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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만큼 몸과 마음이 힘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비비안'님의 심양의 대학병원 사진과 글을 읽다가 문득 두가지 병원 에피소드가 생각났습니다.

1. 몇바늘 꼬매고 돈받아 낸 '웨이하이' 인민병원

처음 중국병원에 간 건 2003년 여름 산동성 '웨이하이'(威海)였어요.
당시 가족들 모두 여름 피서를 '웨이하이' 국제만 해수욕장에서 즐기고 있었지요. 참 좋은 모래사장과 깨끗하고 따뜻하고 깊지 않은 해변에서 신나게 놀았는데 문제는 해상낙하산을 타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어요. 해상낙하산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왜 낙하산에 몸을 묶으면 모터보트가 쾌속으로 달리면 붕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착지하는 것인데, 아시겠지요?

원래는 다른 사람이 타려고 했었는데, 무섭다고 해 이미 돈을 지불한 상태라
환불해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타게 됐지요. 바다 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작은 갑판에 서서 몸을 묶고 하늘로 치솟았더니 처음에는 무지 겁났지만 그런대로 새처럼 환상적인 공중체험을 하고 내려오는데 중국사람들이 제가 한국사람이니 놀리려 했는지 한바퀴를 다 돌아야 하는데 반바퀴만 돌더니 갑자기 급강하 하더군요.

     
-산동성 위해 국제만해수욕장의 낙하산
 

반바퀴만 돌게 되니 뒷바람이 부는데다가 예상하지 못하게 내려오니 착지에 불안할 수 밖에 없고
게다가 배갑판이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라 날카로운 나무에 부딪혀 발가락이 찢어지는 상처가 났지요. 너무 아파 잠시 멍한 사이에, 피가 솟는데도 빨간약을 바르라고 난리치면서 괜찮다고 그러더군요. 아파죽겠는데 말이죠.

게다가 그 더러운 약통을 보니 발랐다간 더 큰 문제가 생길 거 같아서
급히 같이 간 친구들 중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를 급히 부르고, 조선족 통역에게 빨리 주인 불러오라고 했더니만, 뭐 그런거 가지고 주인을 부르냐 약바르면 된다고 해 열이 더 받더군요. 안그래도 바가지 씌우고 50위엔인가 받는 걸 봐서 예상은 했지만 너무 한다싶어서 '당장 불러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라니 바로 조용히 달려가더군요.

주인부인이 달려와, 상처를 보더니 빨리 병원가자고 하면서 모든 건 자기가 책임지겠답니다.
자기가 봐도 상태가 여의치 않아보였고, 게다가 외국인이니 시끄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택시타고 시 인민병원이라고 제일 좋은 병원이란 곳을 갔는데, 시설이 좋아보이지 않았지요. 어쨋튼, 통역 빼고 친구가 직접 주인부인과 소독약과 꼬맬 도구를 사오더군요. 응급실 의사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고 말이죠. 대부분의 중국 병원 응급실은 가벼운 상처이면 환자 보호자가 약이나 수술도구를 사와야 하지요.

소독을 하고 바늘로 꼬매는 데 무지 아프더군요.
이를 악물고 참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친구가 아프면 소리치라고 해서, 소리를 지르려다 생각해보니 이거 마취도 안하고 꼬매는 거 아닌가요. 으악, '야 마취도 안하고 꼬매냐?' 했더니만, 의사는 중단하고 친구와 주인부인이 다시 뛰어가더니 마취약을 사오더군요. 이런 정말 이거 의사 맞아? 인간 맞아? 그렇게 다섯바늘을 꼬맸지요.

다 꼬매고 나니 좀 정신이 들면서 열이 슬슬 받더군요.
똑바로 착지만 했다면, 그런데다가 종업원, 통역들 모두 내 과실로 돌리려는 분위기... 비록 주인부인이 치료비도 내고 호의적이었긴 해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생각해서 친구에게 종이에다가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적어서 싸인하라고 시켰지요. 특히, 반바퀴만 돈 사실을 반드시 적으라고 했지요. 주인부인이 읽어보더니 이게 사실이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순순히 싸인하더군요.

그리고는 택시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지요.
주인부인을 데리고 오면서 '라오꽁(老公,남편) 오라고 했더니만, 5분만에 온 사장,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가 내 마누라 납치했어? 가만두지 않겠어!'라고 소리치고 난리더군요.

적반하장이군!

