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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후산(龙虎山)  낚시대회를 마치고, 도교 사원 티엔스푸(天师府)를 본 후 다시 중국의 험난한 국도를 헤집고 돌아가야 한다. 안후이(安徽) 성 우후(芜湖)에서 318번, 206번 국도를 따라 롱후산에 갈 때와 달리 이번에는 황산(黄山) 시를 거쳐 가는 길을 택했다. 거리는 좀 멀지만, 도로 사정은 좀 좋으리라 기대한 때문.

롱후산이 있는 잉탄(鹰潭)은 쟝씨(江西)의 동북에 위치한다. 잉탄을 벗어나려는 데 엄청난 녀석들이 지나고 있다. 트럭에 자기 몸 설 공간을 겨우 비집고 돼지들이 지난다. 수십마리를 될 듯. 정말 트럭은 강하다.

잉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저쟝(浙江) 서북 도시 창산(常山)에서 205번 국도와 만났다. 우리는 바로 205번 국도로 돌아가야 하니 제대로 잘 찾은 것이다. 국도를 접어드니 카이화(开化) 씨엔스(县市)를 거치게 되나보다.

중국은 보통 성마다 셩후이(省会)가 제일 큰 도시, 그리고는 대부분 일반적으로 시라고 부르는 도시들이다. 그 도시는 아마 우리 개념으로 보면 하나의 군 단위가 될 듯 싶다. 그리고 그 시 소속으로 작은 현시들이 많다. 그러니 보통 시보다는 좀 작은도시라고 보면 된다. 카이화는 취저우(衢州) 시 소속 현이다.

카이화에 있는 국도 게이트다. 가는 도시마다 꼭 10위엔씩 요금을 내야 한다. 저쟝 성의 셩후이(省会)는 항저우(杭州)다. 참 이번에 안 것인데, 각 성의 중심도시를 셩두(省都)라 하지 않고 셩후이라 한다. 항저우는 2002년도 가을에 상하이(上海)를 거쳐 간 적이 있다. 물론 비즈니스로 갔는데, 시간을 내서 씨후(西湖)의 멋진 노을과 찬란하게 퇴색된 고풍을 본 적이 있다. 서호가 있는 곳 저쟝을 지난다 생각하니 그때 생각이 났다.

도로표지판에 카이화의 상수원이라는 치엔쟝(钱江)이 보인다. '돈 강'이라니 예전에 금이라도 나왔더란 말인가. 지도에 보면 저 강을 따라 국도가 이어져 있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드라이브가 될 듯하다.

저쟝은 다른 성에 비해 잘 사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서쪽 끝 도시인 카이화에 들어서는데 이전 도시들과는 좀 다르게 세련된 느낌이 든다. 강이 시를 가로지르고 있고 멀리 산도 있다. 역시 도시는 강과 산이 있어야 한다.

날씨도 좋았지만 가지런한 집들을 보니 여기가 도대체 중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강을 끼고 별장 촌이 형성된 것이다. 산뜻한 도시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안이건만 구름과 파란하늘, 강과 집, 산들이 한번에 잡혔다. 하늘과 강을 배경으로 모나지 않게 자리잡은 집들이 카이화를 늘 기억나게 하리라. 그리고, 취저우 시 카이화 현에서 서쪽으로 30분 거리에, 사실은 안후이 성에 속한 우위엔(婺源) 곳이 있다.

알려진 바로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촌(中国最美的农村)이라 하니 기회되면 꼭 가보리라. 자료에 따르면 우위엔에는 산(山), 물(水), 대나무(竹), 돌(石), 숲(树), 나무(木), 다리(桥), 정자(亭), 골짜기(涧), 여울(滩), 바위굴(岩洞), 폭포(飞瀑), 나룻터(舟渡), 고가촌(古民居) 등이 어우러지고 조화를 이뤘다 하니, 정말 가관일 듯하다.

시를 벗어나 시골 풍경이 나오는 가 싶더니 갑자기 사원이 나타나서 놀랐다. 부지런히 카메라를 열고 찍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사실은 한 2초 정도 빨리 눌렀어야 했다. 날씨가 좋으니 운전대 잡은 이도 신나나 보다.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같은 농촌이어도 격이 다르다. 안후이 남단의 깡 산골과 쟝씨의 보통 농촌을 보다가 세련된 저쟝의 시골집을 보니 불과 1시간 거리를 두고 이렇게 다를 수 있는 지 상상이 잘 안된다. 카이화를 지나면 다시 안후이의 황산이 나오는데 그곳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문제는 안후이로 들어가자마자 높은 산들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쑤이따오(隧道, 터널)가 나오는 걸 보니 산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벽돌로 입구를 쌓고 흐릿한 검붉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쓰인 터널을 수없이 지났다. 그만큼 안후이로 들어가는 길목은 바로 산 그 자체다.

