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북경에 온 한국사람 중에 이 시장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어쩌다가 짝퉁의 대명사가 된 지 모르나 '시여우쉐이'는 어쩌면 '중국'을 상징하듯 우리 뿐 아니라 외국인들 모두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사실이지요.


지금은 번듯하게 대형쇼핑몰처럼 건물이 들어섰지만, 2년전만해도 완전 길거리 노점상과 다름없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전 세계 유명브랜드는 다 있으니 처음 가면 사람들 모두 놀라게 되지요.


더구나, 제품의 질도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 수십,수백분의 일 가격으로 명품을 산다는 '착각'에 기분이 마냥 좋아지기도 하지요.


저도 이곳을 자주 찾게 됩니다. 옷,시계,신발,보석 순으로 관심이 많은 한국사람들과 가지요. 그런데, 가격도 깍아줘야 하다보니, 자연스레 노하우가 생겼지요.


최근에는 종업원들이 한국사람들을 아주 싫어하지요. 왜냐하면, 한국사람들은 물건값에 대해 인터넷이나 주위사람들로부터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소위 '바가지' 가격으로 팔 수 없으니 말이지요.



'秀水街'라고 빨간 간판이 눈에 잘 띕니다. 더구나 맞은편이 북경에서 가장 중심거리인 '창안지에'이고 교통량이 많으니 아주 명당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중국비단'과 '세계보석'은 다 있다는 뜻으로 현수막을 시뻘겋게 걸었으니 이곳이 바로 '실크시장'이지요. '실크시장'이란 말로 더 유명한 '시여우쉐이'가 바로 리모델링 쇼핑몰 성공사례이며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니 시장 입구가 온통 세계적 브랜드커피 가게로 자리를 차지했네요. 여자들의 경우 쇼핑시간이 비교적 기니, 기다리는 동안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말이지요. 맥주도 파니 시원하게 마시다보면 한병두병 쌓이겠지요. 좀 비싼 편이니, 자제해야 합니다.



외국인들에게는 환상적인 쇼핑의 천국입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 아마도 반 이상은 외국인이니 말이지요. 세계 각국 사람들이 다 모입니다. 베이징에 세계인들이 다 살듯이 말이지요.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 각지 사람들이 모두 한아름씩 신나게 물건을 사들고 왔다갔다 복잡한 곳이지요. 단연 한국사람들도 그 대열에 당당하게 서있지요.



4층에는 특히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시계 가게가 한줄로 길게 늘어서 있지요. 로렉스부터 없는 게 없습니다.


중국종업원의 특징을 먼저 이야기해 보려고요. 우선, 한눈에 손님이 어느 사람인지 간파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국어실력과 이곳 방문실적(?)을 파악하고 본능적으로 최초 호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아무리 변장하고 치장하고 연기해봐야 소용없지요.


판매가격이 천차만별이니 물건값 깍는 방법도 가지각색이겠지요. 한국사람들은 호가의 2~30%로 사면 잘 산 거라 하는데, 그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종업원의 판단을 중심에 놓고 파악하는 것이니 그렇지요. 호가가 올라가면 비싸게 사게 되고, 호가가 낮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니 말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이 판매될 수 있는 '최상의' 가격을 미리 알고 있거나, 아는 사람에게 정보를 얻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들의 눈치 코치를 봐가면서 기분 좋게 사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시계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대체로 100위엔 주고 사면 기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아마도 처음 이곳에, 만약 혼자 갔다면 거의 1000위엔 이상 부를 겁니다. 300위엔에 샀다고 좋아하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왜냐하면, 그 시계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1년 간다면 아주 훌륭한 '명품'입니다.

 


보석가게입니다. 저는 진주를 비롯해 보석에 관심이 없고, 또 가격도 잘 모르니 할말이 없네요. 다만, 어짜피 가짜이니 무지무지 싸게 느껴지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참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네요.


몇년전에 제가 아는 한국사람이 신용카드로 한국돈 50만원을 긁었더라고요. 이미 샀으니 그 사람에게는 아무 말 안했지만, 제가 배가 아파서 며칠간 잠이 다 안온더라고요. 통역이 '진짜'라 하니 믿었고, '진짜'라면 터무니 없이 싸니 당연히 기분 좋게 샀을 것이니 그 사람이야 마음이 편했겠지만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열 받네요. 조선족 통역이 아마 시계 10개는 샀을 겁니다.


중국 종업원들의 대단한 능력은 바로 이것입니다. 물건에 대한 설명에 대해 아주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세일즈맨으로는 아마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도 자신만만하게 진품 이상으로 소개하고 홍보하니 깜박 속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정말 사고 싶으면 절대 물건에 대해 반하면 안됩니다. 일절 티를 내지 않고 가능한 흠집을 찾아야 합니다. 없더라도 '내가 보기에 여기가 좀 문제다'고 계속 몇번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조금은 대등하게 협상이 가능하지요.



'SILK CARPETS' 화살표를 따라가면 온통 비단길입니다. '비단장수 왕서방'이 생각나긴 하는데, 비단값 잘 모릅니다. 나중에 비단 사는 사람 있으면 노하우를 챙길 수 있긴 하겠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비단머플러 아주 좋은 것도 20위엔이면 사니 알고 계세요.



