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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학생과 함께 신라문화체험을 떠나다

 

지난 5월 31일 1박 2일 동안의 신라문화체험에 중국유학생 2명이 동참했다. 한중비즈니스포럼 회원의 신라 여행에 함께 나선 리민과 옌옌. 고려대학교 대학원 졸업예정인 두 중국여학생은 천년 전 신라 역사의 현장 경주로 가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뛴다고 했다.

 

리민(李敏)은 산둥(山)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다. 26살로 한국에서 벌써 5년이나 공부했으며 한국어교육을 전공했다. 옌옌(彦)은 전형적인 상하이(上海) 사람으로 리민과 함께 이번 학기에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다. 24살인데 3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했으며 한국과 중국의 신조어를 비교하는 논문을 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리민

사용자 삽입 이미지옌옌

모 일간지 이국장,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두 회원과 함께 여섯 명은 두 중국여학생의 졸업 기념 여행을 겸해 신라체험을 함께 한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두 중국 학생들이 과연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어떤 관심과 흥미를 느낄 지 매우 궁금했다.

 

아침에 출발한 우리는 4시반 30분 만에 경주에 도착했다. 한 한식부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반찬이 무려 80여 가지 이상이나 되니 아마도 한국반찬을 이렇게 많이 한꺼번에 본 적은 없으리라. 맛도 좋아 포식했다. 리민과 옌옌도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다. 벌써 한국사람처럼 입맛도 닮았나 보다. 너무 많으니 우리 모두 식성과 입맛이 다 드러난다고 하며 웃었다.


천마도장니와 곡옥에 관심
 

먼저 찾아간 곳은 대능원 안에 있는 천마총. 천마총은 1973년에 발굴된 신라 고분 중에서도 출토된 유물들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대능원 입구

특히, 금관도 그렇지만 말 안장 옆에 자작나무로 만들어 장식한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에 리민과 옌옌은 큰 관심을 보였다. 약간 흐릿해보이지만 분명 천마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용도가 무엇인지 질문이 많았다. 신라귀족들의 귀걸이 장식인 곡옥(曲玉)에 대해 리민은 인상적이라고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천마총

천마총의 한자 중 중국 간자체에서 흙토(土) 변이 하나 더 붙어있는 총(塚)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천마총에는 중국 조선족 동포 통역가이드가 있어서 중국말로 설명을 들었다. 이 귀족 능이 베이징에 있는 명십삼릉에 비해 엄청 작지만 꽤 훌륭한 유물들이 많다고 설명해주었다. 두 학생은 명십삼릉을 가보지 못했다고 하니 그 비교가 어렵긴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무사이로 보이는 천마총

천마총을 보고 나오는데 청설모 한 마리가 낯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재롱을 핀다. 귀엽다며 웃던 둘은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방금 본 천마총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물어봤을까 아니면 서로 찍어준 사진을 보며 즐거워했을까.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첨성대에서 스촨 지진을 떠올리고

 

천마총을 나와 들판에 쌓인 고분 군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첨성대로 가는 길이다. 날씨가 꽤 더웠지만 중국과 꽤 달라 보이는 신라문화가 흥겨운 가 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신라고분군

첨성대에는 중국어 통역서비스가 없다. 우리말로 듣는 설명인데도 대체로 잘 알아듣는 듯하다. 어느 정도 이해하냐고 물으니 거의 대부분, 95% 이상이라고 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에 대한 설명이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았는데 대단하다.

특히, 지진에 강한 첨성대의 건축구조를 이해하고 그 동안 한번도 보수하지도 않았는데 완벽한 지금의 형태에 놀라워했다. 스촨 지진 이야기를 하며 약간 슬픈 표정을 짓는 착한 학생들이기도 하다. 더구나, 함께 간 이국장이 스촨 지진 성금으로 100달러를 냈다고 했을 때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첨성대

사용자 삽입 이미지첨성대

벽돌처럼 돌로 쌓은 탑, 중국에도 있을까

다시 차를 타고 분황사 앞에 도착했다. 현판 한자가 아주 멋지게 쓰여서인지 아니면 어려워서인지 무슨 ‘황사(皇寺)’인지 물어본다. ‘분(芬)’이라고 하고 다시 보니 쉬운 한자인데 처음 보는 사람은 얼핏 보면 약간 헷갈릴 듯하긴 하다. 입구에서 리민과 옌옌에게 그림자를 앵글에 넣어서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니 너무 신기한 듯 열심히 찍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분황사 입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분황사 석탑

