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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중권 교수의 '중국은 위대하다? 웃기고 자빠졌다!' 칼럼을 보고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입견 다 접고 아침에 조용히 다시 읽어 보니 참 답답했다. 27일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적인 시위를 보고 꽤 답답했을지 모르겠지만 말투나 관점을 참 겁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우선, 중국을 또는 '중화'를 하나의 전체로 놓고 말하는 수준을 답답해 한다. 중국유학생들의 성화봉송 집회와 시위(폭력 포함)를 '중화 애국 폭력'으로 싸잡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시각이 아닌가.


유학생들은 다분히 중국 정부의 '애국애족'적인 여론에 동원된 ‘희생양’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어느 나라 열혈청년이라도 쉽게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자신의 국가적, 민족적 행사(올림픽 등)에 자긍심을 지니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은가.


그들이 이렇게 ‘광분’하는 것의 핵심에 있는 주제인 ‘티베트’는 그래서 중국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코드다. 개인적으로 ‘티베트’ 민족의 독립 또는 자주 의지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또, 중국정부가 변함없이 놓치고 싶지 않는 소수민족 정책의 연장선에서, 잃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에도 이해가 간다.


이 이해는 현실적인 것이지 꼭 정당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영국 등 어느 힘 무지 센 나라 어디라도 자신의 영토라고 생각하는 곳이 원심력을 행사한다는데 동의하고 흔쾌히 새 우리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다만, 올해 티베트 문제는 다소 달랐다. 늘 매년, 항상 있어 왔던 시위의 와중에 올림픽을 연계하려는 티베트 민족의 욕구가 컸다. 또 이를 용납하기 어려웠던 중국 정부(또는 시장자치주)가 보다 강력한 차단(이는 어느 정도 외부세계, 미국 등 서양 강대국으로부터)이라는 ‘총칼’을 사용한 것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건의 실상이라고 본다.


그만큼 예민한 문제였는데, 중국 사람들, 한국에 유학 온 학생들이라고 지금 본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브 차이나’ 캠페인(또는 반서양 불매운동 등)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서울행사에 대한 우리 정부(경찰 등)의 인식과 대처방안 등이 수준 이하였기에 이런 사건이 촉발된 측면도 많다. 진 교수가 이야기한 이번의 ‘애국적 광란’을 야기하도록 한 것은 엄밀하게 보면 한국과 중국 두 정부의 합작품이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들이 ‘납북자 문제’와 동시에 ‘티베트 문제’를 연계해 ‘인권’을 거론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세계적인 올림픽 보이콧과 결합시키려는 입장이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나면서 젊은 혈기의 학생들의 ‘균형추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행동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를 ‘성룡’의 ‘취권’까지 빗대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세계의 모든 인민, 세계의 모든 민족이 평등하다고 가르’치고 ‘세계의 모든 피억업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공산주의’자와 학생들을 비유(또는 연상)한 것은 황당하다.



일요일 오후 늦게 서울시청 앞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들의 입장은 '티베트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땅'이라는 생각이 아주 강해 보였다. 학교교육으로부터 형성된 의식이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그렇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주재원 생활, 중국어 연수, 발품 취재 등으로 만난 중국 사람들 모두가 다 그렇지도 않고 또 다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회, 복잡한 현대사회의 모습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중화 애국 폭력’이라는 말로 ‘10억 명이 넘는 인구와 수많은 소수 민족을 거느린 제국’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중국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감정적인 말투야 말로 우리와 중국, 게다가 북한까지 관련된 복합구조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문제의식이 있어서 나름대로 자신의 정부에 비판적인 친구들도 있고 나라와 민족의 미래에 대해 건전하게 사고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다. 물론 그들도 어느 순간 이성을 잃고 폭력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를 ‘그릇된 애국심의 똥으로 가득 찬 그 머릿속 한 구석에나마 창피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웃기고 자빠’질 만큼 없다고 단정할만한 관점이라면 나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언제부터 중국 땅인가? 이것은 중국역사에서 소수민족과의 관계사를 중국역사만큼이나 방대한 양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 그것을 논의할 필요는 없겠다. 분명 중국 학생들에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목숨'인 듯하다. 하지만 ‘완장 차고 시뻘건 깃발 휘날리던 문화혁명 시대의 홍위병’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발상이다. 중국사람들도 스스로 문화혁명의 폐해를 반성하고 있는 것을 많이 들었다. 게다가 당시 홍위병은 일부 정파의 이해를 대변했던 것이 드러났으니 그것을 전체의 이미지로 인식하고 그 잣대를 지금의 한국유학생(또는 중국 전체 학생을 포함한 전체 인구)에게 가져온다면 참으로 거친 인식이라고밖에 할말이 없다. 중국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왜 홍위병처럼 행동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참으로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의 대한민국 사람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미국을 비롯 세계 각국의 사람들(또는 정부까지 포함해)과 ‘주관’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인 균형추’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세계 각국에 마치 ‘중국’을 빼고 싶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중국은 위대하지도 강하지도 않다’고 했지만 그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위대하고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경제수치나 정치제도 등에서 계산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다 묶어서 하나로 대(大)와 강(强)을 말하는 것은 소(小)와 약(弱)한 나라 사람들을 또다시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정말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곧 티베트도 잊혀지지 않을까.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것을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사실 궁금하지는 않다. 올림픽이 베이징, 텐진, 칭다오, 친황다오 그리고 상하이에서 열리면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다. 자유롭고 활발한 외국인들에게 물건을 팔고 숙식을 제공하고 대화와 다툼을 통해 소통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외국인, 세계인의 마인드가 올림픽 현장 곳곳에 전파되는 것이다. 중국(정부)이 우려하는 부분은 오히려 이런 문제가 아닐까?


중국 학생들은 우리 학생들과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경쟁하면서 친구가 되기도 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진정 그들과 비즈니스 외에도 한국과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서로 토론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고 또 합의하는 수준까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희망이다. 모두가 ‘중화 애국 폭력’의 전사라고 한다면 우리 학생들에게도 전사가 되라고 말할 것인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도 자국의 보편적 역사와 문화로부터 생성된 떳떳하고 건전한 마인드를 지니고 중국을 비롯 세계 곳곳에서 뜻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중국 학생들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마인드를 지닌 학생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자꾸 비아냥 섞인 말투로 서로를 비하하는 것은 서로 피곤하다. 요즘 인터넷의 블로그 글이나 댓글 등을 보면 그저 한마디 욕을 거들고 싶은 우리 젊은 네티즌들이 많아 보인다. 나는 그들에게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려는 사람이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할 때가 많다. 진정 문제의 해결방법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우리나 중국사람들이나, 누구나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에 서로 손가락을 거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허망한 욕보다는 악수를 해볼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