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BS 올림픽 개막식 보도, 심히 유감

난 29일 SBS 8시 뉴스는 '단독'을 강조하며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장면을 보도했다. 중국 매체 상황을 어렴풋하게나마 조금 알고 있는 나로서는 뜻밖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언론은 일제히 SBS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보도를 '누설(泄密)'이라는 말로 보도하고 있다. 누설이란 '비밀을 남에게 알리는 배신' 행위에 다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미디어와 대기업의 연합 방식으로 많은 시민기자 또는 일반블로거가 베이징 현지에서 올림픽을 취재하는 것과 관련해 다소 우려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SBS 사건은 앞으로 블로거들의 현지 취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해외 매체는 물론이고 자국 내 취재진의 취재에도 매우 예민한 나라이다. 각 도시마다 다르긴 하지만 공항마다 일반 비디오저널리스트들의 촬영장비인 PD150 레벨의 장비는 압수 당하기 십상이다. 케이블채널(차이나TV)을 운영할 때 우리 취재 PD와 카메라 맨도 장비를 공항 검색대에서 압수 당한 적이 있다. 베이징 공항은 다소 느슨한 편이긴 하지만 산둥이나 남방 지역 공항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현재, 중국 내 오지(차마고도, 실크로드, 티베트, 윈난 등) 지방에 우리 언론들이 소위 여행다큐를 많이 촬영해서 방영하는데, 엄밀히 말해 다 불법이다. 현지 가이드가 공무원들과 짜고 취재 명목으로 돈을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제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고 제작하는 경우인데 이때 역시 매우 까다로운 심사와 촬영조건, 그리고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베이징은 올림픽 직전이고 스포츠 축제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들 앞에 있다. 이런 가운데, SBS 현지 특파원 및 취재진의 '터우서(偷摄)', 즉 '훔쳐찍기'는 '좋지 않은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림픽 취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프레스 카드를 받은 공식언론사인 SBS에 대해 중국 정부,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의 반응이 '매우 실망(十分失望)'스럽다는 것은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언론 취재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해외 언론에 대해 일정한 통제를 만드는 모티브까지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매우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

국내에서 KBS, MBC 등과의 취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단독(혹은 특종 기대?)'이 주는 달콤한 꿀맛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SBS는 '맑은 물, 흙탕물, 미꾸라지'가 된 것인지 모른다.

미디어다음,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미디어들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블로거나 시민기자 시스템을 두고 무한 취재 경쟁을 시작했다. 물론 각 종이신문, 방송매체 등에 비해 '내용'과 '형식'에서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과 만날 것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올림픽 취재와 관련해 지극히 보수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일단, 당연하기도 하지만 현지에서 가급적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재하거나 활동하는 것은 금물에 가깝다. 사실 엄밀하게 보면 (중국 정부 입장) 블로거들의 취재(사진 및 동영상 촬영)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취재에 해당될 수 있다. 일반 여행객처럼 보이도록 활동하겠지만, 문제는 꼭 이상한 곳에서 터지듯 중국현지 정황과 법적, 제도적인 문제를 잘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덤벼, 불쑥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자유롭고 거리낌 없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의외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권사본 및 주거확인증은 필수적으로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주거확인이라는 것은 현지 도착 24시간 내에 현지 호텔에 등록(체크인)하거나 일반 가정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서 거류증명을 받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어기거나 소지하지 않고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다닌다는 것은 반드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긴밀하게 한국 영사관(대사관) 등 연락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을 도와줄 사람과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취재를 하려다보면 더 깊이, 더 자세히, 더 멋지게 하고 싶어진다. 분명한 계획을 수립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소에는 심사숙고하고 주변 사람들의 자문을 얻어야할 것이다. 중국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혼자 움직이는 것은 효율적일 듯 하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번 SBS사태로 한국 취재진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을리가 없다. 게다가 KBS와 MB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런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한국매체의 얼굴을 깍아먹는 일(无法理解,丢尽了脸)'이라는 반응까지 보도되고 있다. 이것은 곧 중국 현지인들의 생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올림픽조직위원회가 SBS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지도 모르지만 SBS는 그렇다고 올림픽 취재를 하지 못하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전반적 분위기가 블로거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블로거들은 SBS에 비해 일반인에 대한 접근이 부자연스러울 뿐아니라, 반작용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베이징올림픽 현지 취재 블로거(시민기자)'로서 스스로 원칙과 수위를 조정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 SBS의 '개막식 누설'은 심히 유감이다.

혹시라도 다시는 이런 '분탕질'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국SBS의 올림픽 개막식 누설 관련 바이두 신문검색


사용자 삽입 이미지SBS가 보도한 개막식 내용



추신 (08.7.31 5시 45분)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선전부 쑨웨이더(孙伟德) 부부장은 <화아오싱공(华奥星空)>과의 인터뷰에서, 'SBS의 개막식 리허설 사건에 대해 매우 실망했으며, 다만 개막식의 전부가 아니니 8월 8일 우리 모두 함께 감상할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화룽왕은 '올림픽개막식 노출, SBS의 XXX식 무례를 경멸한다(曝光奥运开幕式,鄙视SBS狗仔式无耻!)'라는 기사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로 그 '훔쳐보기' 행위를 비판하고, 지난 4월 CNN 진행자의 중국인 비하 발언과 연결해 'SBS의 염치 없는 행동'이라며 여론을 몰고 있다.

중국 유명포털인 소후(搜狐)는 앞의 조직위 선전부 부부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SBS의 행위를 질타하는 카툰까지 게재하면서 소식통을 인용해, '조직위원회가 SBS의 올림픽보도권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可能会因此依法取消韩国SBS电视台的奥运报道权)고 보도했다.

[외국TV] "진짜 몰랐네! 너가 정말 그렇게 더티할 줄이야"
[S B S] "너흰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냐?"

사용자 삽입 이미지刘守卫 - 소후닷컴


추신 (08.7.31 6시 30분)


컥~ 이젠 소후닷컴에서 네티즌 대상 여론조사까지 시작했다. 'SBS의 누설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조사까지 된 걸 보면 당분간(최소한 개막식 전까지)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행위가 부도덕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와 '매체 경쟁이 치열하니 이해할 수 있다'로 나누어 묻고 있다. 불을 보듯 뻔하다. 조사 시작한 지 1시여 만에 이미 5천여명이 응답했고 89%와 9%이니 앞으로 걱정이다.

참고 :
http://2008.sohu.com/20080731/n258509949.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