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휘주문화(徽州文化)로 불리는 독특한 지역 문화권이 있다. 안후이(安徽) 남부와 장시(江西) 북부를 아우르는 공간적 개념이다. 12세기 초 송나라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품어온 유교문화와 상인문화도 담겨있는 시간 개념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후이고촌락은 휘주문화가 얼마나 품격이 있고 역사적으로도 소중한지 말해준다. 건축물은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촌락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계속)
휘주문화답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마을 리컹理坑의 아침이 밝았다. 3층 옥상에서 묵은 객잔에서 내려단 본 마을은 상쾌하기 그지 없다. 산 허리를 휘감는 운무가 조용히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다. 회색 담벼락과 검은 기와로 조성된 가옥은 아침에 더욱 찬란해보인다. 새벽에 비가 많이 내리더니 아침까지 여전히 남은 잔비를 뿌린다. 하천도 점점 소란스러워진다. 골목에도 조금씩 사람들이 왕래하지만 여전히 마을은 한적하다. 정말 떠나기 싫은 아침이다. 며칠 묵으며 그저 한없이 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시간이다. 꼭 다시 가고 싶은데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휘주답사 문화여행의 일정에 넣고 싶긴 하지만 고민된다.
휘주문화 답사는 안휘성을 거쳐 강서성 방향으로 넘어간다. 황산 훙춘에서 휴녕休宁의 판교향板桥乡을 거쳐 강서성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지방도로를 달리다가 도로 변에 잠시 멈춘다. 손마디 굵은 아저씨와 잠시 유익한 시간을 가진다. 다시 길을 달려 그 옛날 오나라와 초나라의 경계 부근 휴녕과 무원을 잇는 휴무고도休婺古道를 지난다. 18번 돌고돈다는 18절十八折을 오르는데 꽤 힘들다. 그런데 가끔 쉬면서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면서 오르면 30여분이면 오른다. 가끔 이렇게 땀을 흘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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