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베이징올림픽이 102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곳곳을 돌아 드디어 27일 서울에 도착했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2008년 올림픽의 핫이슈는 '티베트 독립'이다. 올림픽공원과 서울시청을 잇는 성화 봉송 행사의 '개막'과 '폐막'에 모인 중국인들, 대부분 한국에 온 유학생들로 이뤄진 '젊은 그들'은 끊임없이 '아이 러브 차이나'를 외쳤다.


'인권 없이 올림픽 없다'는 시민단체들과 '충돌'했다. 예상했던 부분이 아닌가. 중국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드러난 이슈는 크게 3가지로 파악된다. '티베트 독립', '납북자 문제', '파룬공 문제'. 우리 시민단체들은 '티베트'와 '납북자'를 이슈로 제기했다. 우리에게 더 민감한 것은 북한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가 '반인권'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이슈인 '티베트'와 함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본질이 '함께'이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1억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급속도로 조직화하다가 중국정부에게 부담스런 존재가 된 '파룬공' 문제는 이슈로부터 다소 멀어졌지만 3가지는 서로 약간씩 다르지만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이 3가지에 대해 중국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늘 관심사였다.


우리 관점과 중국인들이 느끼는 입장 사이에는 격차가 크다.이번 '성화 봉송'으로 인해 '이슈가 됐다는 점'을 빼고는 너무도 다르다. 그것이 이번 서울 성화봉송에서 우리에게 남긴 시사점이 아닐까.


중국인들은 지금 '티베트'에 대해 아주 처절하게 '스스로 억울하고 고립됐다'고 느끼고 있다. 세계 언론은 중국 내 문제를 오해하고 있다며 오히려 의아해하며 CNN을 비롯한 세계 언론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까르푸'와 'KFC'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청 앞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들의 입장은 '티베트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땅'이라는 생각이 아주 강한 의지로 표출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교육으로부터 의식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니 '강한 투쟁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지 모른다. 언제부터 중국 땅인가? 이것은 중국역사에서 소수민족과의 '관계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 그것을 논의할 필요는 없겠다. 분명 중국학생들에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목숨'인 듯하다. 사실, 납북자 문제나 파룬공 문제 역시 그것을 이야기하자면 엄청 많은 이야기가 배경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오늘 서울시청 앞에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솔직히 두려움이었다. 우리의 서울시청 코 앞에서 벌어진 행사이니 당연하겠지만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다소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와 구호로 우리에게 다가온 그들은 꽤 조직적이면서도 '애족적인' 열정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었다. 열정이 지나쳐 일부 사람들은 폭력적인 언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돌과 스패너 등이 날아들었고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군중의 폭행'도 가했졌다. 이는 자세히 보면 예견됐던 것이었다. 그 행동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 글과 내 역할이 아니다.오히려 예측에 대비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한 정부와 우리 경찰의 문제를 강력하게 짚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납북자 문제'에 무한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전 주중 대사가 장관으로 있는 현 정부의 대 중국 이해 부족을 질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들은 티베트 문제에 대해 아주 강렬했다. 더구나, 티베트 문제를 납북자 문제와 함께 연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혹하는 듯하다. 적어도 젊은 중국학생들이 우리나라 땅에 와서 공부하는 경우라면, 만약 납북자 문제만으로 '베이징 올림픽 반대' 입장이었다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내 생각에는 이렇게 과격해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시민단체 입장에서도 '납북자' 문제만으로 올림픽과 연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법도 했기에 말이다.


나는 그들이 천안문사건의 후손들임을 잘 알고 있다. 중국정부는 사실,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그것은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사상'일 것이다. 민주주의와 경제적 평등, 그리고 정치적 자유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야말로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그들 내부의 문제일 뿐이다. 일부 사람들이 느끼듯 중국학생들이 과격하고, 또한 우리가 멸시할만큼 부족하거나 교육을 못받아 비이성적인 그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과격해져서 언론에 폭력적인 시위로 비춰지는 것 또한 도가 지나친 '위법'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도 '국가'와 '민족'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글로벌 스탠다드'나 '보편적인 문화 상대주의'를 휴머니즘까지 갖춘 지성인이라고 믿는다는 것 또한 지나친 기대이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나라 땅에 유학을 온, '애국애족'의 열혈청년임을 이해하고 새겨야 한다. 그들을 옹호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점이다. 그들이 배워온 것은 정말로 '56개 민족은 하나'이며 '중국은 하나'인 것이다.


과연, 이런 문제로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중국의 베이징 등지에서 똑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2006년 월드컵이 벌어지고 있던 베이징, 아프리카 토고와 예선 1차전을 마친 후 2002년의 흥분을 되살려며 우다커우 전철역 부근까지 태극기를 들고 행진한 우리 유학생들은 중국 공안에 의해 해산됐었다. 그리고 그 다음 경기부터 부근 식당 및 술집 등에 대해 강한 압박과 영업단축 등을 시행한 중국. 우리나라 정부는 오늘의 성화봉송 문제에 대해 매우 곤란한 직면에 처했는지, '강한 유감' 표명 정도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우선,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사진확보 등(집회 시위 법률 적용을 위해 유능한 우리나라 경찰수사력을 동원해서)을 통해 범법자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적법한 공권력  행사는 자주적인 정부의 헌법적 의무임은 당연하다.


더불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왜 우리 네티즌들은 중국학생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너무 옹졸한 것인지 한탄스럽다. '국제 깡패'라고 힐난하고 유명한 논객이며 교수조차 '중화애국폭력'이라며 '짱깨'를 꾸짖고 있지만 좀 유치해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이트 뉴스에 이어 떠져나오는 '중국'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오히려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을 옮겨가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도 티베트 민족의 삶과 문화를 좋아한다. 작년에 라싸와 쌈예에 갔을 때 오체투지 속에 감춰진 그들의 역사와 현실, 때로는 의지와 분노도 느낄 수 있었다. 당나라와 대결구도를 확연히 했던 송첸깜뽀 이후 명나라, 청나라 시대를 거치며 '지방정권'으로 전락했던 그들이 청나라 말기에 독립투쟁의 기치를 올렸지만 실패하고 항일전선에서도 기여하며 신중국 이후 자구적인 독립을 원했던 역사를 이해하고 또 소수민족 정책, 중국 변강정책의 와중에 '미약한 자치'를 지닌 자치주로 전락하고 또한, 티베트 인들이 스스로의 자랑스런 문화를 지켜내려는 의지도 이해된다.


거듭 우리는 비난에 앞서 현실 이해의 폭과 깊이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티베트 역시 중국이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닌 중국 학생들을 향해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감정낭비에 가깝다.


베이징 올림픽이 정말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곧 티베트도 잊혀지지 않을까.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것을 문제삼을 수 있을 것인지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올림픽이 베이징, 텐진, 칭다오, 친황다오 그리고 상하이에서 열리면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다. 자유롭고 활발한 외국인들에게 물건을 팔고 숙식을 제공하고 대화와 다툼을 통해 소통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외국인, 세계인의 마인드가 올림픽 현장 곳곳에 전파되는 것이다. 아무리 중국학생들에게 신뢰와 도덕, 윤리와 순수를 외쳐봐야 허망한 것이듯 우리는, 또는 세계의 젊은이들은 보란듯이 자국의 보편적 역사와 문화로부터 생성된 떳떳하고 건전한 마인드를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중국의 학생들 중에서도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마인드를 지닌 학생들과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진정 문제의 해결방법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중국사람들이 누구나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에 서로 손가락을 거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