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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대회 초청을 받고 지도부터 폈다. 동행의 승용차를 타고 국도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기로 했다. 우후(芜湖)를 출발해 난링(南陵)에서 318번 국도를 거쳤다가 다시 안칭(安庆)에서 206번 국도를 타고 가면 대충 8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9월 22일, 아침 8시경 출발!

중국대륙은 가로로 지르는 거리와 세로로 지르는 거리가 거의 비슷하다고 언젠가 책에서 본 적이 있다. 하여간 국도 역시 상상을 초월, 엄청 기나길다. 318번 국도는 상하이(上海)시를 기점으로 저쟝(浙江)성, 안후이(安徽)성 난링(南陵)을 거쳐, 후베이(湖北)성을 관통하고 충칭(重庆)시와 스촨(四川)성을 지나 씨장(西藏) 자치구의 라사(拉萨)와 니에라무(聂拉木)에 이르기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장장 5,476킬로미터. 서울 부산 사이 거리의 거의 열배 가깝다.

우후에서 난링까지는 대충 40분 거리. 난링 부근에 이르니 안개가 갑자기 자욱해 위험한 거북이 걸음이다. 덕분에 졸린 눈에 약간 긴장감이 돌았다. 318번 국도는 난링부터 안칭까지 약 150킬로미터만 타면 된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가 고파 음료수와 먹거리를 사려고 하던 차에 강물이 흐르는 작은 마을에 다다랐다.

강물에 옹기종기 앉아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 정말 찍어야 할 장면이다. 그래서, 낚시대회 가는 길은 조용히 가려던 마음을 바꿔버리고야 만 것이다. 이곳은 아마 칭양(青阳) 못 미쳐 무쩐(木镇) 부근인 듯하다.

저 맑은 물에다 빨래를 하다니. 세제나 비누 없이 하는 빨래어도 왠지 환경이란 두 글자가 떠오른다. 그리고, 내 땅 아니니 조금은 덜 서운하다 싶기도 하다. 보면 볼수록 정겹고도 맛갈스런 그림이 아닌가.

강 건너에도 줄줄이 앉아 열심히다. 너무 멀었나보다. 카메라 수준이 그만하지 않으니 뭐 이 정도도 운치다.  

한 아저씨는 옷을 들고 강물에 들어가 휘젓고 한 아줌마는 나무에 옷을 매달아 젓고 있다. 옷 헹구는데 나무를 사용하니 그거 참 편하겠다.

동행 왈, 이런 풍경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들걸 이란다. 정말 그럴 거 같다. 그래서 얼른 많이 찍어 뒀다. 아무리 물 많고 좋은 안후이 성이라 할 지라도 언제까지 이런 독특한 풍경이 살아있겠는가.

아침 빨래터가 졸린 눈을 깨웠나. 마음도 상쾌해지고 요기도 했으니 서둘러 가기만 하면 된다.

318번 국도를 달리다 번체로 쓰여있는 구화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져우화산(九华山)은 황산(黄山)과 함께 안휘성이 자랑하는 관광지이다. 신라의 김교각이 수행한 곳이기도 한 중국 4대 불교 명산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 오려면 여러 코스가 있지만 이전에는 난징(南京)에서 내려 왔지만, 이제 황산에 직항이 있으니 황산을 관광하고 들어오는 게 좋다. 가까운 곳에 명산을 두고 지나치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정상의 멋진 사진을 보여주리라. 구화산 부근 칭양(青阳)이 멀지 않았다.

칭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버스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안후이의 차번호 판, 처파이(车牌)는 옛 춘추시대 나라이름을 딴 완(皖)이다. 완 뒤의 영문은 성 내 도시를 표시하는데 R은 츠쩌우(池州) 시 차량이라는 뜻이다.저 버스 노선과 우리가 가는 방향과 일치한다.똥즈(东至)까지 저 버스를 또 볼 수 있을지.

국도라 넓은 길만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오토바이, 자전거도 마구 달리니 주의운전해야 한다. 점점 도로가 시골스러워 진다.

칭양을 지나 츠쩌우로 가는 길 벌판에 호수 같기도 하고 늪지대 같기도 한 곳이 나타났다. 안후이만큼 가는 곳마다 물 많은 곳이 없을 듯하다.