분황사지 석탑 앞에서 우리말로 10분 이상 설명을 듣고 있다. 돌을 벽돌처럼 쌓은 모양도 그렇지만 탑 앞을 지키는 사자 조각상도 그들에게는 흥미롭다. 벽돌처럼 쌓은 탑을 모전석탑(模磚石塔)이라고 하는데 중국에도 있을까. 리민과 옌옌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탑 앞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사진도 찍는 게 너무 신난 듯 즐거운 옌옌. 대종각 목어(木
) 앞에서 미소까지 담으려는 리민. 모두 점점 신라가 좋은 가 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분황사 석탑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목어와 옌옌


동영상 : 천마총, 첨성대를 거쳐 분황사까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감은사지에서

 

천마총, 첨성대, 분황사를 보고 우리는 차를 달려 감포 바다로 향했다. 고불 산길을 따라 가다가 감은사지 앞에 섰다. 해가 서서히 지려는 듯 정갈한 차림으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3층 석탑의 모양이 연신 산뜻해 보이는 가 보다. 쌍탑의 형태는 중국에는 드문 편인데 보수중인 서탑이 하루빨리 모양을 드러내면 더욱 찬란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감은사 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감은사 탑

사용자 삽입 이미지감은사 탑

동탑을 배경으로 한참 동안 사진을 찍는 리민과 옌옌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회원들은 신라의 공예품을 샀다. 한국에 와서 공부한 것이 기특하기도 했고 졸업을 하고 이제 돌아가야 한다니 아쉽기도 해서 기념품을 선물한 것이다. 석탑을 배경으로 선물 증여식도 찰칵 사진 찍고 다시 이동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포럼이 주는 선물을 받는 리민

바닷가에서 신이 났다

어느덧 파도소리 출렁이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모래를 밟으며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수중왕릉인 문무대왕릉을 보노라니 그들도 행복한 표정이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의 염원이 담긴 바위 위에는 역사의 깊이를 재려는 듯 바다 새들이 조용히 앉아 있다. 비록 다가가기는 힘들지만 영상으로 다가가 보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문무대왕릉

사용자 삽입 이미지바닷가 모습

둘이 너무 즐거운 듯해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옌옌은 행복한 느낌을 재롱으로 담았고 리민은 언니답게 옛 고대문화가 풍기는 분위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에게 비록 문무왕의 삼국통일과 신라 천년의 역사를 다 말해주지는 않았어도 그저 바닷가 정취만으로도 신라와 함께 했음을 우리는 같이 느끼고 있었다.

 

점심 먹을 때 너무나도 우리 음식을 좋아해서 생선회를 먹을 줄 아냐고 물었더니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회를 먹는 중국사람은 기본적으로 없다. 다만 일부 소수민족이나 최근 우리와 교류가 확대되면서 배우게 된 경우, 한국에 유학 온 학생의 경우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저녁을 감포 바닷가 회집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회 먹고 졸업 축하 노래 불러주고
 

한적한 회집 앞은 백색 가로등이 분위기를 돋우고 있고 파도가 육지를 때리는 소리도 높았다. 분위기는 낭만인데 그들의 표정은 한껏 이 저문 바닷가의 정취야말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회를 먹으며 마침 월드컵 예선전 요르단과의 서울 상암 경기를 함께 봤다. 비록 무승부로 끝나 아쉬움이 컸지만 지루한 공방전 사이사이 우리는 중국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감포 한 회집 앞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생선회 차림

사용자 삽입 이미지<신라의 미소>를 선물 받은 리민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두 학생의 졸업을 축하하는 만찬을 했다. 주니비예콰이러(祝你毕业, 졸업을 축하해요!) 노래도 불러주고.

동영상 : 감은사 거쳐 문무대왕릉 바닷가 회집과 졸업 축하노래

 



세계문화유산 석굴암에서 감로수도 마시고
 

6월 1일 다음날이다. 세계문화유산 석굴암과 불국사를 보기로 했다. 석굴암과 불국사가 하나로 묶인 것을 포함해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이 7곳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35곳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물론 자연유산을 합치면 이보다는 훨씬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석굴암 입구에서

석굴암으로 가는 등산로를 따라 10여분 걸으니 감로수 약수 앞에 사람들이 많다. 한 움큼 떠 마시는데 밋밋하고 특별한 맛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맛이 어떠냐 물으니 티엔(), 달다고 한다. 땀을 내고 걸었으니 달게 느껴진 것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석굴암 감로수를 마시는 리민과 옌옌

10여명의 초등학생들을 인솔한 한 선생님의 석굴암 설명을 한참 들었다. 예수님의 제자는 열두 제자, 부처님의 제자는 열 제자라는 것도 알게 됐다. 석굴암 안 본존불 주위에는 열 제자뿐 아니라 금강역사, 사천왕도 있고 관음불, 팔부신중 등 품격이 남다른 훌륭한 석굴 그 자체이다. 내부에 촬영이 금지돼 있기도 하고 유리를 뚫고 봐야 하지만 감동이 솟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석굴암 수광전에서 옌옌