그때부터 장장 3시간을 싸웠답니다. 손해배상문제지요.
깡패같은 사장, 처음에 고래로래 소리치더니만 자기 '라오포(老婆,마누라)'가 싸인한 종이를 보더니 그리고, 급히 우리와 안면이 있는 방송국에 연락하고 방송부국장이 호텔에 있는 '공안'에게 연락하니 조금 수그러들고 협상이 시작됐지요.

사장은 '300위엔 주겠다, 그거면 충분히 치료할거다'
나는 '2000위엔 내라, 그거도 모자랄지 모르고 다시 중국 오기 어렵다. 내일 간다' 어떻게 됐을까요? 2시간 좀 지나니 '공안'이 양쪽 오가며 중재를 하는데 나에게 '웬만하면 1000위엔으로 그만 해라. 너같은 사람 처음 봤다' 은근히 협박을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1시간이 더 걸렸지요. 결국 1200위엔에, 싸인 종이 찢고 사장이 만든 종이에 싸인했죠. ㅎㅎㅎ

싸우는 동안 친구와 가족들에게 미안해 먼저 저녁 먹으라 했지요.
돈 받고 사장하고 악수하고 서로 덕담까지 하고 가보니 벌써 밥 다 먹었더군요. 보자마자 아들 왈 '아빠 이겼어?'

2.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간 친구, 기나긴 투쟁의 끝


작년 10월, 한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 무시한 돌진 차량과 충돌했지요.
새벽 2시경에 현장에 있던 또 한 친구가 전화가 와서 '민항'(民航)병원이라는 곳을 갔지요. 공중에 붕 떴다가 떨어졌다는데도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지요. 자전거는 바퀴가 작살 났는데도, 그 정도니 운이 정말 좋은 거죠.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치료를 받고 나왔는데,
사고운전사란 친구, 연신 웃으며 친한 척하고 '다행이다. 내가 치료 다 책임질게' 하더군요. 의사는 엑스레이를 쳐다보며 괜찮은 거 같으니 약 먹고 며칠 푹 쉬면 된다고 하는데, 환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스타일이어서 좀 실망스러덥군요. 엄청나게 많은 약을 주는데, 아무래도 교통사고 환자니 남은 약 다 팔 셈이 드러나더군요. 나중에 드링크형 영양제는 많이 남아서, 제가 뺏어 마시기도 했지요. 게다가 전문의에게 물어보니 굳이 먹을 필요가 없는 좋지 않은 약들도 꽤 있었지요.

하여튼, '웨이하이' 병원 사건을 기억하고 저를 부른 거 같은데,
저도 교통사고 처리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고 그저 사고운전사가 신분도 확실하고 연락처도 받았고 해서 조용히 지켜본 것이지요. 교통사고 신고도 자기가 하겠다고 하고 말이죠.

하루 지나니 환자가 몸이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해
다시 그 병원에는 가봤자 소용없을 듯해, 특히 사고후유증으로 머리가 아프다니 걱정이어서 북경에서 뇌 전문병원이라는 '티엔탄'(天坛) 병원으로 갔지요. 여러 사람들 의견을 들으니 미리 사고운전사에게 다른 병원 간다는 걸 이야기해야 한다더군요. 그 이유는 환자가 병원비나 약값을 먼저 지불하고 영수증으로 증빙한 후 사고운전사에게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지요. 좀 웃기는 거면서도 합리적이기도 하죠.

'티엔탄'병원은 엄청나게 환자들이 많아서 치료를 받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았어요.
유명한 의사들은 특진비가 200위엔에서 1000위엔도 하더군요. 그리고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그걸 미처 모르고 갔으니 진료를 받기가 힘들지요.

바로 옆에는 응급실 일반 의사가 진료를 하는 곳도 있는데,
그러면 빨리 진료 받을 수 있고 비용도 10위엔 정도밖에 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전날 '민항'병원과 다를 게 하나도 없으니 소용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급하게 사고운전사에게 연락하고 '중일우호'병원으로 가겠다 했지요.

다시 택시를 타고 이동했지요.
'중일우호병원'에 도착했더니 병원진료 마감시간이 다가오더군요. 같이 간 중국친구 한명이 데스크에서 이야기하는데, 병원 '푸우타이'(服务台) 여자 종업원이 영 시덥지 않은 일로 왔다는 표정, 마감시간인데 귀찮다는 거죠.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너희들 정말 이럴거야?' 라고 한국말로 소리쳤지요. 그랬더니만, 조금 높은 사람인가가 어찌어찌 해서 해결됐고 의사와 만날 수 있었답니다.

