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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이 발명한 한겨울 보양식 둔차이와 밀주



한겨울에 먹으면 좋을 중국요리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둔차이(炖菜)라고 하는 중국 둥베이(东北) 지방의 음식인데, '둔'은 '푹 삶다'라는 뜻이 있으니 '푹 삶아서 먹는 요리'인 셈입니다. 이런 둔차이를 둥베이 사람들이 많이 먹는데, 알고보면 만주족의 고유한 전통요리가 발전한 것입니다.

지난 11월 베이징에서 10여 명이 빙 둘러앉아 큰 솥에 소고기를 비롯해 감자와 야채 등을 몽땅 넣고 푹 고아내는 요리이니 이름하여 톄궈둔(铁锅炖)이라 합니다. 동영상에서 종업원이 말하고 있는 '농자(农家)테쿼둔'이란 말은 이 철판 솥의 둔차이로 농가, 즉 일반서민들이 즐겨먹는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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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생활에 익숙한 만주족이 발명하고 즐겨먹었다고 하는 이 둔차이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소나 돼지의 갈비(排骨)를 넣기도 하고 때로는 병아리(小鸡)나 물고기(鱼) 또는 식용개구리(牛蛙) 등을 주재료로 해서 버섯(蘑菇), 감자(土豆), 배추(白菜) 등을 함께 넣고 오랫동안 끓여서 먹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부담 없는소고기 갈비를 재료로 감자를 넣어 철판에 넣고 푹 고아내면서 야채와 버섯을 넣으니 그야말로 감자탕 같기도 하고, 매운 갈비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국물이 맛을 좌우하는데, 추운 지방 사람들의 식성과 우리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맛도 아주 제격입니다. 함께 먹은 사람들 모두 '얼큰하다'거나 '구수하다'거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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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영상을 찍고 한참 맛있게 먹는데 갑자기 옆 친구가 '드셔보시라'며 접시에 올려준 약간 둥글고 마치 꽃잎이 붙어 있는 듯한 모양의 소의 한 부위인 듯한 것입니다. 당연히 긴장하고 무엇인지 물었더니 '뉴볜(牛鞭)'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니 바로 '소의 그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소의 음경입니다.

먹어야 할지 한참 망설이는데, 먹지 않으면 뺏어가겠다지 뭡니까. 두 눈 딱 감고, 푹 고아진 '소의 그것'을 먹었는데, 이미 국물에 푹 절어서 맛도 꽤 좋았습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더 정확하게는 '한번 먹어봤다'는 에피소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중국요리 중 '세상에 못 먹을 것은 없다'는 것이 소신이니 어찌 먹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뉴볜은 탕(汤)으로 끓여서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중국의학서에 그 근거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해면체 덩어리로서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소의 음경을 먹으면 충분히 정력을 보강할 수 있다(吃牛鞭能壮阳)'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나중에 알아보니 이 뉴볜탕을 상품화해서 팔기도 한다는데 대추(红枣), 두충(杜仲), 구기(枸杞) 등을 함께 배합해서 끓여서 먹으면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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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나쁘지 않지만 뉴볜으로인해 약간 요리 먹는 속도가 늦춰졌습니다. 잠시 쉬어가면서 뉴볜과 함께 다양한 중국식 보양음식에 대해 갖가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도중에 식당 한쪽에 큰 술단지 두개를 발견했습니다. 일종의 밀주입니다. 둥베이의 어느 한 지방에서 만들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왼편은 38도, 오른편은 56도.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향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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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새로운 것은 반드시 마셔 봐야 합니다. 56도 한근을 주문하니 작고 예쁜 병 2개에 담아옵니다.  그냥 마셔도 되지만 따뜻하게 데워서 마셔보자고 했는데, 약간 따뜻하니 알콜도수가 더 높아진 느낌입니다. 대부분의 둥베이 지방의 술이 우리 입맛에 잘 어울이듯이 이 술의 향도 아주 좋아서 작은 잔에 거듭 부어마셨습니다. 목넘김부터 위 속으로 들어간 강렬한 느낌의 술이 온몸을 뜨겁게 달굽니다. 철판에 푹 삶아낸 고기와 야채, 국물 맛에 어울리는 독주였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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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라고 우리가 불렀지만, 사실 중국에서 불법으로 제조된 고량주가 이렇게 버젓이 식당에서 유통될 수는 없습니다.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면 정식 브랜드가 있는 술도 수천가지가 되지만, 이렇게 상품화되지는 않았지만 그 지방의 토속적인 전통 술이 꽤 많습니다. 거리에서 잔술로도 팔고 식당에서 합법적으로 팔기도 합니다. 이런 술을 일종의 농자량쥬(农家粮酒)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술까지 합한다면 아마도 엄청나게 많은 술들이 있을 것입니다.

중국에서 이런 술을 잘못 사서 마시면 곤란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여행 중에 낯선 지방에서는 금물입니다. 돈 빼앗기고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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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궈둔은 고기와 감자, 야채, 버섯 등을 넣고 함께 삶아낸 것이 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솥(锅)을 이용해서 요리한다는 점에서 쓰촨(四川) 지방의 전통요리인 훠궈(火锅)샤브샤브와 아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훠궈와 다른 점은 샤브샤브 형태가 아닌 우리의 감자탕과 같이 푹 삶아서 국물까지 먹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 테궈둔도 나중에 밥을 넣고 볶아먹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입맛이 약간 텁텁하면 예쁜 빛깔의 맥주 한잔으로 입가심해도 좋습니다.

둥베이 둔차이를 파는 곳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철판 둔차이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베이징 왕징(北京)에 사시는 분들은 후이구양광(慧谷阳光) 정문 건너편에 가면 이 식당을 찾을 수 있으니 친구들과 함께(최소한 5명 이상) 먹어보시기 바랍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우리 돈으로 요리만 4만원 안팎일 것입니다.

한겨울 보양식으로 기가 막힌, 만주족의 전통요리 둔차이 중에서도 테쿼둔. 독주와 함께 곁들여 훈훈한 대화를 즐기며 겨우내 움츠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을 확 녹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