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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말 대둔산을 등산하고 내려온 후 우리 일행은 숙소를 찾아나섰다. 요즘은 차량에 부착된 네비게이션이 도로교통 및 주변관광지 그리고 숙박정보까지 어느 정도 서비스하고 있어서 '인삼의 고장' 금산(锦山) 부근을 탐색했다.

금산 읍내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20여분 지나면 부리면(富利面)이 나오고 잔잔한 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계속 가니 펜션들이 몇 개 보인다. 지방도로의 정겨운 맛을 살려주는 길 옆으로 높은 고속도로 교각이 서 있어서 다소 기분이 상했다.

다리 하나를 건너 더 들어가니 수통리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그 끝자락에 오롯이 서 있는 낡은 다리의 이름이 적벽교(赤壁桥)이다. 차량이 다닐 수는 있지만 아주 위험해 보였다. 5톤초과차량이 건널 수 없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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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교 주변에는 인적이 하나도 없다. 마침 해가 지는 때라 다리 위에 서니 무주구천동에서 흘러와서 북쪽으로 흐르는 강줄기가 잔잔한 물결을 따라 은근하게 흐를 뿐이다. 이 강의 이름이 금강의 지류 적벽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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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적벽교를 건너면 아마도 무주 방면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다리 위에 서서 보니 참으로 기분 좋은 경치가 엿보인다. 남쪽을 향해 보니 왼편으로 강을 끼고 아담한 집 한채가 있다. 그 옆에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아주 오래된 등대가 하나 서 있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이라 할만하다. 이제는 그 용도가 없어진 것이겠지만 다행히 철거되지 않은 것은 저 집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민박을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집에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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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편에서 몇 채 집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듯하다. 어느 집에선가 등불이 하나 켜졌다. 어두워지는 강에 비친 등불이 강물에도 살짝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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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낚시배가 돌아오면 밥 짓는 연기가 부뚜막과 굴뚝을 타고 하늘로 솟는 시간, 작은 강 등대는 불을 밝히고 있었듯, 아니 꼭 그렇지는 않을지언정 저 작은 불빛 하나가 이 적벽강의 해 지는 저녁 분위기를 더욱 인상적인 풍경으로 기억하게 해준다.

적벽교 옆에 무슨 방송인가에 나온 적이 있는 한 식당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일대도 이미 관광지의 손길이 뻗어진 곳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금산 부근의 식당에서는 이 적벽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어죽을 만들어 판다. 게다가 한 여름철 다슬기 체험장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니 북적거리는 소란이 잠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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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강 옆 마음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 금산 읍내에 숙소를 정하고 다시 적벽강 부근의 한 식당을 찾아 이곳의 별미인 어죽을 먹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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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가 참 촌스러우면서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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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택시를 탔는데 이 고장 사람의 추천으로 어죽 식당을 찾아가는 길이다. 택시 운전사는 한참을 달리고 달려 우리를 내려주었는데, 외지인이라고 가장 먼 곳에 있는 식당까지 갔다. 중간에 있는 멋진 식당들을 다 유유히 통과하면서 말이다. 택시비 1만 1천원 나왔는데 당연히 이 식당이 가장 맛있다는 멘트와 함께...나중에 이 고장 사람이 이 식당을 찾아와서 우리와 합류했는데,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치이다. 시내 코 앞에 맛 있는 집들 다 놔두고 왜 여기로 왔는지? 말이다. 우리나라 시골에 이런 인심 사나운 운전사가 있다니, 세상 참 갑갑해졌다.

하여간, 우리는 어죽과 함께 도리뱅뱅이라는 요리를 시켰다. 동동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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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뱅뱅이는 이곳 적벽강에서 나는 아주 작은 물고기를 고추장에 버무려 볶아낸 것이다. 빙어처럼 작지만 빙어는 아니고 이곳에서는 '꼴죽어'라고 하기도 하는 피래미처럼 작은 물고기이다. 통채로 먹을 수 있고 안주로도 나쁘지 않은데, 입맛에는 조금 짜고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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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재미난 도리뱅뱅이, 함께 간 일행이 예전에 금강휴게소 부근에서 봤을 때는 접시에 빙 둘러 뱅뱅 돌려서 물고기를 놔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면서, 이곳 식당에서는 그렇지 않아보인다고 했다. 택시운전사에게 살짝 엮여서인지 괜한 트집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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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죽이 나왔다. 얼큰하게 나온 어죽이었는데 이곳의 별미라고 한다. 대신에 국수 면발이 다소 많았고 거칠어서 그렇지 국물 맛은 참 좋았다. 한 그릇 먹으니 배가 꽤 부르다. 도리뱅뱅이와 어죽으로 동동주 한통 딱 먹을만하다.

금강 줄기, 적벽강의 은은하고 고적한 풍경을 담은 강에서 잡아올린 것들로 배를 채웠다. 강을 터전 삼아 재미난 이름의 요리를 만들어 별미로 파는 사람들과 만났다고 생각하니 잠도 잘 온다. '적벽(赤壁)'에 담긴 강물과 다리, 흐르고 흐르지 않고, 물고기와 요리,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잤다. 꿈 속에서라도 오늘 먹은 물고기들과 강 속을 유영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