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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쓴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 - 다산즈 798예술구 (3)



798예술구를 두루 돌아다니는데, 그동안 못 보던 화랑이 보였습니다. 좁은 골목 안에 숨어 있듯 있는데, 바깥에 진시황 조형이 있어 눈에 띠게 된 것입니다. 화랑 이름이 니로(Niro)라고 써 있습니다. 중국어로는 니뤄(泥罗,ni luo)입니다.

이곳에는 진시황에 관한 조형물도 있고 12지지(地支)의 동물 형상도 있습니다. 그 옆 구석에 혓바닥 위에서 춤 추는 댄서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여유롭게 거닐고 있습니다. 화랑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또 들어가고 합니다. 화랑 간판 하나는 거대한 공장 굴뚝에 걸려 있기도 합니다.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덧칠된 도자기 질감의 진시황이 골목 입구에 서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자전거 한 대가 서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니로(Niro)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니노 간판 앞에는 도교의 삼청신 중 하나인 듯한, 복숭아와 지팡이를 든 조각상이 보입니다. 아주 잘 만들어진 조각상입니다. 물론, 정서적으로 감정이입이 될 정도는 아니고 징그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중국 곳곳에 많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예술품 속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화랑 안으로 들어가니 진시황과 그의 병마용들이 창과 칼, 방패를 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병마용은 진시황 시대의 것이 아니라는 소신이 있기에 약간 불만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예술작품이라고 보면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국에 가면 많은 모형 병마용 상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가짜로서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조각가의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의 예술적 혹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진시황 옆에는 12지지 동물들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몸통 모양은 다 비슷합니다. 손 색깔이  약간 다르고 얼굴은 12개 동물마다 다 그 특징을 잘 살려 있습니다. 자신의 띠 앞에 한번씩 멈춰서서 자세히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들의 띠인 개 모양 앞에서 자세히 한번 바라봅니다. 그러면 서울에 있는 아들 생각이 나게 됩니다. 이런 독특한 작품이라면 하나 사서, 비싸지만 않다면 가지고 가고 싶기도 합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이 가격을 물어볼만한 사람은 없네요.


동물들을 보고 옆으로 눈을 돌리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지 못했습니다. 저 혓바닥이 사람의 손인 줄 알았습니다. 아래에 사람의 얼굴과 벌린  입을 보기 전에는 말입니다. 온통 새빨간 색깔, 새빨간 혓바닥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이라니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춤 추는 댄서가 아닐 지도 모릅니다. 나신의 형태로 봐서 여자임에 분명합니다. 세치 혓바닥 위에서 농락 당하는 여자를 보여주려는 것인가 봅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벌린 입을 다시 보게 됩니다. 각진 턱선과 커다란 얼굴, 반질한 머리를 보아 하니 중국 고위 간부를 떠올리게 됩니다. 아마도 중국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빚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798예술구의 작품들에는 반사회적, 반정부적인 표현이 가끔 눈에 띱니다. 그만큼 젊은 작가들도 많고 진정의 마음을 지니고 작품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거리의 가게입니다. 창문을 중심으로 공예 완구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벽의 낙서들이 아무렇게나 그린 듯 보이다가도 눈 여겨 다시 보면 무언가 의미를 담은 듯도 보이지만, 알 듯 모를 듯 한 곳이기도 합니다.


거리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오고 갑니다. 화랑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이 아가씨의 뒷태가 듬직하면서도 늘씬합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가족이 함께 움직였는데, 슬쩍 말을 붙이니 중국어도 잘 했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니 아마도 미국이나 캐나다 정도에 사는 화교인 듯합니다.

이미 미국에는 청나라 말기 서양열강이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까지 진출할 당시 여러 사건의 와중에 미국 등으로 흘러간 중국인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차이나타운을 통해 경제적 성장과 화교 커뮤니티를 꾸준히 키워 왔습니다. 그 후손들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모국이라고 찾아와서 젊은 정신이 흐르는 798예술구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화랑 간판이 큰 공장 굴뚝 아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거대한 굴뚝은 정말 높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그 높이를 짐작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굴뚝 안은 비어 있지만 그 바깥은 창청(常青), '늘 푸른' 뜻을 지닌 화랑 이름으로 살아있는 가 봅니다.

798예술구는 중국사회를 암시하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구석구석 헤집어 가다보면 이런 느낌과 메시지와 자주 만납니다. 그렇게 중국의 역사와 문화, 사회와 미래를 고민하기도 하는 예술 투어가 베이징에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