터널을 하나 지나면 또 조그만 시골마을이 나온다. 말이 시골이지 유럽이다 유럽.

산골 아니랄까봐 나무를 가득 싣고 가는 트럭이다. 전기톱으로 벤 티가 잔뜩 난다.

웬만한 작은 동산은 아예 반으로 두동강 냈다.

저멀리 산에 밝은 회색빛이 도는 암석은 무연탄인 듯 싶다. 지층대가 복합구조인가 보다. 중국에는 이렇게 드러난 자원이 많다. 여행 중에 산을 마구 판 흔적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고 했는데, 그래서 늘 나무가 없는 산이 나오면 바라보곤 하다가 이렇게 색다른 흔적을 보니 또 다른 기분이다.

예전 2002년도 초봄에 하얼빈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따칭(大庆)이란 곳을 갔더니 그곳은 땅만 파면 석유가 나오는 부자동네였다. 참 부러웠는데 그때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난 강원도 태백산 바로 밑자락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광업소에서 근무하셔서 연탄하면 감회가 남다르다. 대학1학년때에는 마침 장성탄광사태가 발생해, 대학신문에 칼럼을 기고해 선배들이 요주의(?) 인물로 보기도 했다. 하여간, 산자락에서 사람을 화들짝 놀라게 하니 생각이 많아졌다.

뒤에 앉은 일행 한명이 '저기 보세요 멋지네요' 해서 잠시 졸다 눈 떠보니 하늘을 헤치고 긴 굴뚝에서 연기가 펴오르고 있다. 좀 멀리서 봤을 때는 정말 괜찮은 풍광이었는데 가깝게 다가가니 그저 높긴 꽤 높다는 느낌일 뿐.

논자락에서 활활 불을 지폈다. 붉은 불이 가을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연기도 분연히 일어나 멀리 날아가 버리고 ...우리나라를 돌아다닐 때도 이런 모습에는 참 마음이 푸근해지는데 여기도 그렇다. 불이 따뜻하다는 정서는 불의 발명, 아니 불을 자연으로부터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고유의 감성이리라.

아~ 불은, 중국 신화에서의 불은 푸씨(伏羲)가 발명했다고 전한다. 빠구아(八卦,팔괘)를 고안했다고 전해지는 그는 중국의 삼황오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한 후 전국시대의 왕에 비해 더 존귀함을 드러내기 위해 따왔다는 바로 그 삼황오제(三皇五帝). 처음 불을 사용한 게 백만년 전이라 하니 참 시간이란 덧없음이다.

중국 전역이 공사중. 정말 가는 곳마다 그렇다. 작은 산 하나를 다 헤집으려나 보다. 설마 저 철탑이야 건딜지 않겠지.

길 옆에 간판, 시아산구미공(霞山古迷宫)이 보인다. 옛 당나라 시대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산속 깊이 도피해 살았던 마을이라 한다. 전쟁을 피한 곳이니 옛 모습 그대로 잘 간직되었으리라. 이런 좋은 구경을 다 놓치고 아쉽지만 안후이 성을 향해 질주.

정말 하늘 파랗다. 저 푸른 하늘만 보고 지났으면 좋겠다.

길을 넓히는 것인지 건설 자재로 쓰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로공사가 아닌 걸로 봐서 쩝~.

벌써 2시간 이상을 달려왔다. 길 가에 오두막이라기엔 좀 작은 집이 하나 나타났다. 집은 아니고 양봉하는 곳이다. 그래서, 쉴 겸해서 차를 세웠다.

저 뒤에 벌통이 잔뜩 보인다. 꿀벌들이 윙윙 날아다니고 있었다.

집 앞에 장작을 피우고 물을 끓이고 있다. 장작 연기때문인지 벌들이 접근을 거의 안하고 있다. 계속 달리기만 해서 농촌이나 산골의 정서를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는 지라 이리 저리 둘러봤다.

이렇게 통에 넣어서 팔고 있다. 한통에 무려 100위엔이나 달란다. 켁~ 너무하다. 50위엔이면 사겠구만. 하여간 이 오두막에서 양봉을 하면서 부부가 살고 있단다.

참 수더분하게 생겼다. 나중에 나올 때쯤 80위엔에 주겠다고 할때까지 100위엔을 고수하던 주인 아저씨다. 아주머니는 카메라가 무서운 지 피하고...

이 오두막을 지나 조금 후 저쟝과 안후이 접경지역, 돈강인 치엔쟝 상수원 언저리에 작은 시골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골식당인데 정말 입맛에 꼭 드는 맛갈 나는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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