시골로 갈수록 화물운송이나 이동에 이런 삼륜차가 많다. 삼륜트럭에 덮개를 씌운 것인지 원래 이런 차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으나, 국도를 당당하게 질주하고 있다.

츠저우 시내에 들어섰다. 우회도로가 있으면 복잡한 시내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데, 찾지 못한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시내의 8번 노선버스다. 중국은 노선번호를 루(路)라 하니 빠루(八路) 버스인 셈이다. 뒷면 광고에 나오는 인물은 홍콩 영화배우 청쯔웨이(曾志伟)다. 우지엔따오(无间道)시리즈에 다 출연해 인상적인 조폭두목 역으로 나왔었다. 53년생이니 나이도 꽤 많다. 2003년에 홍콩에 갔을 때 하얏트 호텔로비 커피샵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엄청 키가 작았다. 그런 그가 만능스포츠맨으로 축구, 골프, 스키 등을 아주 좋아한다는데 세 종목 다 꽤 웃기는 모습이 상상된다.

청쯔웨이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버스는 사라지고 시내로 점점 접어들고 있다. 각양각색의 차량이 한꺼번에 다 달린다.

자기 편한대로 길 복판을 달리는 건 보면 참 갑갑하다. 뒤에서 아무리 신호를 빵빵 보내도 들은 체도 안한다. 기다리는 수 밖에.

츠쩌우 시는 구화산을 포함하고 있다. 츠쩌우 역시 서쪽 편으로 창지앙(长江)이 흐르고 있어 시 중심을 가로 지르는 강이 있다. 츠쩌우 시와 꾸이츠(贵池) 구, 칭양, 똥즈, 스타이(石台) 3개 현, 구화산풍경구로 이뤄져 있는 도시이다. 안후이 성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지만 아직 개발이 덜 돼 낙후된 편이다. 이곳에서 환다오(环岛)를 돌아 왼쪽, 서쪽으로 가면 안칭이다.

가는 곳마다 공사가 많다. 그래서 길거리마다 지저분하다. 푸른 하늘만큼은 아니라도 좀 정돈되었다면 좋았을 걸 말이다.

온갖 고물이 쌓아져 있다. 집인지 창고인지 모르겠다. 길 바로 옆에 버젓이 있다. 

표지판을 따라 가는데 갑자기 길이 좀 이상하다. 화물차들이 느릿느릿 가니 속도가 영 안난다. 게다가 추월도 도저히 불가능하다. 시속 10킬로미터로 천천히 가자니 답답하다.

그러다 갑자기 앞차가 멈춰 섰다. 길 옆 집에서 나온 아저씨가 연탄으로 물을 끌이고 있다. 새로 지은 집은 말끔한데 벽돌로 지은 집은 토속적이다. 두 집이 같이 있으니 토속 냄새는 저리 가라다. 연탄 연기처럼 칙칙한 느낌이다.

도대체 왜 움직이는 않는건가.

문 열어놓고 마냥 기다린다. 아무도 빵빵거리지 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다. 뭐 별 수 없다는 듯. 이렇게 거의 20여분을 기다렸나 보다. 뭐 이런 국도가 다 있어. 짜증이 좀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예정시간에 도착하기는 틀린 듯. 알고 보니 원래 이 길은 국도가 공사 중이라 우회 길인 듯 싶다. 그런데, 길이 좁다보니  대형트럭 두 대가 앞쪽에서 오도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길이 풀렸으니 망정이지 오도가도 못할 뻔했다.

범인이 바로 저 맨앞 뒤꽁무니만 보이는 차인 거 같다. 다른 차량들이 모두 다른 길로 빠지고 나니 느릿느릿 기어가는 대형트럭, 범인을 드디어 찾았다. 후후 이런...


좁은 산길을 꾸역꾸역 벗어나고 있는데, 갑자기 쓰레기 산이 나타났다. 정말 너무하다 싶다. 하지만 이런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꼭 기억해둬야지 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 다시 한번 알려 주는데, 쯔쩌우에서 안칭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좁은 우회도로 산길이다.