지금부터는 물건값을 깍는 요령을 말해보려 합니다. 여기는 진짜와 거의 똑같은 지갑 가게입니다. 진열이 이쁘게 잘 되어 있네요. 우선, 아무리 물건이 좋아보여도 스스로 이건 그래도 '값싼 가짜야'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종업원마다 조금 다르지만, 가게에 들어서면, 요즘은 좀 튕기는 편입니다. '우리 가게 물건 좋지? 한번 골라봐' 뭐 이 정도 느낌이 들 정도. 그러다가 물건에 관심을 보이면 서서히 작업이 들어오는데, 아주 좋은 물건인데 볼 줄 아네. 이거 '루이뷔똥'이야...이럴 때 중국말을 모르면 더 좋습니다. ㅎㅎ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회사동료에게 지갑을 선물하려면 아마도 5개에서 10개를 사야 하지요. 우선, 둘러본 후 대충 물건을 선정한 후 그 중 하나에 관심을 보이고 가격을 물어보지요. 아마 지갑 하나에 500~700위엔 정도 부를 겁니다. 심할 경우 그 이상도 부르지요.


너무너무 비싸다고 하면 얼마면 사겠냐고 하지요. 한번 더 너무 비싸서 못사겠다고 하고, 물건도 다시 한번 골고루 흠집을 찾는 시늉을 한 후 50위엔을 부르지요. 그럼 종업원이 웃지요. 웃으면서 안판다고 하면 정말 낭패이지만, 뭐 다른 똑같은 가게도 엄청 많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그러나, 종업원의 판매가격, 즉 1원이라도 남을 것같으면 이 물건이 어떤 건데, 다른 사람들은 다 150위엔에 사간다 뭐 그러면서 '사기'치지요. 그런데 사가는 사람이 정말 있으니 '사기'는 아니지요. 하여간, 팔 관심이 있으면 살 관심도 있다고 티를 내면서 그래도 비싸다고 하세요. 그럼 100위엔까지 내려올 겁니다.


그래도 비싸다고 하면 그럼 얼마면 사겠냐고 하겠지요. 50위엔이라고 또 우기세요. 그래도 안팔면 그냥 물건 내려두고 나오세요. 그런데, 다시 부르면 못 이기는 척하고 다시 가서, 50위엔에 주겠다고 하면 다시 물건을 두루두루 보세요. 무조건 작은 흠집이라고 하나 찾아서, 그런데 이게 좀 문제(기능이나 디자인)여서 고민이라고 하세요. 선물할 건데 큰일이네 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면 몇개 살거냐고 하겠지요. 더싸게 주면 5~10개 사겠다고 해보세요. 당연히 이 가격도 무지 싼 가격이라 할 겁니다. 그러나, 이미 팔 생각이 철저한 종업원은 어떻게 해서든 팔려고 달려들 것이니, 5개에 200위엔으로 하자고 하세요. 아마 안될 가능성이 더 많지요. 그럼 11개에 450위엔은 어떠냐고 하세요. 안된다고 하면 또 그냥 나오세요. 될 겁니다. 나왔다가 들어가면...왜 11개냐고요? 이전에 40위엔에도 산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물건품질은 조금씩 다르긴 할 것입니다.



옷가게나 가방가게도 다 비슷비슷합니다. 가격흥정도 그렇고 종업원 태도도 그렇고. 단 주의할 점이 하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건 종업원들과 가격흥정 때 '오케이' 사인을 한 후 절대 가격을 또 깍으려 하거나 사지 않거나 하면 욕을 엄청 듣게 된다는 점이지요.


이건 중국 종업원들의 특이한 성향인데, 상술에서 구두계약도 중시하는 것 때문으로 보입니다. 산다고 했다가 안사면 사람취급 안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중국말을 못하면 욕도 합니다. 말은 몰라도 느낌으로 아니 싸우지요. 싸운다고 우리 편 하나도 없습니다. 욕했다고 경찰 부를 겁니까. 경찰 불러도 오히려 바보되고 맙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종업원 편이니 말이지요. 거기서 더 광분하면 잡혀갑니다. 가끔 그러는 한국유학생들 많이 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쳐 단골을 확보하는 게 좋지요. 시간도 줄이고 기분도 좋고 그렇지요. 다만, 첫거래에서 최대한 좋은 가격으로 흥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종업원이 농담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마라'라고 하면 그곳은 바로 단골가게가 되는 것입니다.


단골가게를 만들 때 종업원이나 주인의 성품이나 인상을 먼저 봐야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친근하게 하고 무례하게 하면 단골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초 물건 흥정에서도 억지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뿐아니라, 앞으로 자주 올 사람이라는 느낌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명함을 꼭 받아오면 됩니다. 하여간 1분만에 물건을 사고 간 사람도 기억하는 놀라운 장사꾼들이니 대단하다고 봐야죠.



'시여우쉐이'에는 이런 관광상품도 팝니다. DVD 가게도 있고 골동품 가게도 별도로 있습니다. 예전에 제 아들이 관우를 너무 좋아해, 관우조각상을 참 많이 샀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관우상 하나에 100위엔씩 주고 샀던 게 후회됩니다. 그러나 그때는 참 싸다고 생각했지요.


'시여우쉐이'가 짝퉁 시장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원가 10위엔짜리 물건을 500위엔, 1000위엔으로도 팔릴 수 있는 곳, 가짜 진주는 4000위엔 이상(50만원)도 팔리는 시장, 과연 중국인들에게는 천국이겠지요.



'시여우쉐이' 시장은 지하1층부터 4층까지 골고루 여러 상품이 있지요. 짝퉁의 대명사가 언제쯤 그 악명을 벗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2008년 전에 새로운 시장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지만, 가게마다 세계적 유명 브랜드 수십가지는 팔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있긴 해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곳이니 과연 과거의 흔적으로 사라져 갈지는 두고 볼 일이겠지요.

글|사진^여우위에 newonoff@한메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