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둘기 한 마리 통채로 먹어봅시다!


(배경사운드:<爱得起>-梁咏琪)

비둘기 요리 먹어보셨나요? 베이징올림픽 당시 시 외곽 아웃사이드로 돌아다니며 다양한 취재를 하다가 비둘기를 통채로 구워 먹는 요리를 먹었습니다. 비둘기를 다 먹고 나니 머리만 쏙 남았습니다. 몸통, 날개, 다리 다 먹고 심지어 뼈까지 씹어먹었는데, 차마 머리만큼은...

사실은 베이징 서북쪽 외곽에 유명한 양고기 육회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올림픽 기간이라 육회로 팔지는 않는다고 해서, 비둘기나 먹자고 해서 찾아간 곳입니다. 마침 비가 엄청나게 온 날이라 분위기가 영 우울했습니다만 된장 비슷한 향이 나는 소스에 절인 후 고소하게 바삭 구운 비둘기 요리를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동영상 감상 후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로 따라 내려오면 자세한 설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장거즈(酱鸽子)를 파는 식당입니다. 이곳은 베이징시(北京市) 창핑구(昌平区)의 양팡진(阳坊镇)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식당이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고 갖가지 요리 가격이 참 착합니다. 이렇게 외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잘 고르면 꽤 맛 있는 식당이 많습니다.

이 식당에는 생선을 익힌 후 다양한 소스와 함께 나오는 간샤오위(干烧鱼)와 비둘기 요리 장거즈가 대표적인 요리라고 합니다. 유리창에 나란히 두 요리 이름을 적어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톈톈여우터자(天天有特价), '매일 특가요리가 있다'는 뜻이니 특별요리가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사실 아주 '착한 가격'에 판다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베이징이나 대도시 어느 식당에 가도 사실 비둘기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통채로 머리까지 다 내비치며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머리를 속으로 숨긴다거나 다리나 몸통을 그냥 수북하게 담는 정도인 것이지요!

저도 이렇게 한마리 형체가 그대로 다 드러나는 것은 처음 보는 듯합니다. 상추 위에 담아진 채로 적나라하게 나오니 약간 놀랐습니다. 한마리 가격이 26위엔인데, 그 당시 환율로 4천원이 조금 넘었는데, 가격도 싼데다가 그 맛은 정말 바삭바삭하고 살 맛도 고소하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 주민들이 사는 데마다 비둘기를 엄청 많이 키웁니다. 그래서 당시에 사합원(四合院)에 갔을 때도 집 옥상에 비둘기 집을 보고 취재한 적도 있는데, 이렇게 얼마 되지 않아서 먹게 될 줄이야 몰랐습니다.

당시에 사합원 주인은 비둘기 경주대회에 나가기 위해 키운다고 했는데, 이렇게 양식으로 키우는 비둘기가 사실 대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 재래시장에 가면 잘 찾아보면 닭이나 오리 외에도 이 비둘기도 팝니다.

예전에도 한번 글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홍콩에 주재원으로 있던 한국사람이 집 창문 옆에 비둘기들이 집을 짓고 살아서 시끄러워 혼났는데, 이를 해결하려고 홍콩사람에게 상의했더니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해서 기대했답니다. 그 방법은 '잡아먹어'라는 것!

함께 갔던 선배랑 서로 반반 나눠서 잘 먹었습니다. 선배는 입맛이 까다로운 스타일이라 웬만해서는 잘 안 먹는데, 맛 있다고 뼈까지 바삭 씹어먹기까지 합니다.
 


이 식당에서 시킨 요리 중 또 하나 기가 막히게 맛 있는 요리인 톈무셔우바오쑨(天目手剥笋)이라는 죽순 요리입니다. 대나무 죽순이 맛 있는 요리인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맛을 보니 정말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마치 포화지방산이 하나도 없이 깔끔한 소고기를 먹는 느낌이랄까.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이 요리는 저장(浙江) 성에 있는 톈무산(天目山)에서 나는 죽순(笋)의 껍데기를 벗겨(剥) 양념에 절여 먹는 것입니다. 서기 4~5세기 경 불교가 융성했던 톈무산의 맑고 싱싱한 죽순이 많아서 요리를 해먹었는데 그 이름이 굳어져 죽순요리에 아예 산 이름이 대명사처럼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톈무산은 항저우(杭州) 시후(西湖)와 함께 연결해 가볼만한 코스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정말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 오리지날 죽순 요리를 먹으러 가야 하겠습니다.


콩과 함께 여러 재료가 함께 들어가 마치 묵처럼 만든 요리입니다. 황더우(黄豆)로 시작되는 요리이름인데 얼핏 들었는데 까먹었고, 써놓은 단표(单票)를 봐도 간단한 글자인데 휘갈겨 써서 도무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쫄깃하고 콩의 구수한 맛이 살아있어서 나름대로 맛이 좋았습니다. 이거 많이 먹었었는데, 요리 풀네임이 헷갈립니다.  


송송 파를 썰어넣고 만든 전병인 총화빙(葱花饼)입니다. 도시에서 먹는 맛과 달리 촌스럽게도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단백하고 심심해 오히려 더 맛이 좋습니다. 깔끔한 맛이 시골 할머니가 해준 솜씨와 비슷합니다.


량차이(凉菜) 2개, 러차이(热菜) 1개, 주식(主食)과 음료 등을 먹으니 66위엔입니다. 1만원 조금 넘는 것입니다. 둘이서 배 부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쉽지도 않게 딱 맞게 먹었습니다. 비둘기 한마리 통채로 먹었으니 기분도 부릅니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습니다. 바깥은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어서 약간 을씨년스럽긴 하지만 금방 비가 그칠 듯합니다. 베이징 시내에는 올림픽으로 난리가 났는데, 시 외곽은 그저 올림픽 깃발 하나 없이 잔잔하고 고요하기만 합니다.


베이징 외곽, 비가 내려서 그런지 더욱 올림픽 아웃사이드의 풍경입니다. 길목마다 물이 불어나 고이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발길이야말로 빗물 속에 어쩔 수 없이 담겨지고야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