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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글로벌원정대원들과 함께 텐탄(天坛)공원에 갔다. 원래 일정은 바다링(八达岭) 장성이었는데, 바람도 몹시 부는데다가 시간도 넉넉하지 않아 가까운 곳으로 고른 것이었다. 5년만에 다시 갔는데 그 모습 별로 별할 리 없다.

'탄'은 제단으로 제사를 올리는 곳. 이곳은 1420년 명나라 영락(永乐)제에 건축됐으며 명청 양대의 황제가 하늘에 예를 올리던 곳이니만큼 그 품격이 높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유명하다는 것이 그만큼 관광객들의 홍수 속에서 둘러봐야 한다는 이야기니 고즈넉하게 문화유람을 즐길 기대는 다소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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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내부의 건축물들을 다 둘러볼 수 있는 통합티켓이랄 수 있는 롄퍄오(联票) 가격이 비성수기(淡 季, 단지)에는 30위엔, 성수기(旺季, 왕지)에는 35위엔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달 내내 공원을 산책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을 위한 위에퍄오(月票)가 있는데 15위엔이다.

함께 간 원정대원 중 편집장님(
페이퍼온넷)이 어린이는 공짜인데(儿童免费), 그 기준이 나이가 아니라 1.2미터(米) 이하(以下)라고 써 있는 것을 알고는 '참 합리적이네요'라고 한다. 그렇다. 중국의 대부분의 관광지에는 키를 기준한다.

한편, 70세 이상 노인이나 외국유학생을 포함한 학생 등은 증명을 가지고 오면 반값이다. 장애인과 함께 현직 및 퇴역 군인이나 무장경찰관도 증명할 수 있다면 공짜다. 이밖에 공짜인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누굴까? 바로 여행가이드들이다. 이들은 가이드 증명서를 가지고 있으면 전국 어디에서야 무사 통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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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문을 통해 들어갔는데, 바로 직선으로 서쪽방향으로 72칸 길이의 치스얼창랑(七十二长廊)을 기나가면 나오는 곳이 치녠뎬(祈年殿)이다. 롄퍄오에는 3곳을 입장할 수 있는 표가 각각 붙어 있는데 그 중 한 곳이다. 일행 중 한명이 이 치녠뎬을 들어가야 하는 표를 잃어버려 다시 치녠뎬 입장권을 또 사야했다.

이곳의 웅장하고 둥글면서 반듯한 건축물 모습은 중국 또는 베이징을 상징하는 홍보물에 자주 등장한다. 현존하는 중국 최대의 목조건물이라는 자부심까지 담긴 멋진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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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뚫린 사방을 둘러보면 가슴이 훤한 것이 아주 시원하다. 황제가 찾던 곳이니 주변 경관도 좋고 가로막히는 건물도 별로 없다. 이런 제단을 올리던 곳이 베이징에는 아주 많다. 그 중에서도 베이징 사람들은 '5개의 제단'이라 하여 '베이징 우탄(五坛)'이라고 한다. 옛 베이징 사람들은 '우탄바먀오(五坛八庙)'를 가장 숭고한 곳의 상징으로 여기고 자랑해왔다.  .  

황궁이 고궁을 중심으로 둥난시베이(东南西北, 우리는 동서남북이라고 하는데 중국은 동남서북의 순으로 말한다) 사방에 다섯 곳의 제단을 말한다. 톈탄은 고궁을 중심으로 동남 방향에 있다. 디탄(地坛)은 북쪽인 안딩먼와이다제(安定门外大街) 부근에 있고, 르탄(日坛)은 동쪽인 차오양먼(朝阳门) 밖 동남쪽에 있으며, 위에탄(月坛)은 서쪽인 푸청먼(阜成门) 밖 약간 남쪽에 있다. 이렇게 대부분 사람들은 천지일월로 명명했으니 우탄을 찾기 쉬운데 마지막 하나를 찾으라고 하면 난감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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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바로 서쪽에 붙은 중산공원에 가면 서지탄(社稷坛)이 있는데 꽤 유명한 편이라 이곳을 우탄 중 하나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틀렸다. 나 역시 아마도 종묘사직과 관련된 이름이니 당연히 포함되리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 우탄은 셴농탄(先农坛)이다. 셴농탄은 고궁 서남 방향인 융딩먼다제(永定门大街) 서편에 있다. 셴농탄은 농사를 처음 창조한 염제(炎帝) 신농씨(神农氏)와 땅의 신인 태세신(太岁神)에게 제사를 지내 풍요를 기원하던 곳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사방의 4곳의 제단만 알고 있는데 사각형보다 더 안정감 있게 다섯 군데에 제단을 뒀으니 혹시라도 '천지일월' 제단만 유명한 것으로 치부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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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녠뎬 북쪽에는 황쳰뎬(皇乾殿)이 있는데 평상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신위를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치녠뎬은 역시 멋지다. 파란 하늘인데다가 해가 지려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들이 더욱 조화롭게 자리잡은 듯 보인다. 긴 그림자를 남기며 치녠뎬을 한바퀴 돌아도 좋을 듯하다. 뒷모습과 앞모습 모두 그림자에는 그 윤곽은 없겠지만 그 사람의 본질이 사라지지 않듯이 세월이 지나도 명나라 영락제가 나라의 부강과 백성의 만복을 위해 제례를 하던 본성이야 긴 그림자처럼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역사가 곧 지식이고 힘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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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녠뎬은 본체 건물로 치구뎬(祈谷殿)이라고도 부르는데 명나라 영락제 때 처음 세워진 것이지만 지금의 본체는 청나라 건륭(乾隆)제 때인 1751년에 수건된 것이다.