마음씨가 나쁘지 않은 의사이긴 한데, 이 정도 일로는 입원하거나 할 수 없고
엑스레이도 보니 잘 찍었고, 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교통사고라 후유증도 있고, 전날 '민항'병원을 믿을 수 없어서 왔다고 하니 괜찮은 병원이고 후유증이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거냐.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거라고 하면서 상태가 안좋아지면 연락하라며 명함주고 가더군요. 그리고, '민항'병원 약은 별로 안좋으니 여기 약을 사가라고 해서 또 샀지요. 어짜피 약값이야 사고운전사가 낼거니까.

나도 열 받는데, 환자는 거의 넘어가지요.
도대체 중국병원과 의사를 믿을 수가 없으니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병원과 의사를 믿지 못할 것까지야 없는데, 교통사고라 진정이 잘 안되는 모양이더군요.

이러는 가운데, 사고운전사가 '공안'과 함께 환자 집을 찾아오고
오해가 생겨 말다툼하고, '공안'은 중립이라면서 자꾸 사고운전사 편을 들어서 사고운전사가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하더니, 자기 과실이 아닌 환자 과실로 돌리려는거죠. 특히, 사고조사 차 온 '공안'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진술조서를 써달라고 했더니 그런 건 중국에는 없다고 하다가, 한바탕 말다툼하고 났더니 다음날 있다고 다시 와서는 썼지요.

이러던 차에 다시 한국병원을 하나 찾아서 입원했지요.
물론 사고운전사에게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하라고 하더니만 곧바로 전화 하더니만, 왜 한국병원 가냐, 왜 급수가 낮은 병원에 가냐고 난리를 칩니다. 그 이유는 큰 병원에서 받은 진료가 아니면 보험이 안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운전자 과실의 경우에만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네요. 즉, 사고운전사는 자기 과실을 환자 과실로 바꾸려고 잔머리를 쓴거고 그러다보니 진료비용을 자기가 다 부담해야 하는 꼴이 된거죠. 사고운전사 역시 교통사고가 처음이니 잘 몰랐던 겁니다.

그리고 중국에는 소위 교통사고 배상이란 게 거의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는 경우나 아주 심각한 중증 이상이 아니면 거의 배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사고나면 완전 개값만도 못하니 절대 중국에서는 교통사고나면 안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물론 재판을 할 수 있지요.

결국 한번도 병원을 찾아오지 않고 연락해도 전화 안받고, 서서히 본색이 드러나는 것이죠.
이럴 때 도움을 받으려고 한국대사관에 전화해도 소용없습니다. 담당 대사랑 통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직원과 통화해도 그저 '알았다, 원하는 게 뭐냐?' 정도니. 게다가 담당 공안이 환자에게 전화까지 친절하게 하지요. 너희 대사관에서 연락왔더라.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시간낭비, 감정낭비 하지 마시고 대사관에 전화하지 마세요. 이글 보는 대사관 직원들 저를 아주 좋아할 겁니다. 이런 귀찮은 전화는 안올거니까요.

택시비, 진료비, 약값, 입원비 등 제반 영수증 지참하고 교통사고로 인한 배상금 근거 만들어서
소위' 교통사고처리반'이란 곳을 같이 갔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똥 밟았다 생각하고 입원비나 받자는 심정으로
거의 한달만에야 거기서 사고운전자를 만났지요. 생판 처음보는 사람 대하듯 하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더군요.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죠. 이미 환자과실로 밀어붙여서 자기가 비용 지불해야 하니 '마판'(麻烦)하다는 거죠. 재수 없다는 겁니다. 정말 재수 없는 게 누군데 말입니다. 외국땅에 와서, 사고 난 거도 울분이고, 병원 돌아다니면서 설움이고 증거 찾는다고 애들 동원해서 사진 찍고 증인 '녹음' 따고 한 시간도 아깝고 말이지요. 참, 사고운전자가 적색신호에서 질주한 걸 증언할 증인도 찾았지요. 녹음까지 해주면서 증언해주겠다고 했는데, 다음날부터 증인도 연락두절이 되더군요. '공안'한테 이야길 했었거든요.

