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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 1,2회가 방영됐다. 예고편을 티저기법으로 궁금증을 드러내더니 중국이 배경인 것을 살짝 드러내기에 어떤 드라마일 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내러티브로 만든 드라마였던 셈이다.

 

드라마가 막 시작됐고 타 방송국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이러쿵저러쿵 하는데 별 흥미가 없고, 역시 소지섭의 5년만의 드라마 출연, 한지민의 변신 등 배우들 캐릭터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게다가 한류배우 마케팅 운운하는 데는 웃기지도 않아서 코웃음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를 가지고 글까지 쓰자고 마음 먹은 것은 1회 인트로 씬에 나온 멋진 사막과 2회에서 뜻밖에 등장한 토루 때문일 것이다. 사막과 토루. 정말 2007년 6개월의 중국발품취재에서 감명 받은 영상 중의 하나이기도 했지만 촬영장소 역시 흔해 빠진 그런 곳이 아니라 참신했던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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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공식사이트에 소개된 글을 보니 ‘텅거리 사막’이라고 했다. 사실 이 사막은 인촨()으로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본 게 전부이다. 다만, 현지 발음 대로 표기하는 법칙에 따르면 ‘텅거리’가 아닌 ‘텅그리(騰格里)’ 사막(또는 ‘텅걸’)은 중국에서 4번째로 큰 사막(沙漠)이면서 몽골족은 물론이고 흉노족, 강족(羌族) 등이 살아오던 터전이다.

 

공식사이트에 설명(구체적으로 언급은 없다)하고 소개한 것처럼 지금도 왕릉과 쌍탑이 지금도 남아있다. 이 왕릉은 1038년에 소수민족인 이원호가 세운 대하(大夏)라는 나라의 것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쌍탑 역시 천 년의 역사를 담고 텅그리 사막 끝자락에 우뚝 서 있다. 북방민족의 원시적 예술 흔적인 암화()가 사막을 바라보며 우뚝 솟은 허란산(贺兰) 자락에 있기도 하다.

 

! 이곳이 닝샤(宁夏)회족자치구가 맞다. 공식 사이트에서 이 ‘닝샤’를 ‘영화회족’ 자치구라고 한 것은 오류이다. (영화를 아주 좋아해서 착각?) ‘영하’라고 고쳐 써야 한다. 뭐 이 정도야 담당자 애교라고 봐도 될 만한데 ‘이슬람교를 믿는 몽골계 회족’이라는 말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몽골계 회족’이라는 말이 영 우습다는 것이다. 몽골족이 이슬람을 믿는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고 게다가 소수민족으로 변신해 회족이 됐다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상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온통 ‘몽골계 회족’이라는 말이 유포되고 있다. 이것은 정확히 말해 잘못된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이슬람 교도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으로 흘러와 민족을 형성하고 살았는데, 오히려 몽골족의 침공 등으로 인해 회족은 많은 압박을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족이나 몽골족 등으로 일부 민족동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몽골계의 회족이라고 할 사항은 아닌 것이다. 이것은 한번 중국사이트나 자료를 찾아서 그 근원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많은 여행사나 중국에 관한 네이버지식정보 등에서 온통 두루 퍼지고 있는데 정말 이상하다. 하여간, 아무리 중국사이트나 자료를 찾아봐도 '몽골계 회족'이라고 써야할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사이트의 글을 읽으면 마치 회족들이 고유의 문자, 상형문자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방송에서 봤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도 잘못이다. 중국 소수민족 중에서 유독 자기 문자를 가지지 않고 그저 중국어를 문자화해서 사용하는 민족이 바로 회족인 것이다.

 

이 오해는 바로 앞에 이야기한 대하(중국에서는 서하라고 의미 축소해 부름)가 만들어 사용한 문자를 말하는 것이다. 즉, 이원호는 나라를 건국한 후 자기 민족(강족 계열의 당항족)만의 고유한 문자를 창제해 사용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와서 민족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아무런 연관관계 없는 회족이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텅그리 사막에서 <카인과 아벨>이 촬영됐다는 것이 사뭇 기분 좋고도 멋졌다. 내몽골의 바오터우 시에서 가까운 쿠푸치 사막에서 소지섭처럼 드러누웠던 기억이 난다. 물론 머리와 허리에 총알을 맞은 것처럼 누운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드라마의 촬영지 탐방으로 인해 중국을 이야기하는 것을 아주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정보와 사고방식, 그리고 중국에 대해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등의 이야기를 무심결에 이해하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

소지섭의 피 비린내 나는 연기를 담아 '은천사막(1)'을 소개하려고 한다면 인터넷에 떠도는 몇가지 내용을 복사해서 가져다 붙이는 수준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준비한 담당자에게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좀더 세심하게 자료를 찾기를 바란다.

중국역사와 문화에 애착을 가지고 공부(중국을 이해하고 결국에는 상호 협력해 우리의 미래 지향에 기반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의 애착임)하는 사람으로서 '중국'에 대해 대충 결론 짓는 습성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있다. 게다가, 신문 기사 한 구석에 약간 틀린 것이라면 그저 넘어가면 마음 편하다. 안 그랬다간 울화통 터져서 다른 일을 못한다. 그런데, <드라마>라면 그 파급력이 크다. 그래서, 드라마에 '중국'이 나오면 "또 중국이냐?" 한숨부터 나온다. 제발 조금만 틀리기를 바라면서 ...

(다음에는 <카인과 아벨>에 나오는 토루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2008/05/13 - 중국발품취재(인촨편) 중국영화는 이곳에서 세계로 향한다

참고 : SBS <카벨 촬영지 탐방1 – 은천사막(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