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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교 발원지 티엔스푸(天师府)에는 불교사원이나 라마교사원과는 다른 종교적 분위기가 있다. 대체로 기복적 종교사원이 많은 까닭에 대체로 비슷하다고 느껴왔는데, 이곳에 와서 본 도교사원은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오리지날 사원에 온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도사와 귀신을 통제하고 관할하는 완파종탄(万法宗坛) 안에는 싼칭디엔(三清殿)이 있다. 도교에서 말하는 싼칭이란 위칭(玉清), 샹칭(上清), 타이칭(太清)이라 한다. 각각 그 꽁펑(供奉)하는 신이 다를 것이다. 민간에서 널리 전파됐기에 아주 세속적인 냄새가 듬뿍 풍긴다. 그래서인지 이곳 정통 도교사원에 오니 그야말로 도교의 기운이 조금 느껴지는 듯하다.

싼칭디엔 안이다. 절을 할 수 있도록 두꺼운 방석이 세개 놓여져 있다. 도교에서 천지를 창조한 통치자를 이르는 세 신을 모시는 곳이라 천정과 방안 분위기가 사뭇 위세가 있다. 비록 작은 방이긴 해도 색다른 곳에 온 느낌이 엄습한다.

각양각색의 동물을 탄 신들이 방안 가득하다. 동물들 표정들이 다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마치 독특한 캐릭터를 보는 느낌이 든다.

한손에 몽둥이를 들고 진갈색 얼굴빛과 왕관을 쓴 모습, 특히 입이 빨개 깜짝 놀랐다. 오른편 신은 온통 얼굴이 파랗다.

반대편에도 동물들과 신들이다. 동물들 색깔들이 다 독창적이지 않은가. 이상하다고 하기 좀 그래서 독창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좀 모자란 느낌이긴 해도, 하여간 신들 표정보다는 동물들 자세와 색깔, 표정들이 더욱 인상에 남는다. 좀더 클로즈업으로 사진을 찍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다 찍기도 그렇고 신을 태운 동물들도 영험할지니 선뜻 그러질 못했다.

싼칭디엔 밖은 앞글에서의 그 인상이 깊었던 동물들과 사슬에 묶인 열쇠, 그리고 600년 이상 버티고 있는 나무가 있다.

티엔스푸 벽면은 대부분 갈색인지 핏빛인지 모를 색깔이 칠해져 있다. 그래서 건물들이 좀 어두침침한데 이날따라 햇살이 아주 강해 서로 대조를 극명하게 이루고 있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려는 중이다.

싼칭디엔 오른편 동쪽은 티엔스(天师)들의 사저다. 사람들이 벽면에 쓰인 글씨들을 읽으며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많으면 읽어보려만, 또 시간이 많더라도 다 읽기는 좀 많다.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데 이처럼 깔끔하기 그지 없는 곳도 있다. 온통 갈색 톤으로 물이 들었는데 사뭇 격조가 있다.

벽돌로 층층 쌓은 벽과 문. 햇살에 비친 붉은 기둥은 애써 자기 색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고 회색 벽돌 사이에 삐죽 나온 이끼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따오치콩통(道契崆峒) 삐엔으어(匾额,현판) 는 20세기 초 위안스카이(袁世凯)가 쓴 글이라고 '통'자 옆에 조그맣게 써 있다. 1914년 쑨원으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은 베이양쥔파(北洋军阀) 위안스카이는 스스로 황제를 칭한 후 마치 고대 황제처럼 행세했다 한다. 이에 도교를 이용, 민심을 잡으려 이 현판을 하사했다 한다. 당시 도교는 양대 파벌로 나뉘어 있었는데, 하나 쩡이따오(正一道)로 이곳 롱후산, 또 한 파는 췐쩐따오(全真道)로 멀리 떨어진 중국 서북 지역, 지금의 깐수(甘肃)성 콩통산에 있었다. 이에 양대 파벌이 화합하기를 바라는 뜻이며 황제로서의 의욕을 부린 것이라 한다.

지금까지 이어내려온 역대 도교 짱티엔스(张天师)를 소개하고 있다. 따탕(大堂) 뒤 사저 옆이다. 위에 써 있는 종촨(宗传)이란 현판은 청나라 치엔롱(乾隆) 황제의 위츠(御赐), 즉 하사품이다.

삐청(碧城)이란 현판은 청나라 캉씨(康熙) 황제의 하사품이다. 이렇듯 청나라 초기 두 황제는 연이어 도교를 통해 민심을 잡으려 한 모양이다. 삐청 아래 티엔스를 모시는 그림이 있는 것으로 봐 매우 중시하고 있어 보인다.

진광먼(金光门)을 사이에 두고 양옆의 붉은 기둥이 반듯하다. 글씨와 벽돌, 기둥이 동시에 만들어진 게 아니지 싶다.

문 너머로 길게 뻗은 건물 위 천정이 빠르게 흐르는 물줄기 같다. 이렇게 둔탁한 벽돌과 곧추 선 지붕, 뻗은 천정 등 건물 곳곳이 눈요기가 색다르고 즐겁다.

역시 사저 주변의 반듯한 벽과 건물, 가운데 약간 푸른 이끼들의 조화가 맛갈스러운 풍치다.

