸구려 술을 내오거나 하면 처음부터 영 기분이 나지 않는데, 그때는 가능한 마시는 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맥주로 바꾸기를 애타게 연기해도 된다.

이번처럼 미리 좋은 술을 준비해서 온다거나 요리에도 신경을 쓴다면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풍부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매미 요리,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 맛이 입안에 돌고 있는 것이 아마도 다른 곳 어디에서도 자주 보기 힘든 요리이기도 할 뿐더러 고단백이라며 애써 나눠 먹으려고 접시에 담아주던 그 마음 씀씀이가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마시기 힘들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난징 바이쥬도 그 향과 함께 인상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