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대학로에 약속이 있어서 갔다. 마로니에 옆 스타벅스에 앉아서 후배를 기다리는데 창문을 뚫고 나오는 늦은 오후 햇살 아래에서 그들 연인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들의 시선은 맑은 창 밖의 환하고도 바쁜 거리에도, 가로수를 뚫고 강렬한 빛을 뿜는 햇살에도 아랑곳 없으니 말이다. 커피숍 한켠에도 홀로 앉은 그 역시 책에 눈을 떼지 않고 있으니 창 밖은 익숙한 모습이었던 것인가. 오랜 만에 오는 나는 창 밖 풍경에, 아니 창문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했는데... 몇달 만에 보는 후배는 꽤 그동안의 고충을 소상히 말했다. 비즈니스 전쟁을 치르느라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았다가 바로 응급으로 입원하고 거의 1달을, 아니 지금도 후유증이 약간 남은 듯한 피곤한 모습,..
중국 4대 소설 중 하나인 수호지에서 단연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武松)이야말로 가장 드라마틱한 영웅 중 하나. 지난 11월 15일 우연한 기회에 무송의 고향 허베이(河北) 칭허(清河)를 찾게 됐다. 베이징에서 서남쪽으로 허베이 성도 스자좡(石家庄)을 거쳐 다시 남쪽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산둥(山东)성을 경계로 작은 현시(县市)인 칭허에 이른다. 약5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야 도착한다.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낮부터 마신 맥주에 약간 취기가 올랐지만 짬을 내어 시내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무송공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숙소였던 칭허호텔 바로 건너편이니 아주 가깝기도 하고 베이징에 비해 훨씬 남쪽이어서인지 날씨가 포근한 편이었다. 공원 남문인데 1997년에 조성된 공원치고는 잘 관리가 되지 않..
중국에서 중국요리를 먹으러 식당에 가면, 우선 입구부터 환영인사를 듣고 나면 바로 '지웨이(几位)' '몇분이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 수에 따라 적절한 자리로 안내하려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나면, 주문을 하게 되는데, 푸우위엔(服务员)이 가져온 차이푸(菜谱,메뉴판)를 보고 주문을 하면 된다. 며칠 전 진바이완(金百万)이라는 카오야(烤鸭)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은 저녁만찬을 소개한다. 중국에서 당나라 농업사를 전공하고 연구중인 이중원 박사의 주문에 따라 맛갈나는 요리를 먹었다. 게다가 얼마전 황당하고도 비싼 췐쥐더에서 한국여행사의 농간(?)으로 바가지를 엄청 쓰고 먹은 오리요리 때문에 영 배가 아팠기에 이날 먹은 오리고기는 더없이 맛있었다고 하겠다. 먼저, 량차이(凉菜)부터 주문한다. 이박사는 징..
베이징카오야(烤鸭)의 대명사처럼 군림하는 췐쥐더(全聚德). 세계적 유명인사를 비롯 많은 관광객들에게 오리고기를 선사하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요리이며 식당입니다. 1864년에 개업했으니 백 년이 훌쩍 넘습니다. 식당 하나로 시작해 13개의 점포와 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주식시장에 상장될 정도로 기업화된 이 식당은 사실 비싸기로도 유명합니다. 원래 명나라 수도이던 난징(南京)이 베이징으로 천도하면서 함께 요리법이 전해졌는데, 베이징으로 와서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요리로 굳어져서 베이징의 대표요리가 된 것이라 합니다. 한번은 먹어봐도 좋을 췐쥐더 카오야이긴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점이 아쉽고, 베이징에만도 보다 싼 값으로 불포화지방산 오리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즉석에서 오리를 썰어주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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