'공안'은 역시 중립, 환자에게 큰소리쳐도 가만 놔두지요. 같은 중국인이니까.
환자는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인간이 싫어서 끝까지 가자더군요. 결국 합의가 되지 않았고, 또 중국친구를 통해 판사에게 조언 받고 해서 재판까지 갔지요. 재판에서는 이것저것 다 조사하더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게 좋다고 하면서 배상금은 말이 안되고, 입원비 등 제반비용 포함, 약7000원 정도를 환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지요. 사고 후 무려 7개월만이지요.

그런데, 사고운전사가 사라졌어요. 의도적으로 안주겠다는 것이지요.
공안에 이야기했더니, 자기들은 나서서 찾아줄 수 없고, 환자들이 가서 찾아오라는 겁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절대 교통사고 나면 안됩니다.


이렇게 두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니 참 중국에서 살기 험난하다 생각이 드실 겁니다.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거의 혈투니까 말이지요. 병원이야기는 원래 피 보는 거 아닌가요. 후후

하여간, 중국에서 살기 어려워 제 나름대로 중국생활 잘하는 몇가지 원칙을 만들어봤어요.


* 중국 생활 중 사고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몇가지 원칙

1. 위험한 장소에 가지 말고, 위험한 시간에 놀지 말고, 위험한 사람과 만나지 말자


중국에 온 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 꼭 모험심을 발동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사고의 대부분은 위험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절대 명심할 사항입니다. 최근 택시운전사가 강도 및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위험한 조건에서 타면 조심해야 합니다. 밤 늦게라면 가급적 호텔에서 택시를 타거나, 다른 친구가 배웅하도록 하고, 중간에라도 친구에게 전화해서 서툰 중국말이라도 큰 소리로 '마샹 따오러'(금방 도착해)라고 하세요.


2. 중국사람과 다투지 말고 혼자 다니지 말자


시장에서나 길거리에서 중국사람이 잘못할 경우라도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현명한 방안이 뭔지를 찾으세요. 무조건 같이 소리 지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나쁜 결과만 초래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툼이 나더라도 중국사람은 믿지 마세요. 중국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싸울 상황까지 된다면 그 주변은 그렇게 썩 좋은 곳이 아니니 말이지요. 남 싸운는 것에 일절 참견하기 싫어하고 지켜만 보는 중국사람의 성향이 있습니다.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낮에는 그렇다치더라도 밤에는 가급적 늦게까지 혼자 다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의 명절 직전에는 혼자 다니는 외국인이 범죄의 타깃이 됩니다. 1년 전엔가 연수 온 대학생이 이상한 술집골목을 갔다가 사로잡힌 후 돈을 요구하니 없었지요. 마침 여권을 빼앗고는 언제까지 돈 얼마를 가져오라 했는데, 신고도 못하고 차일피일하고 약속시간이 지나니 그 대학생을 찾아서 죽여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심양의 한 한국40대 여자도 작년 은행에서 돈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따라온 강도에게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3. 교통 신호를 절대 믿지 말자


우리는 이미 낮이건 밤이건 빨간불, 파란불에 익숙해있지만, 중국은 아직 그렇지 않아서 차량과 사람이 눈치를 봐서 움직이는 편입니다. 특히 횡단보도 건널 때는 주의해야 하며, 자전거 타고 건너는 일은 절대 피하세요. 혹시 사고가 나게 되면 정말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공안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증거로서 효력이 떨어지는 측면과 사고로 상처가 나거나 위급할 경우 빨리 병원으로 가야하는 상황과 서로 모순되니 말입니다.


4. 사건 사고가 많은 사람을 한두명 알고 지내자


한국사람들도 중국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잘못 도우면 역효과도 발생하고 실리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남일처럼 돕는다는 게 외국에서 쉽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으니 평소에 중국생활이 오래 됐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거나, 사건사고 발생시 처리방향에 노하우가 있는 사람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사고가 났을 때 처리되는 시스템을 이해시켜 주고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도록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만 아프고 질질 끌어서 중국이 싫어지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건 정말 가슴아픈 일이지요.


