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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 중심을 동서로 흐르는 총길이 6,300킬로미터의 긴 강, 창쟝(长江). 고집스레 중국인들은 오로지 장강이라고만 부른다. 우리가 양쯔강이니 양자강이니 부르는 건 전체 강 중 어느 한 부분만으로 본 오해일 수 있다. 니뤄허(尼罗河,나일강)과 야마쑨허(亚马孙河,아마존강)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기나긴 강이다.

장강은 세계의 우지(屋脊,지붕)라는 칭장(青藏) 고원이 발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알려진 커커씨리(可可西里) 산맥 남쪽과 탕구라(拉) 산맥의 해발 6,221미터의 설산 등에서 시작해 강을 이루고, 긴 항해를 한 다음, 상하이(上海) 부근 바다로 빠져나간다. 온 동네를 다 지날 터이다.

그래서, 장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만도 아주 많다. 장강대교가 있는 도시들만이라도 열거해 보자. 우선, 서쪽 상류부터 루쩌우(泸州), 윈난(云南)성과 경계에 있는 스촨(四川)성 도시다. 다음은 충칭(重庆)인데, 중국 서남부에 위치하며 상하이, 티엔진(天津)과 함께 쯔씨아스(直辖市)이다. 장강과 함께 해 온 3천년 역사의 인구 3천만명이 넘는 큰 도시답게 장강 다리도 10개가 넘는다.

충칭 시내에서 동북방향으로 거슬러 오른 장강은 펑지에(奉节)와 우산(巫山)을 거쳐 후베이(湖北) 성 빠똥(巴东)과 즈궤이(秭归)를 거쳐 이창(宜昌)에 이른다. 펑지에와 이창에 이르는 장강 협곡에는 취탕씨아(瞿塘峡), 우씨아(巫峡), 씨링씨아(西陵峡) 3대 협곡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를 창쟝싼씨아(长江三峡)라 한다.

후베이(湖北) 성 서남부에 위치한 이창(宜昌)은 바로 세계 최대의 빠(坝,댐)인 싼씨아따빠(三峡大坝)의 관문 도시라 할 수 있다. 후베이성 중남부에는 위,촉,오나라의 삼국이 삼분했던 땅, 그리고 꽌위(关羽)가 죽음을 맞이한 땅 찡쩌우(荆州)가 있다. 그리고,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武汉)이 그 다음을 잇는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도시 전체가 장강과 그 주변 호수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리도 4개나 되는 큰 도시다. 또한, 후베이성 동남부에는 황강(黄冈)에 장강대교가 있고 황강과 으어쩌우(鄂州)를 잇는 으어황(鄂黄) 다리도 있다.

으어쩌우는 후베이의 비에청(别称)이니 처파이(车牌,차번호판)에 나타난다. 즉, 이곳은 아주 오래된 도시이란 뜻 일 것이다. 으어쩌우에는 으어씨엔(鄂县)이라고 있다 하는데 현 이름 앞에 외자일 경우 거의 2천년 이상된 동네라 한다. 후베이, 안후이, 쟝씨, 싼똥 등지에 이런 외자 현이 많다. 황스(黄石)에도 대교가 있는 등 후베이는 그야말로 장강대교의 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지도 : 쭝궈창쟝왕(中国长江网) 참조, 빨강 원이 우후시

쟝씨(江西) 성 북단 도시 져우쟝(九江)에도 장강이 흐른다. 져우쟝은  루산(沪山), 창쟝(长江), 포양후(鄱阳湖)가 있어 이름난 산, 강,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다. 이번 롱후산(龙虎山) 낚시대회에 져우쟝 시정부 관계자가 놀러올 때 꼭 연락하라고 했는데, 언젠가는 날 잡을 생각이다.

안후이 성 서남부에서 시작해 동북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 안후이 성 중동부로 빠져나가는 장강을 따라 많은 도시들이 성장했다. 장강 서편의 안칭(安庆)을 빼고는 츠쩌우(池州) 통링(铜陵) 우후(芜湖) 마안산(马鞍山) 등이 장강 동편에 위치하는 게 특징이다. 아래 소개하는 사진은 바로 우후시에서 바라본 장강의 모습이다. 각 도시마다 장강대교가 놓여 있음은 물론이다.