사용자 삽입 이미지석굴암 수광전에서 리민

수광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아래로 내려오니 기와불사가 잔뜩 많다. 리민과 옌옌도 신기한 듯 보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의 모든 언어가 다 전시된 듯한 검은 기와들이 줄줄이 놓여있으니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전 세계 언어가 다 있는 기와불사

진정한 신라의 문화를 배운 불국사


신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석굴암의 은은한 산사의 풍경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한결 좋다. 다시 불국사로 옮겨 가니 사람들이 아주 많다. 천왕문 앞에는 종이우산을 든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 저 우산은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거야’ 라고 하니 리민이 ‘컨딩스(肯定是)’라며 인정한다. 작년 중국 우한(武
) 황허러우(黄鹤楼)에 갔을 때 저런 우산 참 많이 봤다고 하니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곳곳을 다닌 것을 꽤 부러워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불국사 입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천왕문 앞에서 종이우산을 든 아이

불국사로 들어서서 우리말 설명을 해주는 가이드에게 ‘그렝이공법’을 배웠다. 청운교와 백운교 양 옆에 쌓은 돌들이 사실은 굉장히 고도의 기술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것에 옌옌은 놀라는 눈치다. 서로 엇갈리며 꽉 짜인 건축기법이 아주 지진에 강한 구조란 것에 대해서 말이다. 경주에 몇 번 가기는 했지만 사실 나 역시 불국사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불국사 그렝이공법을 배우다

극락전에 이르니 사람들이 복돼지 상을 마구 주무르며 만지고 사진을 찍고 그런다. 리민과 옌옌도 극락전 현판 뒤에 숨었다가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채 발견된, 은은한 색감으로 은밀하게 숨었다가 천하 밖으로 탄생한 복돼지를 보고는 감탄한다.

 

역시 불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웅전이다. 대웅전 앞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쌍탑으로 서 있는데 리민과 옌옌이 그 탑의 철학과 역사를 얼마나 잘 느끼고 가는 지 궁금하다. 리민은 불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좋은 느낌을 준 것이 바로 이 두 탑이라고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석가탑과 다보탑

사용자 삽입 이미지리민

사용자 삽입 이미지옌옌

사용자 삽입 이미지대웅전

대웅전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관음전이다. 관음전에서는 대웅전도 다 드러나고 다보탑의 정교한 멋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도 밝혔듯이 사진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각도라 했듯이 무엇보다도 대웅전을 중심으로 단청구조와 은은한 색으로 조화로운 신라의 멋과도 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리민과 옌옌도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칭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음전에서 본 외국인들 모습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음전에서 본 대웅전

비로전을 돌아가니 아이들이 돌탑을 쌓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돌 쌓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아이들이 신라의 정서와 닿기를 바라는 듯하다. 내가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 사이에 리민과 옌옌이 사라졌다. 급히 되돌아 내려가니 웅장한 청운교 백운교 앞에서 마지막 아쉬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음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음전 입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음전 옆에서 리민과 옌옌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음전에서 옌옌

사용자 삽입 이미지관음전에서 리민

사용자 삽입 이미지돌탑 쌓는 아이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한전

옌옌은 그렝이기법이 참 기억에 남는 듯하고 리민은 다보탑과 석가탑을 ‘둬바오타(多)과 스쟈타(石伽塔)’이라 중국어로 말하며 가장 인상적이라 했다. 중국어로 물어봐서 중국어로 대답했겠지만 우리의 신라 문화의 상징이 두 탑을 정확히 발음하며 말하는 것에 나 역시 참 기분 좋은 인상을 받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토함산 불국사


동영상 : 세계문화유산 석굴암과 불국사
 


 
1박2일의 짧지만, 긴 역사를 훑어본 리민과 옌옌. 이제 한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베이징과 상하이로 각각 돌아가겠지만 우리 문화의 향기를 마음 깊이 담는 시간을 함께 한 것이 참 기뻤다. 중국문화를 체험하듯 중국사람들도 우리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더 많은 중국사람들이 우리나라 곳곳의 문화와 자연, 생활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오랜 역사만큼 오해와 질곡, 유치한 말장난과 험담도 있기는 하지만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 보는 건강한 시각이 서로 필요하리라.

 

이번 여행으로 중국 학생들의 밝은 시각을 알게 된 듯해 참 흐뭇했다. 포럼을 통해 작은 인연으로 알게 됐지만 중국 학생들의 우리나라 공부를 축하도 해주고 함께 문화체험의 자리도 마련했던 것에 보람도 느낀다. 한중비즈니스포럼 회원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와 비전이 만든 소중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