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안휘고촌락 훙촌宏村이다. 휘주문화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난후(南湖)가 나온다. 맑고 잔잔한 호수를 따라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정겹다. 호수에 비친 건물들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니 학생들이 캔버스를 놓고 연필로 열심히 데생을 하고 있다. 호수 위에 멋진 아치형 다리가 나타났다. 리안李安 감독의 첫 장면에 스틸 컷처럼 나오는 촬영지다. 다리를 보는 순간 도저히 쉽게 연출할 수 없는 멋진 모습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봉긋한 돌다리와 수련이 어우러지고 있으며 천 년의 역사를 담은 집들과 먼산 구름과 하늘까지 차례로 드러나는 환상적인 장면. 잠시 숨을 멈추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왕(汪)씨 집성촌이다. 서원을 둘러보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전체가 소 우(牛)자형으로 된..
안휘고촌락 서체西递에서 홍촌宏村 가는 길에 노촌卢村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노씨 집성촌이다. 4~5월에 오면 유채꽃이 바다를 이룰 정도로 멋지다고 식당 주인이 일어준다. 이 마을도 그림 그리는 학생이 참 많다. 꽤 큰 또랑을 따라 조성된 마을로 들어선다. 지성당志诚堂을 지키는 강아지가 반갑게 맞아준다. 목조가 현란한데 아쉽게도 얼굴 부위가 많이 훼손돼 있다. 조상의 초상화를 걸어둔 것이 이색적이고 조벽에 새긴 복(福)자가 멋지다. 새소리가 나무에 걸렸다. 한가롭고 소박한 농촌이다.
휘주문화촌 시디西递에는 호씨종사인 경애당을 중심으로 또랑이 두 개 흐른다. 종사 앞이나 뒤 또랑 모두 그림 그리는 학생이 군데군데 많다. 한적한 뒷골목 집 담벼락에 낙엽 모양의 문양이 투각돼 있는데 "사람이 죽어 땅으로 돌아가듯" 낙엽이 뿌리로 돌아간다는 '낙엽귀근'의 의미라고 동행하신 교수님이 설명해주신다. 골목을 돌아나오는 곳에 수루绣楼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 좀 높은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보통 젊은 처자가 자수를 하는 곳이며 '미인이 기대어 앉는 곳'이란 뜻으로 메이런카오美人靠라는 공간도 있다. 마을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여전히 아쉽다. 마을에서 하루이틀 묵으며 푹 빠져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룽촨촌龙川村 호씨종사胡氏宗祠는 목조예술박물관木雕艺术博物馆이자 민족예술전당民族艺术殿堂이라 불린다. 지붕을 따라 내리는 비가 인상적인다. 사당 바로 동쪽에 작은 문으로 들어서면 정가사당丁家祠堂이 자리잡고 있다. 지붕에 마치 도깨비처럼 생긴 독특한 문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씨 촌락에 정씨가 함께 사는 이유는 풍수지리 관념과 관련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 나중에 기사 등으로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룽촨촌은 이번 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도로시설이 좋아서 다녀올 수 있었다.
안휘성 지시绩溪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고향(출생지 아님)이다. 이곳 룽촨촌龙川村은 호씨 집성촌으로 호씨종사胡氏宗祠가 있고 맞은 편에는 멋진 혁세상서방奕世尚书坊이 자리잡고 있다. 종이 공장도 예전에 있었나보다. 이 지역은 우리 한지처럼 유명한 종이가 생산된다. 명나라 병부시랑을 역임한 호종헌胡宗宪의 저택을 지나 종사가 지닌 위엄을 느껴본다. 향현사乡贤祠에는 고향을 빛낸 역대 성현을 봉공하고 있기도 하다. 후진타오는 주석 임기를 모두 마친 2013년 9월 부인과 함께 고향의 호씨종사를 방문한다. 방문 당시 재미난 이야기가 좀 있다. 이건 나중에 다시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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