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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丽江) 고성 곳곳을 다녀보면 도처에 이 지역 소수민족 나시(纳西)족의 언어인 동바(东巴) 문자와 만난다. 동바 문자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현존하는 상형문자 체계를 지니고 있다. 사람의 행동이나 자연의 여러 형태를 형상화한 독특하고도 아름답기 그지 없는 문자이다.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이 문자는 이보다 더 세련된 폰트디자인이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티셔츠에 동바 문자로 '행복' '사랑' '장수' 등을 새겨준다. 게다가 자기 이름도 써주기도 한다. 예전에 한 후배가 리장을 다녀온 후 내 이름과 '성공'이라는 뜻을 새긴 옷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다. 너무 예쁜 디자인에 감성적인 체취를 담은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그래서, 이번 취재에서 유독 동바 문자를 유심히 살폈다. 고르고 골라 한 가게에서 '행복한 가정'이란 의미를 담은 글씨와 그 아래 여우위에(有约)라는 블로그 닉네임을 새겼다. 파란 바탕색 옷에 나시족을 상징하는 세가지 색, 마치 암호같기도 하고 원초적 느낌을 구현한 듯한 글자, 그리고 내 닉네임. 티셔츠와 새기는 것 포함 30위엔.


1867년 프랑스의 한 선교사가 이곳에서 이 동바 문자를 본 후 서방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그 이후 나시족의 이 아름답고 지극히 직관적인 문자가 유명해졌다.

동바문자연구소(东巴文化研究室)에서는 지금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나씨족 인구가 채 30만 명 정도로 소수인데다가 점점 이곳 리장에서도 한족의 입김이 거세져서인지 고성 내에서도 진정 동바 문자를 사용해 문화상품을 파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족들은 동바 문자 사전을 펴놓고 고객들의 주문에 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