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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자금성이 있는 천안문광장을 중심으로 순환도로가 형성돼 있어 얼환(二环), 산환(三环), 쓰환(四环), 우환(五环) 등으로 도로교통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소위 베이징 코리아타운인 왕징(望京) 지역은 동북 방향 쓰환과 우환 사이에 위치합니다. 그러니, 왕징 지역만 보고 베이징 전체를 말하긴 힘듭니다. 게다가 왕징 부근 지역의 경험을 중국 전체의 정보로 판단한다면 많은 오류가 생깁니다. 베이징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굉장히 넓습니다.

또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 중 하나가 '중국은 또는 베이징은 평지'라고 생각하는 오류입니다. 베이징 시내에서 1시간 정도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맥이 형성돼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 12월, 베이징 시내를 벗어나 몇가지 재미난 볼거리와 만났습니다.

- map.baidu.com 참조

왕징을 벗어나 북쪽으로 청더(承德) 방향 고속도로를 20분 달린 후 화이로우취(怀柔区) 판치루(范崎路)를 따라 형성된 계곡 길과 대관령보다 더 험준한 산 길을 넘고 가난한 산촌 마을을 지나 삼거리인 싼차(三岔)에서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옌려우루(延琉路)를 따라 해발 1184미터 고지를 넘고 다시 남쪽으로 안씨루(安西路)를 거쳐 왕징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아름다운 계곡에 붐비는 러브호텔들

베이징에서 약 1시간 떨어진 산골 계곡에는 두지아춘(度假村)이 많습니다. 두지아는 휴가를 보낸다는 뜻으로 바캉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여름 바캉스를 계곡 유원지에서 지내는 것이야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합니다. 문제는 단순한 유원지가 아닌 거의 러브호텔 개념이 있는 것입니다.

전부터 베이징 외곽에 이러한 관광 및 향락산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막상 한겨울에도 성행 중이어서 놀랐습니다. 게다가, 몇킬로미터에 이르는 산 계곡 명당자리마다 앞다투어 호텔을 짓고 있으니 말입니다.

촨구(川谷) 두지아춘(度假村)입니다. 하천계곡 바캉스호텔이란 뜻이겠지요. 하천은 꽁꽁 얼어붙어 마치 스케이트 장 같아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션탕위(神堂峪,신당협) 풍경구가 시작됩니다. 이 자연풍경구는 계곡을 끼고 산능성이를 깍아만든 호텔들이 완전히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곳에 있는 '촨구 셩타이 찬팅(川谷生态餐厅)'입니다. 생태라니 별건 아니고 가건물 안에 온갖 나무들을 심어두고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밖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몰랐는데, 안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네요.

션탕위(神堂峪,신당협) 풍경구 내에는 곳곳에 민속촌 형태의 유원지가 있습니다. 사실 민속 유원지라고는 하지만 호텔과 식당들이 점점 늘어나니 유흥공간으로 갈수록 변해가고 있습니다.

판치루(范崎路)는 계속 산길입니다. 오른편 계곡을 따라 서서히 산들이 바로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유원지 방갈로도 많이 보입니다. 평지를 벗어나 산 중턱으로까지 뻗어나간 방갈로 형태의 호텔들이 성업 중입니다. 저 높이 정도라면 맞은 편 산의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나리(那里)라고 하는 지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 또는 '거기' 정도겠네요. 여기 나리가 러브호텔의 중심지입니다.

계곡마다 새로 짓는 호텔이 많습니다. 그만큼 영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칭량구(清凉谷) 계곡입니다. 이곳에도 어김 없이 호텔이 숨어 있네요.

중국의 수도 베이징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이렇게 자연을 파헤치고 상업적 마인드가 반영된 곳이 많습니다. 경제성장으로 돈을 번 중국인들이 여가를 즐긴다고 탓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산을 파헤쳐 러브호텔이 잔뜩 들어선 것을 보니 씁쓸합니다. 환경올림픽을 추진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비록 시내 중심지에서 열리겠지만 아마도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들면 이곳도 법썩을 떨지 않을까 싶네요.

만리장성이 부근 산촌의 생활

원래 이날 여행의 컨셉이 "만리에나 이르는 창청(长城)의 혜택을 전혀 못보는 산골마을"이었습니다. 빠다링(八达岭)이나 스마타이(司马台) 같은 곳은 유명관광지로 변했지만 그렇지 못한 창청 부근 산골도 많으니 그걸 한번 찾아볼 셈이었지요.

영하 10도 가까이 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각 도로 모퉁이마다 지킴이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습니다. 그들은 겨울이 되면 이렇게 도로를 지키는 일로 돈을 법니다. 산 하나를 넘어가는 도중에 10여명이 서 있는 것으로 봐서 동네에서 집집마다 한명씩 나왔을 지 모릅니다. 차가 지날 때마다 도로 구석에서 빼꼼히 고개를 돌리곤 하는 지킴이.

날씨가 추우니 이리저리 걸어다니기도 합니다.

한적한 도로에서 산불 예방을 위해 곳곳에 서있는 지킴이들. 그들은 하루에 얼마를 벌까요. 직접 물어보기도 그렇고. 같이 간 일행과 아마 10위엔(약1300원) 정도가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산으로 둘러쌓인 산골 마을입니다. 해발고도가 거의 800미터는 되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관령보다 더 험하네' 이 산을 오르며 느낀 소감입니다. 베이징 왕징에서 불과 1시간 떨어진 곳에 이런 장관이 있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돌고도는 길을 따라 올라왔으니 또 돌고돌아 내려갈 일입니다.

이곳 산골마을에는 위미(玉米) 즉 옥수수 농사가 주 수입원입니다. 집집마다 옥수수를 통채로 말리고 있습니다.

