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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오늘(11.17) 신화사를 비롯 많은 언론들은 유명 축구해설가인 황지엔샹(黄健翔)이 CCTV(中央电视台)를 사직했다고 보도했다.


황지엔샹, 그는 누구인가. CCTV의 축구중계 간판 해설자가 아니었던가. CCTV5번 스포츠채널을 자주 보는 축구팬이라면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각 유럽리그의 축구 중계에 자주 등장하던 그를 잘 안다.



그런 그는 지난 6월, 독일월드컵 당시 엄청나게 돌발적인 '파쇼적' 해설(?)로 단번에 세계적으로 유명인물이 됐다. 바로, 이탈리아와 호주의 16강 전.


마지막 1분을 남긴 상황. 갑자기 그는 '뎬치여우'(点球, 페널티킥)를 세번 외치더니, 결국 '위대한 이탈리아 왼쪽 풀백'(伟大的意大利左后卫)으로 위험수위를 높혔고 '게임은 끝났다. 이탈리아는 다시 히딩크에게 지지 않았다. 히딩크와 선수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은 호주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대부분 유럽에 있으니'라고 조롱 끝에, 드디어 '이따리 완수이'(意大利万岁, 이탈리아 만세)를 외치기에 이르렀다.



시드니 모닝헤럴드도 당연히 그를 보도했다.(클릭) 사진 밑에 '나는 정말 호주사람을 싫어한다'("I don't like Austrailians Indeed")는 그의 멘트까지 실었다. 16강 전 이후 그는 중계방송에서 하차했고, 이후 반성의 편지를 공개하며 '자신이 너무 개인감정이 앞서 흥분했고, 너무 이탈리아 세리에 리그를 좋아하고 그 선수들을 더 좋아하기에 생긴 일'이라고 했던 것이다.


호주신문의 이 황건상 관련 기사는 별다른 오피니언 없이 주로 사실 위주로 보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호주는 최근 아시아축구협회(AFC)에 조인했다'고만 전한다. 아마, 아시아에서 두 나라 축구대표팀 경기가 있게 되면 다시 그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듯하다.


방송은 개인의 흥분을 쉽게 노출하지 못하는 장치로 '윤리'라는 게 있다. 그는 방송의 'ㅂ'도 모르는 사람인가. 그의 축구 중계방송의 열정은 바로 유럽 빅리그에만 열광하고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멸시하는 일부 열광적인 축구팬(足球迷)만을 위한 그것이 되고 말았다. 여전히 그의 감정 배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가 중국 국영방송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이후 황건상의 유럽프로축구, 특히 이탈리아 세리에 리그의 열광적인 팬이어서 그랬다는 다소 동정 섞인 기사도 있었다. 문제를 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말았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중국 방송진행자들이 가진 이중성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정치와 사회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지(?)하고, 평범한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준, 도덕, 책임 없이 쉽게 발언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방송윤리'를 가르치는 방송 시스템 문제로 봐야 한다.


자기 것은 대단히 애지중지하지만 남의 것은 쉽게 무시하는 발언을 중국방송에서 자주 보게 되고 그걸 제도적으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황건상 사건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돌발적으로 노출된 문제다. 월드컵 때 블로그 글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와 토고 예선 경기의 CCTV 스튜디오에 나온 한 여성 패널은 '한국의 승리 후 해설을 요청'한 진행자 짱삔(张斌)의 질문에 '한국 선수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열심히 뛰었다'고 말하니, 아무리 스포츠 중계이지만 방송과 농담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황지엔샹은 1968년 생, 내몽고자치구 출신으로 베이징 외교학원 졸업 후 1994년부터 CCTV 스포츠부에서 근무했다. 12년 동안 방송현장에 있으면서 배운 결과, '위대한 이탈리아 만세'인 것이다. 아마도 세계 방송역사에 이런 사례가 또 있을 지 모르겠다.


'히딩크'를 좋아하는 나는 그날, 1시간 내내 아무 말도 못했다.



현재 중국 CCTV 홈페이지 중 스포츠채널 면에는 아직 그의 사진과 프로필이 있다. 그렇지만, 그가 CCTV를 그만 둔 것은 확실한 듯하다.


문제는 모든 언론이 그의 행로와 관련해 상하이(上海)의 똥팡(东方)TV와 펑황(凤凰)TV를 점 찍고 있다. '똥팡으로 간다는 것은 완전히 날조된 것(纯属编造)'이라고 하면서도 말이다.


기자들은 대체로 그가 상하이의 똥팡이나 홍콩의 펑황(凤凰)으로 가는 게 아닌 지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 관련 기사 중에는 '똥팡은 부인하고 펑황은 모른다'(东方否认 凤凰不知)고 한다.


CCTV 출신 방송진행자들이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면 홍콩으로 갔고 그 역시 2년전에 마음이 펑황에 가 있다(跳槽)고 하기도 했다고 하니 주목 받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CCTV 출신이 아직 한명도 가지 않은 상하이 똥팡은 시청율이 높은 방송국이면서 스포츠 중계 인지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사실 그가 어디로 가던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사직 사유는 월드컵 이후 CCTV 내 위상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심지어 '월급이 적어서 떠난다'라는 소문도 도니 한심한 노릇이다. 중국의 유명 잡지 그룹인 스샹(时尚)의 '스샹씨엔셩(时尚先生)'에 관여해 CCTV 링다오먼(领导们, 경영진)이 화가 났다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스스로는 그동안 '좀 지쳤다'(有些累)고 한다.


최근 CCTV 타이짱(台长)인 짜오화용(赵化勇)이 고위층 회의에서 '일부 방송진행자들의 불량한 행동'과 '맡은 바 자기 프로그램에 대해 성실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스샹센셩에 참가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고 전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방송진행자들이 '젯밥'에만 관심을 둔다면 큰일이다.


과연 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우선, 방송인으로서의 기본 자세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에게 오명을 남긴 '월드컵'을 벗기 위해 진심으로 호주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방송인들과 시청자들 앞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진심으로 중국방송의 발전을 바란다. 13억 시청자들과 울고 웃어야 할 방송이니 말이다. 보다 인간적이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방송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황지엔샹, 그는 '호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부터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