안칭을 거쳐 오는 206번 국도와 상하이에서 라싸로 가는 318번 국도가 이곳에서 엇갈리는 것이다. 동서와 남북을 가르는 두 국도. 이제부터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206번 국도를 탔다. 즉, 318번 국도를 타고 안칭 방향으로 서쪽으로 계속 가다가 안칭 가는 장강 다리를 건너지 말고 남쪽 똥즈 방향으로 206번 국도를 탄 셈이 된다.

206번 국도 1,295킬로미터 지점. 이 시점에서 도대체 206번 국도는 어디서 어디까지 일까가 궁금해진다.

북쪽 기점은 바로 산똥(山东) 성의 동쪽 해안도시 옌타이(烟台)다. 산똥의 동남 지방을 통과해 자오쭈앙(枣庄)을 거쳐 쟝쑤(江苏) 성 쉬쩌우(徐州)를 지나 안후이(安徽) 성 성도인 허페이(合肥)를 통과한다. 옌타이에서 허페이까지는 천킬로미터가 조금 넘는다. 다시, 안칭을 거쳐 장강을 넘어 똥즈(东至)에 이르면 1,295킬로미터 지점이다. 즉, 이곳은 바로 똥즈다.

다시 쟝씨(江西) 성 찡더쩐(景德镇)을 거쳐 스청(石城)을 비롯한 동쪽 도시들을 따라 줄곧 내려가다가 쟝씨 성 최동남단 쉰마(寻乌)를 거쳐, 꽝똥(广东) 성 핑위엔(平远)과 연결되고 최종 기착지점은 꽝똥성 최동단 도시 산터우(汕头)에 이르는, 총길이 2,375킬로미터의 국도이다.

 

똥즈에도 강이 흐른다. 도시에 강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파랗진 않지만 하늘, 먼산과 어울린 강물이 잔잔하고 포근하다.

산과 산 사이 평원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듯. 정겨운 마을일 듯한 냄새가 난다.

평지를 벗어났나 싶더니 바로 산골로 접어든다. 똥즈는 안후이 성의 서남단이니 곧 쟝씨(江西) 성에 이르게 된다. 안후이 서남단은 온통 산이다. 산세도 험하고 인적도 드문 산촌이다.

모래를 싣고 가는 트럭이 덮개도 없이 싱싱 달린다. 바람에 날리고 속도에 날려 뒷차 앞유리에 마구 떨어져도 아랑곳 없이 말이다. 게다가 추월까지 하니.

점점 차량이 드물어진다. 산 깊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서서히 산골 마을의 정겨운 일상과 삶 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은 자연 그래도, 사는 모습 그 자체이니 드디어 기운을 차릴 수 있겠다. 기와지붕에 빛 바래 낡은 벽, 황토와 잘 어울려 보이는 나무들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야 지루한 일상의 모습이겠으나 그저 지나가는 사람은 이것도 즐겁게 남을 인상이 아닐 수 없다.

안후이 서남단 산골 마을의 집 모양이 대체로 이와 같다. 홀로 떨어진 집 한 채에 창고가 붙어있고 지붕은 기와지만 벽돌로 사방을 막아 온기를 유지한다. 한 가운데 입구 문이 있고 문 위에는 대체로 글씨가 써있다. 창문은 크고작은 게 4개씩이다. 자그마한 앞마당이 있고 주변은 풀과 꽃들이 자란다. 집 뒤는 산이고 주변에 밭이 있어 농사를 짓고 산다. 이곳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이 한눈에 떠오른다.

길과 좀 멀리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 집이 있기도 하다. 처음부터 차길 옆에 집을 지었겠는가. 국도가 자기 집 앞을 바로 통과하는 걸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원래 하얀색 칠이었는지, 회색 칠이었는지 헷갈린다. 아니면 회색도 칠하고 하얀색도 칠한 건지.

단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층 집도 있다.

워낙 빠르게 지나가느라 급하게 서둘렀더니 초점과 노출을 미처 셋팅하지 못하고 찍었더니 이렇다. 오랜만에 사람을 봐서 반가운 생각에 말이다.