판치루(范崎路)를 거쳐 삼거리라는 뜻의 산차(三岔) 부근 마을입니다. 산차를 지나 동쪽으로 가면 '열하일기'와 여름별장이 있는 청더(承德)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서쪽으로 해발 1180미터 고지를 넘어 스하이쩐(四海镇)을 거쳐 황화청(黄花城)을 갈 계획입니다.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바깥 기온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영하 14도에 바람이 엄청 불어 체감온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곳은 명나라 시대 창청(长城)인 똥베이커우창청(东北口长城)의 옛터(旧址)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해발고도 1184미터인 관문입니다. 베이징에서 기차로 동북방향 3시간 거리의 친황다오(秦皇岛)에 산하이관(山海关)이 있듯이 이곳도 일종의 관커우(关口), 관문입니다.

너무 추워 혼이 다 나간 모습입니다. 엄청나게 바람도 산을 타고 넘고 있습니다. 웃고는 있지만 이대로 몇초만 더 있으면 꽁꽁 얼어붙을 지도 모릅니다. 베이징 수도로 들어가는 관문 앞에서 동상처럼 말입니다.

동베이커우 옛터에서 내려다본 베이징 방향입니다. 오르기도 힘들지만 내려가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푸릇 새싹이 돋으면 다시 이곳을 찾을 생각입니다. 너무 멋지지 않을까요.

화물차가 몇대 지나가고 있습니다. 차 번호판을 자세히 보면 멍(蒙)입니다. 내몽고로 가는 차량인데, 이 도로는 화물차가 다니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내몽고로 가는 화물차량은 대부분 명십삼릉 부근 화물 전용도로를 거쳐야 합니다. 아마도 화물전용도로가 복잡하니까 인적과 차량이 드문 이 도로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불법이지요.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맑고 파란 하늘과 하늘 향해 쭉 뻗은 가로수 풍경을 방해하는 화물차량이 꽤 많습니다. 바로바로 추월했지만 그늘에 숨어가는 화물차량이 계속 나타났습니다.

도로표지판에 소가 그려져 있습니다. 개같기도 하고 그런데 자세히 보면 소가 맞습니다. 한겨울이라 소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재미 있습니다.

저 멀리 산능성이에 창청(长城)의 흔적이 보입니다. 만리장성의 덕을 거의 못보는 이곳 산골마을이고 보니 그림의 떡이겠지요.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오니 마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는 보이지 않고 당나귀입니다.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귀대하는 행렬이 아주 길었습니다. 옛날에 티엔진(天津)에서 행정기관을 찍다가 큰일 날뻔 한 기억이 나서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하도 길어서 찍어 봤습니다.

화이로우취(怀柔区) 내 산골마을에는 만리장성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옥수수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산골입니다. 대관령보다 더 아름다운 산맥의 정기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가난한 산촌일 따름입니다. 어느날 행정수도 베이징에 편입돼 전 중국인들이 부러워하는 베이징 시민이라는 후커우(户口)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생활이 풍요로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산과 물이 잇닿아 있는 장성

산수가 서로  연결된 창청(山水相连的长城)인 황화청(黄花城)에 도착했습니다. 황화청은 명나라 시대에 수건(修建)된 곳입니다. 화이로우(怀柔)의 서북지역 29킬로에 이르는 황화청은 여름이 되면 수없이 많은 노란꽃이 떨어져 휘날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계곡을 막아놓은 저수지를 황화청쉐이쿠(水库)라 부르는데 이 저수지는 1970년대에 지은 것이라 합니다. 계곡 물과 잇닿아 창청의 끝자락 뚝 끊어졌습니다.  

너무 날씨가 추워 창청에 못 올라간 게 아쉽습니다. 계곡을 건너면 산을 오르는 작은 길이 있으며 그 길을 따라 20분 정도만 올라가면 만리장성의 돌계단을 따라 등산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날씨가 풀리면 꼭 다시 찾아갈 것입니다.

빠다링 창청은 입장료가 80위엔인 것으로 아는데, 이곳은 공짜입니다. 굳이 시끌벅적한 패키지 여행지보다는 이런 곳이 더 교육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황화청은 꽤 알려진 곳이고 유명관광지 중 하나라서 그런지 식당도 많은 편입니다. 만리장성 유람 중 꼭 빼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늘 물고기가 있고 그 요리가 있습니다. 여기 가기 며칠 전에는 미윈(密云) 저수지 부근에 가서 맛있는 회를 먹었습니다. 다음에 한번 글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식당 집 개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나와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오니 한참을 짓더니 창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니 고개를 돌립니다.

식당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생선회를 잘 안먹는데, 셩위피엔(生鱼片)은 도대체 누가 먹는 것일까요. 마라탕 하나에 공기밥 2그릇. 15위엔으로 이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습니다.  

옌칭(延庆)을 거쳐 다시 왕징으로 돌아왔습니다. 늦오후 햇살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너무나 빛나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여기는 왕징입니다. 코리아타운. 베이징 외곽에는 참 좋은 산골풍경이 많습니다. 물론 차를 직접 운전해야 하지만,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고, 산골마을도 보고, 곳곳에 숨어있는 만리장성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베이징에서 오래 머문 사람들마다 갈 곳이 없다고 늘 푸념입니다. 어른들은 골프장에서 살고, 아이들은 공부에 지칩니다. 가족 나들이로 삼아볼만한 코스로 추천합니다. 저 굴뚝 연기 너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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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진이 많아 일일이 다 소개하기 어려워, 스틸사진 영상으로 꾸몄습니다. 배경으로 나오는 노래는 저우촨씨용(周传雄) 지모샤저우렁(寂寞沙洲冷)입니다.


 

글|사진|영상구성|파이^여우위에 newonoff@한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