사저 사이를 뚫고 이동하는데 난데 없이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듯 온통 붉은 벽이 나타났다. 감당이 잘 안될 정도로 붉다. 눈이 좀 피곤하긴 하나 따뜻한 느낌도 든다. 하기야 난 어릴 적부터 유난히 빨간색을 좋아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금방 질릴 것이다.

티엔스디엔(天师殿)으로 원래는 싼씽탕(三省堂)이라 불렀다 한다. 옥황전이 강연과 설법을 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예불을 하던 곳인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정면에 싼준션샹(三尊神像)이 있고 그 앞에 도교식 예법을 하고 있다.

예불을 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마치 황제나 왕의 그것 같다. 도교는 옥황상제를 섬기고 티엔스푸 역시 왕궁과 흡사하다 하니 의복도 그러하다.

티엔스푸의 악대다. 쟝씨(江西)의 지푸(极富) 지방의 특색을 띤 민간의 민속적 음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그래서, 롱후산에서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다는 루쉰(鲁迅)도 말하길 '중국의 밑바탕엔 전부 도교가 깔려 있고 이걸 이해하는 사람은 중국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中国的根底全在道教,懂得此理者,懂得中国大半)고 했나 보다.  

티엔스디엔 왼편, 오른편과 뒷편은 전부 사저다.  

사저에서 티엔스디엔 앞마당을 바라보니 아담해 보인다.

그리고 티엔스디엔을 뒤로 하고 정면에 큰 돌에 사슴과 백조가 뛰어노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저 뒤쪽이 사실은 이곳으로 들어오는 정문인데, 사저를 돌아 뒤쪽에서부터 왔더니 거꾸로 다시 밖으로 나가는 방향이 됐다.

원래는 이렇게 들어오는 방향이겠다. 도교를 상징하는 문양이 선명하다. 오른쪽에 '도는 옛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품고 있다'는 뜻일 게다. 모자를 쓴 도교 신도가 방문객들을 맞으러 기다리고 있다.

문 입구에 아래로 쓰인 글씨를 보니 대체로 '남방에서 또 다른 곳이 없는 제일의 집'이라 했다. 그리고 윗부분에는 고대의 글자로 샹궈션푸(相国仙府)라 되어 있다. 이 의미는 강남 일대에서 티엔스푸의 역사적 지위를 표시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니, 많은 관광객 및 신도들이 찾는다. 이 사람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신자들이다. 아마도 화교일 듯. 흥미로운 건 닭 한마리 씩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열을 지어 예불을 하러 깃발을 들고 들어서고 있다.

여행 투어로 온 관광객인 듯 싶은데,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뒤에서 따라 들어가고 있다.

티엔스디엔을 예불을 하는 곳, 위황디엔은 강연을 하는 곳. 그리고 싼칭디엔은 여러 신을 모신 곳.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생활공간이다. 이렇게 티엔스푸는 마치 왕궁처럼 종교와 생활이 같이 이뤄지는 곳으로 그 규모가 일반 사원에 비해 아주 크고 넓다. 도교의 발상지답게 역사와 전통을 두루 포함하고 있는 티엔스푸. 여느 보통 산에 있는 도교사원에 비해 그 종교적 색채와 분위기가 훨씬 강렬하다. 또한, 생활공간이기도 하니 안빈락도 같은 삶을 드러내는 고즈넉한 공간도 꽤 운치가 있다. 간혹 너무 독특해 적응하기 힘들긴 해도 말이다.

티엔스푸 후문으로 빠져나오니 들판이고 마을이다. 어느 집 벽면에 광고현수막이 눈에 띤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일 터인데, 티엔스빠과옌(天师八卦宴)이다. 빠과옌은 도교의 짱티엔스가 귀빈을 초청하거나 중대행사가 끝난 후 연회석 자리에서 먹었다 한다. 가운데 태극(太极)과 팔괘를 뜻하는 접시에 여러 음식들을 담은 것이다. 태극 자리에는 주로 눠미(糯米,찹쌀), 바이롄(白莲,딱딱한 껍질 속에 땅콩 비슷한 크기의 열매), 홍자오(红枣.붉은대추)를 놓는다. 그리고 주변에는 홍색을 뜻하는 '乾(건)'、황색을 뜻하는 '坤(곤)', 녹색을 뜻하는 '震(진)', 흑색을 뜻하는 '坎(감)'을 상징하는 음식이 있으며 '忠', '孝', '节', '义'을 상징하는 소고기(牛肉), 가물치(乌鱼), 기러기(大雁), 개고기(狗肉)를 두기도 한단다. 하여간, 먹어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리라 여기며.

길 옆에 한 꼬마가 혼자 나와 서 있다. 뚝방 위에 서서 뭘 보는지.

길 옆 집 지붕이 기와다. 햇살에 익어가는 듯 반짝인다.

꽃이 타고넘는 아담한 집이다.

앙상하게 마른 나무와 다 쓰러져가는 집. 도교사원 티엔스푸 정문이 있는 마을은 시장통이고 왁자지껄한데 후문으로 나온 한적한 길 양옆으로는 스산하다. 햇살도 강해 나른한 느낌인데 ...

치장이 붉은 티엔스푸 도교사원을 만끽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정통 도교의 근거지를 본 소감이 뿌듯하기도 했다. 어서 다른 일행과 함께 다시 긴 자동차 여행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