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지입니다. 중국 북방 지역 민간에서 구구소한도九九消寒图를 그리는 풍속이 있습니다. 동지부터 시작해 구구 81일 후 봄이 오는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는 작은 지혜입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사료가 없지만, 명나라 이후 민간에서 시작해 점점 선비와 황실까지 유행이었습니다. 꽃잎이 9개인 9송이 매화를 그리며 따뜻한 계절이 오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화선지에 흑백으로 나뭇가지에 꽃을 그리고 매일 꽃송이 하나에 색칠을 입힙니다. 81일 후 예쁜 총천연색 매화 그림이 완성됩니다. 동지부터 시작해 매일 날씨 정보를 기록하는 구구소한도가 있습니다. 동전처럼 생긴 원에 다섯 부분으로 나뉜 공간이 있습니다. 맑은 날, 흐린 날,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마다 색칠을 하면 ..
4편에는 신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 김일성, 그의 할아버지 김보현, 협상 달인 강신태, 작곡가 정율성을 비롯 조선인과 동북왕 가오강 등 중국인들의 동북에서의 항전은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특히, 마오쩌둥이 장제스와 동북을 놓고 벌인 내전에서 북한의 지원은 탁월했다. 혼란기에 펼치는 전략가들의 시야는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타고날지도 모른다. 북한을 갈 수 없으니 백두산을 중심으로 두만강과 압록강 강변에 있는 중국 도시들을 가노라면 중국과 북한의 어제와 오늘, 미래 관계가 끊임없이 안개 속에 갇힌 듯한데 이 책에는 숨겨진 많은 해답이 있는 듯하다. 2007년 연길에서 새벽에 떠나 두만강 ..
1,2,3권만큼이나 4권 를 읽으면 중국 방방곡곡을 땀내 닦으며 걷던 기억들로 설렌다. 장쉐량张学良의 고향 션양沈阳의 장솨이푸张帅府와 ‘시안西安사변’의 총탄 자국, 그의 첫 연금 현장이자 장제스蒋介石의 고향 시커우溪口의 미륵보살 성지, 대장정의 종착지 옌안延安의 동굴 집 야오둥窑洞, 베이징 마올후퉁帽儿胡同에 있는 마지막 황후 완룽婉容의 고거, 마지막 황제 푸이溥仪의 창춘长春 위만황궁伪满皇宫 박물관, 동북항일연군의 만주벌판까지. 옴니버스로 엮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책 속에 담긴 ‘중국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넘어갈수록 그들이 밟고 있던 ‘역사’ 속으로 물밀 듯이 나가고 싶어진다. 나의 중국문화답사기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 장쉐량과 푸이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이니 어찌 흥분하지 않겠는가? ..
국내 여행사 패키지와 현지 가이드의 협작 다른 여행도 아니고 중국패키지여행이라 댓글 달기 시작하다가 한국인을 '호갱'으로 양산하고 있는 국내 대형여행사와 중국현지 가이드의 협작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강한 흥분으로 잠시 원고작업을 놓고 글을 쓴다. http://omn.kr/cy0t 2년 전쯤, 북경에서 팔달령(한국인 무지 많이 가는 만리장성) 일일투어가 진행되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칼을 빼 들고 여행객(중국인)들을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칼부림까지 하는 가이드의 횡포(중국에서는 '손님이 왕'이 아니라 가이드가 왕이다.)는 사회문제로 비화돼 중국 정부는 관광산업의 비리와 모순을 해결하려고 소위 노-옵션을 빙자한 저가패키지투어의 실상을 조사하고 불법적인 여행사업에 대해 철퇴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문화여행 박정희 무덤 자리를 조선의용대 열사로 96주년 기념이라고 시끄럽다. 특별하게 ‘민족적’인 나라가 된 것도 아닌데 호들갑 떨던 주말, 고 김학철 선생에 대한 SBS 특집을 보다가, 한단邯郸이 생각났다. 2013년 1월 북경을 출발해 지인 3분과 개척여행을 한답시고 굳이 한단을 찾은 이유는 석정 윤세주 열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한단은 ‘황량몽’과 ‘한단학보’ 고사와 ‘태극’ 문화, 진시황 출생지, 조赵나라 문화뿐 아니라 항일투쟁 혁명열사의 피가 서린 곳이다. 시내 한 가운데 조성된 혁명열사능원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원이다. 혁명열사기념당 앞에는 시민들이 나와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엄마 따라온 아이가 너무 귀여워 과자도 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기념당 안 한쪽 면에 곡조와 함께..
신선거神仙居, 이름부터 신비롭고 절경의 냄새가 풍긴다. 신선거는 절강성 태주台州 시 선거현仙居县에 위치한 국가4A 급 관광지이다. 신선거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화산 유문암 지형으로 기암절벽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화산 암석 중에서도 유문암 지형은 바위의 색깔이 아주 하얗게 표피를 이루고 있어 운무에 휩싸이면 그 은은한 빛깔이 더 화사해 보인다. 암석들 이름도 다양해서 관음암, 여래상, 영객산신, 장군암, 수미인睡美人 등 10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오르내릴 때 다 케이블카가 마련돼 있어 쉽사리 산에 오를 수 있고 힘들지도 않고 트레킹 코스가 잘 관리돼 있다. 길을 따라 오르내리고 산봉우리 능선을 여러 바퀴 돌고 돌아 가면서 경치를 구경하는 맛이 아주 좋다. 계곡이 ..
공산당과 합작해 먼저 항일투쟁에 나선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난 장개석은 1937년에 돌연 장학량을 구금한다. 장학량은 장개석의 고향인 절강성 봉화시 계구현 설두산(雪竇山)에 유폐되고, 상해에서 친 자매처럼 함께 거주하던 우봉지와 조일적은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설두산으로 가 장학량을 돌본다. 이때 조일적은 아들을 낳았고, 얼마 후 일본군은 장개석의 고향을 침공한다.장학량이 하와이로 이주한 후 2000년에 조일적이 사망하고, 10개월 후 장학량도 사망하자 둘은 합장되었다. 장학량은 어린 시절에는 경비행기를 타고 만주벌판을 날아다녔고,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한때는 아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03세라는 장수를 누렸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에서 그 유래가 없을 만큼 장기간의 정치 보복을 당했지만 천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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