그리고 또, 찍은 게 차 안 모습까지 다 비추고 말았다. 꽝취엔쉐이(矿泉水)까지 보이니 말이다. 앞선 차량이 먼지를 내니 창문을 열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농지짠(农技站)이라니 농업기술 전문점인가. 기술이랄 건 없을 거 같고 쫑즈(种子,종자), 화페이(化肥,화학비료), 농야오(农药,농약)을 판단다. 농지즈쉰푸우(农技咨询服务)라고도 쓰여 있으니 농업기술 자문서비스도 취급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산골 농사 짓는데 자문 받아 농사 지을 정도면 빨리 하산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여튼, 재밌다. 이 동네 사정을 모르니 자문서비스가 있다고 웃긴다는 건 아니다. 벽면에 런쩐꽌처(认真贯彻)라 쓰여있는데, 성실하다거나 열심히 한다는 건 그렇다 해도 관철이란 말을 쓸 정도로 농사일이 고되단 말인가. 누군가의 뭔가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산골이라 목재 일도 제법 많은 가보다. 나무를 잘게 써는 기계도 있는 걸 보니 원목 그대로 파는 건 아니고 1차 가공은 하나 보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벌써 반도 안 온거 같은데, 점심 시간이다. 그래서, 뭐 요기를 계속 찾다가 찾은 게 바로 샹쟈오(香蕉), 바나나다. 6개 붙은 건 2개 떼고 4개에 량콰이(两块) 주고 샀다. 차에 올라 타서 먹었더니 정말 달고 맛 있다. 동행 왈, 에이씨 더 사라 할 걸. 4개만 사라 해서 원래 6개 붙은 걸 떼고 샀어요. 후후

이 어린 새끼들도 판다고 내놨다. 사진을 찍으려니 인기척을 느끼는 지 한군데 서로 모인다. 주둥이로 봐서 거위인 듯.

드디어 안후이를 벗어나게 됐다. 이때 시간 오후 1시 40분을 지나고 있었다. 3시 도착이 목표였는데 정말 늦어도 한참 늦었다. 낚시대회야 다음날이지만 완회이(晚会)는 저녁일 것인데, 설마 그 전에는 도착하겠지. 최종 목적지 잉탄(鹰潭) 224킬로미터라 표시돼 있다. 가시권 안에 들어온 것만도 다행. 환잉닌짜이라이안후이츠쩌우(欢迎您再来安徽池州). 다시 오시는 걸 환영한다는 이야기인데, 다시 이 지나온 도로를 내 평생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기부터는 쟝씨(江西) 성이다. 67킬로미터 남은 찡더쩐(景德镇)을 지나야 한다. 찡더쩐은 세계적인 츠두(瓷都)로 도자기의 고장이 아닌가.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얼핏 간판을 보니 하얼빈(哈尔滨)에서 하이커우(海口)까지 라고 쓰여 있었던 듯 했다. 동북 헤이롱쟝(黑龙江)에서 서남 하이난(海南)까지, 와 정말 긴 도로가 될 것이다.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쟝씨 성을 ...성도인 난창(南昌)까지 169킬로미터 남은 지점. 그런데 쟝씨를 들어서면서부터 도로 사정이 아주 좋아졌다. 길도 넓고 탄탄하고, 그래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도로에 파라솔 하나씩 놓고 과일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맛있고 싼 지역 과일을 놓칠 수 없다.  

타오즈(桃子,복숭아)와 리즈(李子,자두)를 샀다. 4명이 먹을 분량을 15위엔 정도 줬다. 동행이 집고 있는 게 복숭아이고 까맣게 생긴 게 자두다. 둘다 옆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다. 아 복숭아는 천도복숭아 맛이 났다. 이곳은 성 경계를 지나 찡더쩐 가기 전, 206번 국도 취아리(曲阿里) 또는 찡꽁챠오(经公桥) 부근이었지 싶다. 햇살이 아주 잘 내리 쬐는 곳인지 과일 맛이 꿀맛이다.

나무에 파라솔이 넘어지지 않도록 해놓고선 주인은 어디 갔는가.

자두도 까만 것과 연두 빛 나는 것 두개. 까만 게 더 달고 맛 있다. 당연히 맛 보고 샀으니. 오렌지 빛 나는 파라솔 아래 흐뭇한 시골 아낙네 인심이 살아있는 국도변 과일 가게, 잠시 쉰 셈이다. 휴게소가 따로 없으니.

