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차이나타운에 새겨진 '중화'가 불편하다 지난 토요일(4월11일) 오후 국철 인천역. 10년 만에 다시 찾았더니 감개가 무량하다. 길 건너 맞은 편에 커다란 패루(牌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저 평범한 동네 입구이던 이곳이 마치 베이징(北京) 국자감 패방(패루와 패방을 같은 뜻)을 옮겨 놓은 듯 웅장한 자태로 나타날 줄이야. 패방이란 마을어귀에 두어 그 지역의 고유한 지명이나 사당이나 관청의 위엄을 표시하는데 그 크기와 구조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 가운데 '중화제(中華街)'가 딱 새겨 있으니 생경하다. '중화'라는 말은 중국 한족의 골간이며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지가 덧붙은 지극히 가치지향적인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중국 화교'라는 의미로 새겼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화교'라..
[진흙속중국영화캐기-03] 루쉬에창 감독의 "1994년 11월 30일, 베이징 시 제10회 인민대표대회상무위원회 제14차 회의가 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1995년 5월 1일부터 시행한다."영화는 이렇게 자막으로 시작한다. 초저녁 애완견을 운동시키러 나온 주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공안(公安)들 때문에 개와 함께 도주하기 바쁘다. 카라(卡拉) 역시 사슬에 묶이고 차에 실려 끌려가게 된다. 이 '엄격한 규정'을 벗어나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아니 가난한 집안의 사랑 받던 강아지 카라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된다. 베이징 도심 시청취(西城区) 신지에커우(新街口)에 거주하는 공장노동자 라오얼(老二)은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한다.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고 소심한 성격의 그에게 유일한 말벗이고..
중국 사람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노래가 중국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샤오이베이(邵夷贝)이다. 그녀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여우쿠왕(优酷网, 중국 최대 인터넷동영상 서비스 중 하나)에서 지난 2월부터 플레이수가 벌써 30만 건 이상이라고 한다. 우연하게 인터넷에 올린 영상이 대박이 된 것이다. 지난 25일 중국의 권위 있는 언론매체인 난팡도시보(南方都市报)는 독특한 사회현상으로 판단하고 독점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때부터 그녀가 유명해지게 된 사연은 물론 로큰롤을 좋아하는 매니아이며 시골 벽지에서 베이징대학에 입학한 수재라는 배경 등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인터뷰 기사 [난팡도시보 3.25]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부른의 의 노랫말과 가락이 재미..
"이런 기사를 쓴 기자는 상대하기도 싫은 인간입니다" (제목 변경 13:43) 우리 언론이 중국 관련 보도를 하는 것을 보면 가끔 화가 많이 난다. 하지만, 참고 있다. 매번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그러다 한두 번 참다보니 이제 좀 만성이 됐다. 중국 현지에 주재 특파원을 둔 언론사의 경우는 덜한 편이지만 소위 인터넷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들의 '무책임한 보도'는 좀 심각해보인다. 사실, 중국은 우리 언론이나 블로거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사건 사고가 많다. 그래서 보도하고 싶은 유혹이 그만큼 클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의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정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그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도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독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얼마전 기자가 참여하고 있는 한 중국관련..
베이징 동쪽 외곽에 있는 게섬, 시에다오(蟹岛)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유원지처럼 꾸며져 있다. 식당도 많고 놀이기구도 있는 곳이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당시, 한여름 저녁에 이곳에 놀러갔다. 매일 밤 공연이 펼쳐진다. 서커스,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한밤의 공연이다. 큰 항아리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재주를 부리는 묘기가 벌어지고 있는데, 옆에서 툭 튀어나온 개구리가 보였다. 시끄럽게 사람들이 놀고 있으니 재미있었나 보다. 폴짝폴짝 튀어서 옮겨다니며 공연을 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개구리랑 함께 즐거운 공연을 관람했다. 중국에서 '게'를 시에(蟹)라고 한다. 제 철이 되면 거리에서 팡시에(螃蟹) 몇 마리 사서 먹으면 정말 싸고 맛 있다. 소스는 달게 또는 맵게 해서 먹어도 좋은데, 하여간 무척 이 게를..
시각각 시계바늘이 똑딱거리며 ‘티베트항쟁’ 50주년 기념일인 3월 10일로 가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현장에 없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덧 국내언론사들은 현장 분위기는 아니지만 일촉즉발 같은 티베트를 대부분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화제는 원자바오 총리의 ‘바오바(保八, 경제성장률 8% 유지)’ 등 경제문제이긴 하지만 중국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자회의를 함께 한다는 뜻)가 때맞춰 있기라도 한 것처럼 티베트와 양회가 함께 거론되는 전문가 기고나 특파원 시론까지 합하면 긴장감을 꽤 읽은 셈이다. 얼마 전 대학로에서 티베트 라싸(拉萨)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우리의 걱정도 다르지 않았다. 라싸에 상주하고 있는 선배는 공안국으로부터 당분간 입경하지 말라는 ..
[진흙속중국영화캐기-01] 중국 6세대감독 장양의 데뷔작 영화는 '소리(声音)', '사진(照片)', '완구(玩具)', '십삼향(十三香)', '마작(麻将)'의 5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사랑과 결혼,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에 관한 인생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이지만 감독은 하나의 동선으로 묶고 싶었던 것일까. 마치 마라탕 속에 들어가면 다 하나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훠궈(火锅, 쓰촨요리로 솥에 갖가지 야채와 고기 등을 넣고 맵게 먹는 것으로 마라탕과는 사촌)를 먹는 연인이 서서히 줌아웃으로 등장한다. 여자의 부모가 남자를 만나자고 한다는 말로 영화는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랑, 부모의 허락을 받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다. 이들은..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에 연재 요청을 했는데 회신이 없어 그냥 시작합니다. 중국영화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장이머우, 첸카이거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의 영화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는 이미 헐리웃 스타일의 블럭버스터를 지향하면 지나치게 오락성만 강조하니 따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대중문화 매니아로서 관심의 초점은 바로 중국6세대 영화입니다. 중국 6세대 영화는 장이머우, 첸카이거, 이안, 펑샤오강 등 유명감독들과 달리 20대 젊은 시절, 천안문사태를 경험하고 사회에 등장한 감독들이 만들어낸 영화를 말합니다. 장이머우로 대표되는 5세대를 뒤이어 세대를 가를 정도로 확연하게 다른 영화들입니다. 이 6세대라는 표현은 '제5세대 이후의 중국 대륙의 영화창작 집단'이라는 개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