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명의 중국대장정(05) – 예라산 고개와 란우호, 미퇴빙천 산과 산 사이의 좁은 골, 산을 넘어가는 고개를 야커우(垭口)라 한다. 해발 4,658m의 예라산(业拉山) 고개에는 다르초가 무수히 휘날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티베트 글자는 까막눈일 텐데 왠지 낯설지 않다. 순결한 영혼을 담은 암호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고원 초원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해발을 점점 낮출 것 같은 세찬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영원히 떠나갈 것처럼 다르초에 새긴 부처의 바람은 폭풍처럼 흔들리고 있다. Mp-05-01 예라산 고개의 다르초 고개를 넘자, 펼쳐놓은 시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구름 사이로 드러난 새파란 하늘로 햇살이 비친 산에는 이리저리 금을 그은 듯 길이 나부끼고 있다. 가로와 세로로 오가며 오르내리..
우리는 소수민족인 이족 말로 '금과 은이 많은 땅'이라는 단산촌을 찾았습니다. 명나라 초기 중원에서 온 장복이란 상인이 주거하면서 조성된 마을입니다. 이족과 한족 건축문화가 결합된 고즈넉한 마을입니다. 장군부와 장가화원 그리고 류원, 장씨사당, 황은부 등 고풍스럽고 독특한 문화를 맛봅니다. 석회암으로 길을 내고 꽃과 새, 다양한 고사로 목조를 이룬 건축이 정말 아름답네요. 모두들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과 감동입니다. 장가화원에서는 정말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환호성이 연발입니다. 정말 최고의 장면은 황은부의 화사하고 화려한 건축예술을 접한 겁니다. 황제의 성은으로 칭찬을 받은 집이기도 합니다.
고대구로병원 의사 간호사 등 병원장님도 참여한 직원 대상 교양강좌로 "중국 상인과 상방"을 주제로 강의하고 갑니다. 점점 중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좋은 징조입니다. 사실 "중국 상인과 상방"은 제가 2008년 10월 SERI 중국정보포럼을 통해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주제여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작년에도 여수 인문학까페 트립티에서도 시민강좌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했지만 100여명이 모인 대강당에서 중국 상인 정신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아주 흐뭇했습니다. 고대구로병원은 주변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환자로 자주 내원하기 때문에 특별히 중국인에 대해 배울 기회를 만들었다고 강의 섭외 취지를 전해 왔습니다.
최종명의 중국대장정(04) – 둥다라산과 란창강대협곡, 쥐에바산과 방다대초원 길, ‘길다’라는 말? 사전으로 들어가 보니 뜻도 참 다양하다. 적어도 여행가에게는 길어서 생긴 말이라고 해도 좋다. 그 길이 긴 만큼 보고 듣고 느낄 일도 많은 것이니 말이다. 꼬불꼬불 끝없이 앞만 보고 가야 하는 차마고도는 ‘길’이다. 푸얼차가 아니라면 어찌 그 긴 노정을 생각하기나 했을까? 발효차는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니 지혜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2천 킬로미터가 넘는 아스팔트 길을 달리는데도 숨이 가쁜데 말은 어떻게 ‘생명’이자 ‘노동’을 승화시킨 것인가? 생명을 이어주려는 노동, 이것이 차마고도의 정신이다. 국도 214번 도로는 여전히 북쪽을 향해 달린다. 쾌청한 날씨라 선명한 빛깔의 하늘과 구름, 연두의 칭커(青稞..
즉석에서 삶으니 면발은 쫄깃하고 텃밭에서 딴 채소와 토종 달걀로 고명을 했다. 거칠게 양념을 한 육수조차 시원해 한 그릇 먹고 눈치 볼 겨를도 없이 또 한 그릇을 후루룩 먹는다. 2시간 오르며 흘린 땀을 다 갚고도 남지 싶다. 수공면(手工面)을 끓여준 ‘산 할아버지’의 얼굴 고랑에 담긴 연륜만 봐도 맛은 보나 마나, 선하고 환한 웃음마냥 정성스런 국수다. 땀처럼 눈물처럼 흐르는 것이 꿀맛 같은 국수인지 사람의 향기인지 뒤섞인 감동의 포만으로 행복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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