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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베이징 거리의 반부패장정 깃발

최종명 작가 2008. 12. 26. 01:28
지난 10월 베이징. 글로벌원정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올해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 중 하나였다. 그때 다 못한 이야기가 여전히 노트북 사진 디렉토리에 남아있을 줄이야.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왕푸징 부근의 만두집으로 갔다. 바로 톈진(天津)을 대표하는 유명 브랜드이기도 하고 서태후가 맛 있게 먹었던 그 만두, 거우부리(狗不理). 중국 곳곳에 이 만두집이 많은 편인데, 베이징 시내 곳곳에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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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 고기 그리고 삼선 등 다양한 만두와 땅콩과 야채를 시켜서 먹었다. 거우부리의 별미인 죽(粥)은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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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갔던 우리 글로벌블로거 원정대원들. 편집장님, 라디오키즈님, 학주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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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심을 먹고 천안문 광장을 보고 고궁으로 가려고 했는데, 마침 APEC 정상회담으로 광장이 폐쇄돼 어쩔 수 없이 국가대극원으로 돌아갔다. 이 대극원에서 뮤지컬이나 무대공연을 꼭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걷었다. 마침 이 거대한 원형 극장 옆을 지나는 사람과 좋은 대비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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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앞에 쌍둥이 중국아이 둘이 중국오성홍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너무 귀여워서 사진 찍자고 하니 재롱을 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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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안으로 들어갔다. 고궁 주변은 구덩이를 파서 물이 흐르도록 해자가 조성돼 있다. 서북쪽에서부터 흘러드는 이 인공물길이 자연스레 고궁 정면 앞을 흐른다. 해자를 건너는 금수교이다. 물에 비친 다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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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은 모두 고궁에 처음 들어와서인지 마냥 즐거운 듯했다. 나는 약간 지루했지만 그들의 밝은 모습을 보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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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을 다 벗어나면 제일 북편에 후원이 있다. 후원에 소수민족 복장을 한 어머니와 아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윈난(云南) 성에서 여행 왔다고 했다. 얼핏 들었고 옷 모습을 봐서는 이족(彝族)이 아닐까 싶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마침 한국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함께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조선족 가이드가 이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니 아주 즐거이 함께 촬영하는 모습과 그 마음씨가 참 예쁘다. 꼬마는 사진 찍기 싫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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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담벼락은 언제봐도 기분 좋다. 난 왜인지 모르지만 저 색깔이 좋다. 단청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어설퍼도 보이고 담벼락이 균형 있는 색이 바래지 않고 어딘지 세월을 담은 듯한 한 느낌이 말이다. 사실, 자세히 다가가서 보면 색감이 아주 흔해보이긴 하지만, 또 나중에 보면 정감도 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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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북문을 빠져나오면 좌우로 넓고 길게 해자를 따라 물길이 잔잔하다. 고궁 담벼락의 긴 직선을 물길에도 담겨지니 사시사철 올 때마다 그 느낌이 다 다른 것도 이곳이 좋은 이유이다. 늘 이 부근은 사람들로 어수선하고 물건 사라고 떼지어 떼쓰는 이들로 피곤하긴 하지만, 잠시라도 앉아서 저 긴 궁의 역사를 만끽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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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궁을 나와서 쳰먼(前门) 거리로 왔다. 새로 활짝 개장했으나 여전히 겉모양 번지르한 거리. 예전의 어수선한 거리 모습이 더 좋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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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한복판에 '반부패장정' 깃발을 어깨에 높이 짊어지고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 멋지게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중국 시민(인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일당독재니 철저한 통제사회이니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맞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닌데, 가끔 이렇게 소신을 가지고 거리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중국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통치규범 중 하나가 '부패'이니 이를 공산당 장정 메시지와 연계한 것은 어쩌면 정부가 바라는 바일지도 모른다. 어떤 메시지이건 중국인민들이 기회균등, 부의 평등한 분배, 인간가치의 실현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된다면 제일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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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먼다제를 거쳐 다쓰랄 거리를 가로지르는 길(배낭여행객이 많이 모이는 곳) 한 까페에 태극기가 반짝거린다. 창문 사이로 조용히 안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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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해가 지려하고 서서히 홍등이 켜진다. 중국 거리를 거닐다 보면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런 색깔의 대비가 나는 참 마음에 든다. 어스름 속에서 붉게 솟는 빛, 이것이 중국의 모습이고 이국적인 멋이 아닐까.

우리는 이렇게 종일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녔다. 처음 베이징에 오는 사람들에게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약간을 바꾸도록 하고 바르게 느끼고 좋은 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쩌면 먼저 중국을 이해한 사람들의 작은 역할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생기면 더 멋진 곳으로 함께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