꼭대기에는 도금된 바오딩(宝顶)이 하늘 향해 솟아 있고 파란색 류리기와와 붉은 색 기둥의 3층 원형 건물이다. 기본 구조는 목조벽돌이고 높이는 38미터, 직경은 32미터에 이른다. 곳곳에 용과 봉황 무늬가 양각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궁에서 볼 수 있는 황제의 상징들이 수두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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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녠뎬 남쪽 문으로 나서면 360미터에 이르는 긴 길이 나오는데 높이가 4미터로 높아 단비챠오(丹陛桥)로 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듯하다. 황제의 전용도로로 사용됐으며 왕이나 대신 등 등급에 따라 길의 구분이 있으며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다고 하는데 아주 미미한 차이라 발로 느끼기에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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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길이 끝나는 지점에 후이인비(回音壁)을 돌아가면 롄퍄오의 티켓 하나를 찟어 줘야 입장하는 곳이 나타나는데 황츙위(皇穹宇)이다. 사람들이 많아 한참 줄을 선 것이야 참을 만 했는데 막상 신위를 보관하는 장소 내부를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3곳의 문이 있으며 가운데가 높고 주변이 옆으로 처진 궁형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건축양식은 치녠뎬과 흡사해 보인다. 좌우로 페이뎬(配殿) 두 곳이 나란히 있는데 동쪽 건물에는 해와 북두칠성, 금목수화토의 오성의 신위가 있고, 서쪽 건물에는 달과 구름, 비, 바람, 천둥을 주관하는 신의 신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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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남쪽 끝에는 위엔츄(圆丘)에 이른다. 원형의 모습은 하늘을 상징하는데 3층 제단 형식의 모습을 띠며 겨우 5.17미터의 높이지만 아래 직경 54.92미터, 위 직경이 23.65미터로 커다란 원 3개가 동그라미 속 동그라미처럼 구성돼 있다. 한 층을 올라가는 계단은 각각 9계단이며 맨 위층 한 가운데에는 돌 하나가 놓여 있는데 이곳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기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공명으로 메아리가 생긴다고 하며 땅에서의 마음이 하늘에 닿는다고 여겨 톈신스(天心石)이라 불렀다.

이 돌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의 바위가 원으로 놓여 있는데 제일 안쪽에 9개의 돌로 하나의 원을 쌓았으며 9의 배수로 차츰 밖으로 새로운 원의 모양을 만들었다. 이 9의 배수는 바깥의 기둥이나 난간 등에도 그대로 적용돼 있어 쥬(九)를 '하늘의 수(天数)'를 상징하기도 한다.

톈신스 위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소원을 빌고자 사람들이 난리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쌀쌀한 날씨인데도 앞다퉈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도 핀다. 하늘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인지는 모르나 자신의 마음 속에 담았던 염원을 드러낸 사람들의 미소가 아닐런지. 남녀노소 신분이나 귀천을 떠나 모두 하나의 마음이 된 것인가. 하나의 마음이 곧 하늘의 그것이라면 평화와 평등이 이 땅에 존재할 것인데, 세상은 꼭 그렇지 않으니 이 낮디 낮은 '원형 언덕'인 톈신스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존재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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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도 꽤 많이 찾는 곳이다. 갑자기 십여명의 여행단이 우루루 몰려왔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아프카니스탄이다. 굉장히 멋쟁이들이고 눈빛도 꽤 이지적이면서 이국적이다. 특히, 맨 아래 사진의 젊은 연인은 둘 모두 새뽀얀 얼굴살결에 환한 미소를 지녀 아름다운 한쌍이었다. 사진을 찍자 포즈를 취하는 모습도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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