안후이를 빠져나온 장강은 곧바로 쟝쑤(江苏) 성의 성도인 난징(南京)과 연결된다. 명나라 주원장이 도읍을 정한 곳이고 태평천국의 홍수전이 대망을 꿈꾸던 곳이었으며, 쑨원의 공화정치의 발원지이기도 한 난징 역시 장강의 물줄기와 잇닿아 있다. 이제 장강은 쩐쟝(镇江)을 지나 장강과 화이허(淮河) 사이에 위치한 도시 양쩌우(扬州)를 지나며, <수호지>의 원 저자인 스나이안(施耐庵)의 고향인 타이쩌우(泰州)와 장강 유역의 최동단, 바다와 가장 근접한 도시 난통(南通)에 이른다.

그리고, 이만오천리를 흘러 흘러 온 장강은 드디어 바다로 간다. 상하이 시 북쪽 작은 섬 총밍따오(崇明岛)를 가운데 두고 양갈래로 흘러 바다로 간다.

장강의 기나긴 강줄기를 보면서 역사와 문화를 창조해 온 중국인들. 그들은 도도히 흐르는 강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였던가. 자기네 고향의 일부만 보고 장강의 전 흐름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요즘 중국의 동북공정을 보면서 역사의 흐름 앞에서 너무도 당당한(?), 아니 당당하지 못한 옹졸조차 느껴진다.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선인들의 치열한 삶의 터전을 지키고, 그 도도한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구체적 투쟁이 전 국민의 합의로 넘쳐나는 듯해 기쁘다. 그런데, 장강에서 살아온 대국(?)이라는 '쭝화'(中华)의 나라를 생각하면 할수록 만만하지 않아보여, 뭔가 작은 디딤돌이라도 보태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더 많다.

중국의 삐엔쟝(边疆) 정책은 오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진시황도 그랬고, 삼국시대, 송, 명, 청나라를 거치면서 변방에 대한 침략전쟁이 바로 다 그것이다. 현 중국정부 역시 냉전시기에 러시아(구 소련)와의 관계 정립에도 북부 지역과 서북 지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갑자기 장강 이야기 끝에 왠 동북공정 이야기인가 하겠다. 중국 정부는 정치적 제스처로 부인하는 듯 하지만, 분명 중국사회과학원 쭝궈삐엔쟝스띠옌져우쭝씬(中国边疆史地研究中心)은 본질적으로 침략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통치 시스템 성격 상, 중국정부가 부인하기 힘든 자신의 대변인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과거의 총칼이 아닌 '역사와 사실과의 전쟁'이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삐엔쟝쭝씬의 목표는 다섯 공정에 드러난다.

1. 헤이롱쟝(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3성의 동북변강(东北边疆)

2. 네이멍구(内蒙古) 자치구의 북부변강(北部边疆)

3. 신쟝웨이우얼(新疆维吾尔) 자치구의 서북공정(西北边疆)

4. 씨쟝(西藏) 자치구, 윈난(云南) 성, 꽝씨좡주(广西壮族) 자치구 3곳의 서남공정(西南边疆)

5. 하이난(海南) 성, 타이완(台湾,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타이완도 한개의 성으로 분류함) 성, 샹강(香港)과 아오먼(澳门) 특별행정구를 포함한 해강(海疆)

자세히 생각해 보면 진시황이 소위 천하를 통일한 후 수많은 영토전쟁에서 획득한 땅들이다. 바로 장강 물줄기를 생활의 젖줄로 살아온 중원 땅이야말로 중국의 본토가 아닌가. 장강이 흐르지 않는 곳, 즉 변강정책이 필요한 곳들은 다 중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나친 발상인가.

하여간, 장강의 도도한 물줄기는 왜 때때로 범람해 인간의 욕심을 키우고야 만 것인가. 진시황 이후 2천년 중국역사에 334명의 제왕이 있었으나 겨우 12명만이 칠순을 넘겼다 한다. 욕심을 버려야 오래 천수를 누릴 것이다. 장강이 장강을 보면서, 동북공정을 보면서 그저 떠오른 생각이니 정치적 해석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장강이 안후이 성을 지나는 길목인 우후(芜湖) 시이다. 안후이 성에서 가장 생활수준이 높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곳, 오늘도 우후의 장강 강변에는 화물선이 바쁘다. 강, 그리고 마을과 화물선이 어울려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