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성 우위엔婺源에 있는 휘주마을 왕커우汪口에는 유씨종사俞氏宗祠가 있다. 강이 넓고 강물이 많다고 해서 붙은 마을 이름이다. 12세기 초 처음 마을이 형성됐고 청나라 때 정3품 벼슬의 조의대부朝议大夫를 역임한 유응륜俞应纶이 고향으로 돌아와 종사를 세웠다. 유씨 집성촌으로 유씨종사가 마을 끝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서 진사에 급제한 사람이 14명, 7품 이상 관원이 73명이나 배출한 유서 깊은 '양반' 마을이다. 강을 따라 조성된 마을로 600m의 긴 골목을 지난다. 비가 계속 내려 몸은 축축했는데도 기분이 좋다. 줄기차게 내리는 빗물이 목조건물인 종사를 푹 적시고 있다. 세밀하고 아름다운 조각, 기품이 있는 편액이 비 속에 더욱 빛나는 왕커우 유씨종사다.
휘주마을 옌촌延村은 한산한 편이다. 12세기 초 남송 시대부터 마을이 형성됐으니 8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동네다. 윗 동네인 쓰시촌思溪村과 가깝지만 느낌은 다소 달랐다. 담백하고 청순한 느낌이랄까. 원래는 작은 하천이 인접했기에 옌촨延川이라 불렸는데 점점 사람들이 편하게 옌촌이라 불렀다. 청나라 시대 상인이던 가옥이 56채가 남아 있어서 '청대상택군清代商宅群'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담벼락이 오래돼 검은 빛이 감돌지만 담백한 느낌이 살아있어서 기분이 좋다. 정리정돈 되지 않은 마을, 풀과 어울리는 가옥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옌촌이다.
휘주문화의 아름다운 마을 쓰시촌思溪村과 옌촌延村은 입장권을 함께 판매한다. 쓰커우진思口镇에 있는 두 마을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우선 쓰시촌으로 들어서면 작은 하천 위 다리를 따라 마을로 들어선다. 다리 위에서 주민들이 광장처럼 모여있다. 좁은 골목과 회색 벽이 어울린 마을이다. 마침 장례식이 열리는 집에서 꼬마가 열심히 무언가를 도장 찍고 있다. 할아버지와 장난을 하는 아이도 있다. 꼬마는 소지전烧纸錢을 찍어내고 있다. 이승으로 가는 길에 노자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휘주문화답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마을 리컹理坑의 아침이 밝았다. 3층 옥상에서 묵은 객잔에서 내려단 본 마을은 상쾌하기 그지 없다. 산 허리를 휘감는 운무가 조용히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다. 회색 담벼락과 검은 기와로 조성된 가옥은 아침에 더욱 찬란해보인다. 새벽에 비가 많이 내리더니 아침까지 여전히 남은 잔비를 뿌린다. 하천도 점점 소란스러워진다. 골목에도 조금씩 사람들이 왕래하지만 여전히 마을은 한적하다. 정말 떠나기 싫은 아침이다. 며칠 묵으며 그저 한없이 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시간이다. 꼭 다시 가고 싶은데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휘주답사 문화여행의 일정에 넣고 싶긴 하지만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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