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진심 어린 사과야말로 올림픽 정신이다.

이징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베이징 올림픽을 띄워주려는 의도'(SBS의 박재만 홍보팀장, 한국경제 7/31)를 가지고 '단독'으로 보도한 탓이, 생각보다 더 크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작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아주 실망'했다고 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보는 정도이다. 개막을 앞두고 조직위원회가 나름대로 '긴장'과 '염려'를 많이 하고 있는 것 때문일 것이기도 하다. 조직위원회가 나서지 않더라도 '국내외 언론'과 일반시민들이 이 사안을 정면으로 공박할 것이니 굳이 나서지 않다가 실질적 '제재'를 가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나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조치'나 '불이익'을 주는 것에는 이미 관심이 없다.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올림픽 정신처럼 나름대로 공정하게, 언론매체 사이에서의 룰과 신의의 문제로 풀 것이니 '법적'이건 '행정적'이건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일반 13억 중국인들에게 '찍힌' 점이다. 올해 중국인들은 종일 시달렸다. 티베트 독립문제로 CNN을 비롯한 해외언론의 발언, '아이러브차이나' 운동과 불매운동에다가 국제 성화봉송에서는 '자존심'까지 구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스촨 대지진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위구르족 테러조직'에도 흥분하게 된 상황이다. 옳고 그름은 떠나 중국인들은 이제 '역사적인' 올림픽 개막만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SBS 누설'이 발생한 것은 공교롭게도 '극적 타이밍'이라 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화 나는데 기름 부은 격이다. SBS는 개막을 불과 1주일 여 앞두고 스스로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심심하던 차에 '땅콩'이 아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분노'가 날이 갈수록 더 깊어갈 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미 각 포털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하고 있으며 '분노를 집단화'하고 2008년 최대의 화두인 '중화 내셔널리즘'의 마지막 '불꽃'으로 태워버리려 하고 있다.
 
정말 네티즌들의 '합의'는 상상을 초월해 나타난다. 이미 '개막식 한국선수단 입장 때 전 중국인은 침묵(提议韩国人入场时全体中国人静默)'하자거나 '고함치자 타도한국(大喊 打倒韩国)'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선수들과 무슨 관계냐?(这跟韩国运动员有什么联系?)'고 하는 '이성적'인 반론도 있지만 '쓰레기같은 한국인(垃圾的韩国人)'이라는 말까지 듣는 것은 꽤 창피하다. 또한, 답답하다.

중국사람들이 무턱대고 아무 이유없이 우리를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네티즌들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으니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럴 때마다 '웃기는 애' 정도로 치부하거나 댓글 달아서 점잖게 타이르면 또 그만인 것이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쌓았던 '한류'이건 '파트너'이건 좋은 이미지를 상당 부분 깎아내린, 그들에겐 '기가 막힌 먹이'인 셈이다.

여론조사의 7~80% 이상이 매우 강경하다. 10% 가량이 '정상적인 매체 경쟁'을 이해한다는 입장 정도이다. 이제 누가 뭐라고 말한다 해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전까지 최대의 '화풀이 이슈'임에 분명하다. 좀 미안한 말이긴 해도 '테러' 등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만 장이머우 감독의 3시간 30분의 화려한 행사가 끝나서야 겨우 숨을 돌려볼 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분석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문화 속에 담긴 정서, 의식 그리고 시스템이야말로 제대로 알아야할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 나라 사람들이, 기업들이, 선수들이 그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그속에서 이기고 또 비기고 지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SBS는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승부라면, 지는 것도 또 하나의 멋진 승부이기 때문이다. 꼭 지자는 것은 아니겠지만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사람들도 그저 인간이며 화도 내지만 감동도 받는다. 중국사람들이 '아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다소 오버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심사숙고해서 사과하고 또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내야 한다.

베이징 천안문광장 남쪽엔 전문이 있다. 옛날 조선 사신이 전문에서부터 자금성까지 3보 1배를 하면서 황제를 알현하러 갔다고 한다. 전문 앞에 설 때마다 나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자존심'으로 21세기의 한중관계, 한국사람과 중국사람을 잣대 짓지 않으려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 대해 명쾌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하는데 배짱 부리는 국가지도자가 있으면 안 되듯이 그런 기업의 대표도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슬기롭고도 지혜 가득한 '사과' 그리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허세가 아닌 진심을 담은 감동을 중국사람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기는 것'이 아닌가. 승패를 떠나 진정 최선을 다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 아니던가. '베이징 올림픽을 띄워주려는 의도'였다면 또 한번 세계 언론 앞에, 중국사람들 앞에서 '베이징 올림픽도 띄워주'고 SBS도 뜨는 것을 어떨런지. 시간이 없다. 개막이 코앞이다.

추신:막상 써놓고 보니 '공자님 말씀' 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아무쪼록 오해 없이 그저 마음 비워 읽었길 바랍니다.

SBS올림픽취재단장이 조직위원회에 '사과'의 뜻을 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진정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 제 글의 요지임을 알아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