그리고 다시 빠르게 달려 도자기 공예의 고장 찡더쩐 시를 통과하지 않고 옆으로 제대로 난 국도 길을 타고 어느덧 르어핑(乐平)에 도착했다. 르어핑은 옌타이 기점 1,479킬로미터이니 아까 1,295킬로미터 기점 똥즈에서 184킬로미터를 2시간 16분만에 온 셈이다. 어떻게 자세히 아냐고요? 사진을 찍으면 초까지 정확하게 나오니, 알 수 밖에. 12시 38분과 14시 54분. 대충 시속 80킬로미터 속도로는 달렸는가 보다. 예정대로 왔다면 지금쯤 도착해서 씻고 쉴 시간인데. 어찌 중국에서 모든 게 예정대로 다 될 수 있을까. 하여간 르어핑이면 거의 다 왔다. 잉탄까지 50킬로미터 남았다.

쟝시에 들어오니 황토가 아주 많은 걸 느낀다. 물론 안후이 산골도 황토 빛이 많이 돌긴 했지만 찡더쩐과 르어핑 부근에는 품질이 월등히 좋은 것 같아보인다. 길 주변에 잔뜩 쌓아놓은 게 많이 보였는데, 조만간 누군가 실어가겠지. 황토를 채로 가늘게 잘 고른 다음 물에 섞어 몸에 바르면 아토피가 없어진다고 동행이 아는 체 한다. 아들 우혁이가 아토피라 모르는 바 아니나, 그것도 근본 치료는 되지 않는다. 갑자기 황토 이야기를 하다가 우혁이 생각이 났다.

안후이보다 쟝씨가 더 깔끔하고 도로상태며 주변환경이 좋아보인다. 도로 넓이도 그렇고 가지런한 야간조명등도 그렇다. 차 앞 유리창에 먼지가 많이 묻어 있는데 아마도 아까 안후이에서 모래를 싣고 가던 차에서 휘날린 게 와서 떨어진 거 같다.

도로도 일직선이다. 양옆으로 나무가 길게 서있고 주위는 온통 논이다. 빠르게 조용히 질주해서인지 졸립다.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잠이 들었다. 한 20분 정도 잤던 거 같다. 눈을 뜨니 핑탄 시 앞에서 띠아오터우(掉头), 유턴을 하고 있다. 핑탄 시를 가는 게 아니라 시에서 서남쪽으로 더 떨어진 롱후산(龙虎山)을 가야 하는데 방향을 잠시 잃은 듯했다. 일단 시내로 들어가 표지판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곧 도착지.

롱후산에 들어서니 저멀리 독특한 모양새의 산 봉우리들이 나타났다. 드디어 ...

가까이 롱후산에 갈수록 기암괴석의 산봉우리가 장관이다. 고생하고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마구 넘쳤다. 그래서 일단 차를 세워 두고 감상 좀 했다.  

롱후산주앙(龙虎山庄)을 찾아야 한다. 저 빨간 간판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다시 한참을 들어오라고 한다. 그래 저 멋진 봉우리 앞인데 몇시간이고 못 가랴.

도대체 이런 멋진 산봉우리가 있는 산에서 왜 낚시대회를 하는 걸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으니까. 첫 느낌 정말 기분이 말할 수 없게 좋았다. 아침 8시에 출발해 지금 4시 반이다. 거의 여덟 시간을 넘게 달려온 뒤에 만난 이런 기쁨이어서 더욱 그렇다.

계속 좁은 오솔길을 달리는데 차가 와도 비키지 않는 당당한 개 두마리와 만났다. 이 녀석들도 정겹다.

작은 터널 길을 지났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롱후산 씨엔쉐이옌(仙水岩) 풍경구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서둘러 안개를 헤쳤고, 빨래터 아낙네들을 만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318번 국도의 지루한 난코스를 지나 206번 국도를 접어들면서는 산골 풍경을 맛 봤으며, 바나나와 복숭아, 자두로 허기를 속이며 쉼 없이 달렸고 해발 높은 성 경계지점을 지나, 잘 뚫린 도로를 고속으로 달렸으며 졸고 있는 사이 어느덧 아름다운 산, 그리고 물 맑은 강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혼자 운전하느라 고생한 동행에게 무지 감사 ^_^

되돌아가는 길은 황산을 거쳐 가는 205번 국도. 색다른 느낌의 도로, 기대해 주길.

정말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