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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못 먹고 거리에서 산 군밤으로 배를 속이고 여기까지 왔는데, 마침 식당 하나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국도 변 산골, 게다가 지나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 이곳에 식당이라니. 아마도 '돈강' 치엔쟝(钱江) 낚시하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식당 입구에 이핀(一品)이라 쓰여있다. 일품이란 정일품, 종일품 이렇게 쓰기도 했으니 아마도 어떤 분야에서 제일 으뜸가는 것을 말할 듯하다. 거기다 아마 수왕썅(爽香)이라 쓴 거 같은데, 이말은 '죽이는 냄새'라고 보면 되니 '냄새와 맛이 죽이는 요리'가 있다는 뜻일 게다.

우리가 들어서자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집 주인이다. 혼자 먹고 있는 음식들이 완전 토속 그 자체여서 놀랐다. 과연 맛은 어떨까.

우리 일행 중 한명이 맛을 보더니 '야 정말 맛 죽인다' 하더니 혼자서 밥을 시키더니 먹는다. 진짜 같이 먹다 죽어도 모를 맛인지 원. 우리도 몇가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요리가 길어질 듯해 뒷마당으로 가봤다. 참 시골 식당답다.

연탄불이다. 불에 그슬려 선명한 벽 흠집이다.

왼편 주방이 있어, 창문으로 살짝 들여다 봤다. 전형적인 중국 식당 모습 그대로다. 아궁이 위에 엄청 큰 솥단지가 들어가 있다.

마당에는 채소를 다듬을 수 있도록 갖춰 있다. 깨끗하게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 그 옆에 아장거리는 촌닭. 떨어진 먹거리를 찾아 쪼고 있다.

주방 옆 창고인지 방인지 분간이 안되는 곳에 라지아오(辣椒, 고추)와 쑤안(蒜, 마늘)이 수북 쌓여있다. 마늘은 우리와 비슷한데 고추는 영 우리보다 크다.

마당 뒤켠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그곳엔 치엔쟝에서 잡아온 물고기들이 있다고 한다. 저기 물고기 중 하나를 우리는 요리로 주문한 셈이다. 오른편으로 사람이 걸어오르고 있더니 연못에 비쳤다.

마당의 닭. 계속 졸졸 따라 다닌다. 사람과 친숙한 닭, 정말 그렇다. 백숙을 아주 좋아하는데, 안됐지만 닭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먹던 그 맛갈스럽고 친숙한 닭 백숙 생각이 간절했다.

너 자꾸 이러면 위험해!

저기 뒤쪽에 손님 한팀이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이런 한적한 곳으로 밥 먹으러 오고 또 마쟝(麻将, 마작)이나 푸커(扑克, 트럼프)를 하기도 하는 가 보다.

어느새 물고기를 잡아서 내장을 버렸다. 물가에서 씻고 있는 중. 이거 보고 요리를 먹으란 거지 지금. 음 좀 걱정이다.

다 씻어서 주방으로 가져갔나 보다.

한쪽 켠에는 장작이 또 수북이다. 산골마을에서 사용하는 여러 도구들도 같이 진열돼 있다.

요리하는 게 궁금해졌다. 주방으로 들어가니 살갖이 마치 횟감처럼 보이는 물고기가 대기 중이다. 앗~ 내장만 빼고 나서 주방에서 토막낸 게 아닌가. 그러면 아직 청결상태까지 안 간 상태란 거네. 토막 내는 칼이 살벌하다. 도마도 몇 백년 지나도 쓸 정도로 단단해 보인다.

물을 끓이더니 이것저것 양념들을 먼저 넣고 있다.

주방장 느긋한 솜씨로 여유를 부린다. 배고픈데 ...

옆에는 야채들이 늘 대기 중이다. 녹색이고 백색이고 영양가 모르겠으니 빨리 먹었으면 좋겠다. 도마 위에 썰어져 있는 게 이곳 산에서 나는 나물이라고 한다.

요리 중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문한 게 먼저가 아닌가 보다. 이곳 식당의 주 메뉴는 물고기 요리라고 한다. 밖에서 먼저 와서 놀고 있던 팀들을 위한 요리.

재빨리 그릇에 담는다. 토속적 분위기는 냄비에서부터 드러난다. 우리가 시킨 건 얼큰한 쪽이었는데, 이게 더 맛있어 보이는 듯. 주인이 먹던 거와 같은 걸 주문했으니 이 백숙 분위기가 나는 건 눈요기로만 끝인가보다. 쩝쩝~~

여전히 대기 중이다. 볼수록 회로 먹어도 기가 막힐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싱싱한 물고기를 솥에 넣고 푹푹 찐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주방 구경도 했고 더 기다려야 한다니, 밖에서 기다릴 밖에...

드디어 음식이 나왔고 밥 그릇에 빨간 중국고추를 담았다. 정말 맛있다. 물고기를 먼저 익힌 후 양념된 국물을 붓고 양념이 배어난 다음 다시 기름에 볶는 요리를 위샤오(鱼烧)라 한다. 치엔쟝(钱江)에서 잡은 물고기 위샤오 요리도 별미다. 물고기 요리~ 나오자마자 먹어서 클로즈업 사진도 없다. 주인이 먹던 것과 같은 것인데 보기엔 좀 그래도 양념도 알맞고 고기 맛도 일품이어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우리 고추처럼 뱁지는 않지만 향도 나쁘지 않고 고추가 푹 삼아져서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달콤하기까지 했다. 물고기요리를 주로 먹어서 옆에 가시가 잔뜩이다. 호박조림도 떨어지고, 정말 정신 없이 먹어서일 게다. 

중국에서 고추 요리를 처음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 다시 한번. 밥도 지저분, 고추도 모양새 그저 그러나 맛은 굿! 하기야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백날 말해 뭐하랴. 불여일견이지.

이 식당 이름이 투쫑판디엔(途中饭店). 우리말로 '도중'이니 여행하는 도중에 찾는 식당이겠다. 그래서 영어로도 또렷 써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산골에 일품인 식당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맛이 예사롭지 않을 걸로 봐서, 이 주위에서 꽤 알려진 듯하다. 205번 국도에서 뜻하지 않게 맛 좋은 집, '죽이는 냄새'가 돋보인 토속적 음식을 맛 봤다.

배도 채웠고 다시 떠나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을 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저쟝(浙江) 땅을 벗어나 안후이(安徽)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