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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쓴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 - 다산즈 798예술구 (5)


(배경사운드 : 王菲의 容易受伤的女人과 屠洪纲의 中国功夫)
 
798예술구 시리즈가 5번째이다. 지루할 수도 있어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구성을 해보려고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다. 사실 이 예술구의 진면목은 직접 거리와 갤러리를 누비며 작가와도 대화하며 마음으로 느껴야 드러날 것인데, 그렇게 느껴지도록 해보지만 실제로 현장에 있는 것만 할까 싶다.

3818창고 속 어두운 복도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갤러리가 펼쳐 있다. 그 중에 한 곳을 들어가보니 총천연색으로 만든 로보트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밖으로 나오면 공장 굴뚝이 보이는 넓은 공터가 있고 한 쪽 구석에 젊은 청년작가들의 작업실이 하나 나오는데 온몸이 연파랑색으로 밧줄을 감고 있는 조형물이 나타난다.

빨간 공중전화 박스가 사진 찍는 배경이 되고 있다. 커피 잔이 문인 커피숍이 인상적인 곳을 지나 바로 옆 골목 속으로 들어갔다. 동으로 만든 조형물 전시공간이다. 무사들이 즐비하고 말을 타고 호령하는 장군이 인상적이다.

영상을 본 후 더 자세한 설명을 보려면 아래로 내려오기 바란다.


청년예술가들의 작업실 창고 입구의 모습이다. 화얼썬챠오리(华尔森侨力)예술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사위 모양으로 촛점이 바닥에 꼽혀 있는 형상의 정육면체가 나타났다. 각 면마다 16개의 정사각형 속에 특이한 모양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빨간 대문 안에 무엇이 있을까. 창고같이 산만한 공간이지만 작업실이면서 한편으로는 전시공간이기도 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마구 내버려둔 공간처럼 보인다. 이상한 창고다. 그런데 온몸이 묶인 저 인물은 누구란 말인가. 저렇게 연한 파랑색으로 칠하고 고뇌하는 인간을 보여주는 의도는 있을까. 그 옆에도 사뭇 시뻘건 물건이 눈길을 끈다. 가만 보니 킹크랩처럼 생긴 녀석이 괴물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자태로 처박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그야말로 창고처럼 마구 내던져 놓고 문을 열어둔 것도 이상하지만 사람 하나 없는 것도 뜻밖이다. 가까이 가서 고개를 뒤로 젖힌 파란색의 사내를 클로즈업해봤다.


그리고 화면처리를 지저분하게 좀 했더니 괴기스럽다. 밧줄에 묶인 채 고개를 젖혔으나 두 손은 안간힘을 쓰고 꽉 오므리려는 모양이니 죄와 벌로 고통 받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느껴지는가. 아니라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스스로 짊어지고자 하는 성인 또는 구세주의 자태인가.

나중에 알고봤더니 이 공간을 운영하는 예술가는 챠오완화(乔万华)라는 사람이다. 798예술구에서 꽤 유명한 예술가로 '80허우(八零后)' 세대의 젊은 작가로 손꼽힌다. 흰옷을 입고 옷에 유화로 이상한 그림들을 그려 입고 다니며 심지어 머리카락 하나 없는 이마에도 글이나 그림을 그려넣고 다니며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차오완화는 유화를 그리는 사람인데 이 조각상은 아마도 그의 것은 아닌 듯하고 함께 작업하는 청년예술가 그룹 멤버 중의 누군가의 것일 듯하다.


공터에 공중전화 박스가 있다. 투명 유리와 빨간색의 박스는 798예술구의 색다른 배치가 아닐까. 요즈음 중국도 이 예술구에 올 사람이라면 핸드폰 없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공중전화 박스는 사진 촬영의 예쁜 배경으로 어울린다.


공중전화 옆에 있는 커피숍 문이 재미있다. 커피 원두가 쌓여있고 흰색의 잔으로 된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고 한다.  중국 아가씨와 외국인 남자가 함께 문을 나오고 있다. 연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술 여행을 위한 통역일 수도 있다.

798예술구 곳곳에 이렇게 데이트를 즐기는 듯한 연인들의 모습이 많다. 국적을 불문하고 연인들에게 이처럼 좋은 데이트 코스가 없을 듯하다. 그래서 점점 예술구가 커피숍, 식당, 옷가게, 공예품숍 등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커피 잔 문이 닫혔다. 사람들이 빠져가고 난 후 원두에 비친 내 모습이다. 다시 보니 문 구조가 독특하다. 비스듬히 사선으로 한쪽 면이 디자인됐고 그래서 손잡이도 약간 기울어져 있다. 이렇게 문을 구성하려고 창유리도 사선으로 잘랐을 것이니 나름대로 감각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니 좁은 골목 안으로 조소(雕塑)작가인 런저(任哲)의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 포스터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무사(武士) 시리즈 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주로 동(铜)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라고 하는데 머리에 쓴 금색 덮개가 인상적이다.

런저는 칭화대학(清华大学)을 나온 수재로 평가된다고 하는데 중국의 전통적인 문양을 기반으로 인물 조각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



특히, 한(汉)나라 시대의 번마(奔马) 조각상이 유명하다. 번마란 '달리는 말'이라는 뜻인데 중국 국가급 유물로 지정된 기와의 내림새인 마구리 문양 중에 있는 한번마(汉奔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한번마 마구리를 찾아보니 달리는 말은 있지만 말을 탄 무사 또는 기수는 없다. 달리는 말 위에 작가가 형상화한 무사를 태우니 멋진 작품으로 다시 탄생했다. 정말 비호처럼 날쌘 말이 치달리는 형세에 천하를 호령하는 듯한 무사의 기개가 잘 어울린 작품이다.

자료를 보니 그가 만든 수적(水滴)과 사뇌(射弩)는 올림픽조직위원회, 베이징대학 학장이던 차이위엔페이(蔡元培) 인물상은 베이징대학, 한번마는 쿤룬호텔(昆仑饭店), 무사 시리즈는 정저우시정부(郑州市政府)가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돈 있으면 멋진 작품 하나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는 말을 타고 고구려 영토를 휘달리는 우리 얼굴의 장수라면 어떨까? 멋지지 않을까. 다음에 798예술구에 가서 런저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한번 꼭 물어보고 싶다. 물론 작가가 주문에 의해 예술창작 작업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중국인이라면 대화가 되지 싶다. 고구려의 기상을 담는데 필요한 자료를 보여주면 가능하지 않을까. 고구려 벽화에서 나온 기마인물상들 보여주면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아마도 이 갤러리 공간이 참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기마민족이야말로 화샤(华夏)라는 중원민족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북방민족의 기상이며 상징이 아닌가 하는 약간의 오기도 있었던 듯 싶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만지지 마세요'라고 영어로 'Don't touch'(?)와 중국어로 '칭우추모(请勿触摸)'가 나란히 적혀 있다. 보통 접촉하다는 말로 '제추(接触)'라고 자주 쓰는데 이곳에는 더욱 상세하게도 '추모'라는 말을 썼다. '추(触)'는 '닿다'이고 '모(摸)'는 '더듬다'이니 '만지고 더듬다'는 말이 된다. 이미 마음으로 만지고 더듬었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