5. 남자는 중국여자, 여자는 중국남자와 신중한 연애를


중국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잘못된 '연애사업'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거야 만났다 헤어질 수 있는데, 한번 데리고 논다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중국사람들은 남녀 불문하고 배신당하면 복수합니다. 심하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 심하게 복수하지요. 특히 젊은 남학생이나 총각들은 한번 새겨볼 일입니다. 올해 코리아타운 왕징에서 한국사람이 중국사람들에게 칼에 맞고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리고 언론에서는 아무 이유없는 묻지마 폭행이라고 떠들석했었지요. 제 생각은  청부 폭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중국사람도 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아픔과 열정을 지닌 똑같은 사람이니 존중하면서 신중하게 사랑하면 됩니다. 그리고 가급적 한국사람끼리 사귀는 게 좋습니다.


6. 중국 공안을 잘 아는 게 중요


위급한 상황이면 당연히 '공안'을 불러야 합니다. '공안'을 부른다고 협박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중국사람들도 '공안'을 매우 두려워 합니다. 신고 전화가 '110'이니 언제든지 전화를 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말이 안통하면 심각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신고능력이 있는 사람과 같이 다녀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여자분이 택시를 탔는데, 이상한 곳으로 자꾸 가길래 핸드폰에 '110' 찍은 걸 보여주면서 차문을 열고 '세울래 전화할까?' 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용기인데, 그 정도 용기를 안내면 정말 위험하지요. 그런데, '공안'은 사건발생 전이나 발생 직후에는 힘이 되지만, 어떤 면에서는 큰 힘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신고를 했다 해도 '공안'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네덜란드 학생이 술먹다가 중국여자와 눈이 맞았는데, 화장실에 그 여자랑 같이 갔다가 오해로 여자의 중국남자친구에게 얻어맞았습니다. 바로 신고를 했고 '공안'이 왔는데 오자마자 네덜란드 학생 일행이던 한국사람들에게 여권과 비자 조사부터 했다는 것입니다. 말참견한 덕분이지요. 이제 왜 중국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않는지 아실 겁니다. 중국 '공안'은 대부분 훌륭한 경찰일 것입니다. 그러나, 돈에 약하니 믿을 수 없지요. 꼭 사건 사고가 터지면 그 많은 훌륭한 경찰은 없고 꼭 한두명 나쁜 '공안'만 나타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7. 최대의 적은 술


술을 마시지 않고 중국에서 버티기란 참 어렵습니다.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외롭기도 하거니와 싸기도 하니 점점 술이 늘지요. 중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술로 인해 실수를 하거나 사고가 나거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심해서 마시고 충분히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서 취하니까요. 그런데, 제일 위험한 사람이 유학생과 출장온 사람일 것입니다. 학생들은 공부도 공부지만, 중국에서는 '중국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아마도 10배는 더 자주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메인티엔완상 허쭈이러'(每天晚上喝醉了, 매일 밤 술 취하네)이라고 중국어 선생들이 한국학생을 비꼬겠습니까. 또 한 경우는 출장온 사람인데, 일단 집에 귀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종종 실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수 정도면 상관이 없지만 사고라도 난다면 큰일입니다.


8.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자


중국은 외국이니 몸을 중시해야 합니다. 잘 먹고 운동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음식을 잘 못먹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갖가지 중국음식에 다 관심을 가지고 편견없이 적극적으로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중국음식을 잘 못먹는 사람은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특유의 중국 향에 빨리 적응하지 않고 중국에서 살며 일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또한,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비전을 만들어내고 성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시간을 쪼개어 취미생활을 많이 만들어야 하고 중국에 관해 한 분야라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책을 읽고 신문 보고, 자료도 찾고 하길 조언합니다. 중국전문가는 없습니다. 중국 속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하나의 분야에 전문가라면 그 사람이 바로 전문가입니다. 그런 전문가들이 많이 모여야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건전하게 사는 것입니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면 사건 사고에 휩싸일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혹시 긴급한 일이 발생하면
ㅇ 주중국 대사관 영사부 비상전화 : 1360-111-7474
ㅇ 주중국 대사관 당직 비상전화 : 1360-103-0178
ㅇ 주중국 대사관 영사부 대표전화 : 6532-6774~5 로 연락하세요.


지금까지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병원 에피소드가 생각나 몇자 적어본다는 게 무슨 거창하게 '원칙' 어쩌구저쩌구 했습니다. 중국에서 열심히 생활하시는 선배 분들에게는 별로 중국도 모르면서 아는 척했지 싶어 영 송구스럽고 낯 뜨겁습니다.

다만, 중국에서 막 살기 시작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 아주 작은 정보라도 된다면 기쁠 것입니다.

글|사진^여우위에 newonoff@한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