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성에서 강서성으로 넘어가면서 만난 휘주문화가 풍성한 무지개 마을 훙관촌虹关村이다. 수령이 천년이나 되는 나무도 보이고 명청시대 이래 휘묵徽墨의 산지로 유명하다. 12세기 남송시기 첨詹씨 성을 가진 사람이 처음 들어와서 살 때 무지개가 마을을 수놓고 있어서 무지개 마을이 됐다. 마을 광장에서 곰방대로 담배 피는 분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수많은 전통가옥 중 한 곳인 계지당继志堂으로 안내해준다. 목조 문양이 아름다운 휘주마을은 코나 얼굴을 베어간 흔적이 많다. 아쉽긴 해도 새로 만들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나름의 보는 재미가 있다. 마을을 나와 약 15분 이동하면 용천탑龙天塔과 만난다. 명나라 만력제 때 세원진 6각 7층 전탑砖塔으로 높이가 37m에 이른다.
휘주문화 답사는 안휘성을 거쳐 강서성 방향으로 넘어간다. 황산 훙춘에서 휴녕休宁의 판교향板桥乡을 거쳐 강서성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지방도로를 달리다가 도로 변에 잠시 멈춘다. 손마디 굵은 아저씨와 잠시 유익한 시간을 가진다. 다시 길을 달려 그 옛날 오나라와 초나라의 경계 부근 휴녕과 무원을 잇는 휴무고도休婺古道를 지난다. 18번 돌고돈다는 18절十八折을 오르는데 꽤 힘들다. 그런데 가끔 쉬면서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면서 오르면 30여분이면 오른다. 가끔 이렇게 땀을 흘릴 필요가 있다.
천천히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가자 아마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동감할만한 작은 연못 월소(月沼, 위에자오)가 보인다. 연못을 빙 둘러 역사의 빛깔로 연하게 퇴색된 고풍스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곳 역시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와호장룡의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장쯔이가 호수 위 물살을 밟으며 사뿐히 날아오르고 뒤이어 저우룬파가 뒤따르는 장면. 둘은 이 연못을 벗어나 대나무 숲에서의 멋진 칼 싸움을 벌인다. 이 연못은 명나라 영락제 시대에 주민들의 요청으로 한 지리학자가 오랫동안 탐사한 끝에 마을 한가운데 있는 샘을 넓혀서 만들었다.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연못에 모였다가 수로를 따라 마을을 돌아 나가도록 한 구조다. 완벽한 수리 계산을 한 것도 그렇지만 골고루 물을 나눠 쓰는 공동체 마..
드디어 안휘고촌락 훙촌宏村이다. 휘주문화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난후(南湖)가 나온다. 맑고 잔잔한 호수를 따라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정겹다. 호수에 비친 건물들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니 학생들이 캔버스를 놓고 연필로 열심히 데생을 하고 있다. 호수 위에 멋진 아치형 다리가 나타났다. 리안李安 감독의 첫 장면에 스틸 컷처럼 나오는 촬영지다. 다리를 보는 순간 도저히 쉽게 연출할 수 없는 멋진 모습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봉긋한 돌다리와 수련이 어우러지고 있으며 천 년의 역사를 담은 집들과 먼산 구름과 하늘까지 차례로 드러나는 환상적인 장면. 잠시 숨을 멈추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왕(汪)씨 집성촌이다. 서원을 둘러보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전체가 소 우(牛)자형으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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