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싱 루쉰 고향에서 나와, 루쉰루와 만나 다시 서쪽으로 약간 걸어가면 창챠오즈제(仓桥直街)가 나온다. 이곳은 2003년 유네스코(联合国教科文组织)가 시상한 아시아 지역 ‘문화유산보호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강남의 정서, 물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거리 이름답게 남북으로 약 1킬로미터 정도 좁은 직선 길이다. 좌우로 2층 구조의 집 1층은 대부분 골동품이나 특산품을 파는 가게들이다. 홍등이 걸려 있고 상호가 적힌 깃발들이 날리고 있다. 이색적인 분위기의 거리를 알록달록한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다닌다. 한산한 거리이다. 이 거리에서 왼편으로 좁은 골목으로 접어드니 하천이 흐르고 있다. 이 하천은 샤오싱의 진후(鉴湖)의 물이 흘러 디귿 자로 흐른다. 대쪽을 엮고 흑색을 칠한 덮..
루쉰 고향마을을 벗어나 남쪽으로 걷다가 다시 서쪽으로 조금 가면 20세기 초 여성혁명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츄진(秋瑾, 1875-1907)의 고거(故居)가 나온다. 그녀는 구슬 같은 벼슬이라는 뜻의 옥경(璿卿)이라는 자(字)보다 또 다른 자인 싸우는 영웅인 경웅(竞雄)처럼 짧고 강렬하게 살다간 사람이다. 활발한 혁명봉기를 주도하다가 체포돼 32세의 나이로 요절한. 그녀의 일생은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쑨원(孙文)과 그의 부인 송칭링(宋床龄)은 그녀의 비문 앞에 헌화하고 조의를 표한다. 고거 입구에는 그녀의 반신상 뒤로 붉은 색 배경에 쑨원이 쓴 '건괵영웅(巾帼英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앞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여성 열사의 자태답다고 느껴진다.
중국 샤오싱(绍兴)은 민족주의자이며 문학가인 루쉰의 고향. 그의 고거가 있는 고향 마을은 잘 꾸며진 문화거리이다. 채 1킬로미터 거리에는 볼거리, 먹거리가 참 많다. 공예품도 예쁘고, 먹거리도 즐겨보면 좋다. 샤오싱 특산 황주 외에도 황제가 먹던 간식으로 마치 수염처럼 가늘다 해서 룽쉬탕(龙须糖)이라는 엿 과자도 있다. 마치 백발처럼 생겨서 민간에서는 인쓰탕(银丝糖)이라고도 한다. 거리마다 이 룽쉬탕을 파는 가게마다 무료 시식을 하기도 하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 그래서 1봉지 10위엔 주고 샀다. 공예품 가게 하나가 눈에 반짝거렸는데, 유리 수정으로 만든 노리개, 장식품이 빛나고 있다. 참 보석 같은 거리다.
중국발품취재 영상 - 항저우 편 (2) : 백사전의 전설 '단교잔설' 항저우 십경은 남송 시대 정한 것으로 구(旧)십경이라 하고 최근 무수히 다양한 컨셉트로 정한 것들은 모두 신(新)십경이라 칭한다. 십경은 봄여름가을겨울이 다 있고, 낮과 밤 사이가 다 있으니 어찌 다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시후에서 적어도 10개의 감동이야 없을까 싶었다. 시후는 하나의 동그란 원과 같다.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니 돤챠오(断桥) 위를 사람들이 넘어가고 있다. 십경 중 ‘단교잔설(断桥残雪)’로 알려진 곳이다. ‘청호(晴湖)는 우호(雨湖)만 못하고,우호는 월호(月湖)만 못하고,월호는 설호(雪湖)만 못하다’고 했다. 이 구름다리에 덜 녹은 눈이 쌓인 모습에 감탄한 것이다. 아쉽게 지금은 겨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구름..
중국발품취재 영상 - 항저우 편 (1) : 노 젓는 항저우 서호 호수! 수많은 호수 중에서 서쪽에 있는 호수, 시후(西湖)는 중국에 꽤 알려진 곳만 해도 어림잡더라도 5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그 중 누구라도 항저우를 '서호'의 대명사로 꼽는다. 시내 남쪽에 동쪽 바다로 흘러가는 치엔탕장(钱塘江) 하류 부근에 있다고 해서 치엔탕후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기억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틀 동안 서호 부근을 샅샅이 뒤졌다. 아쉽게 호수 부근만 움직이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아래 지도에 화살표 한 곳이 이번 영상 부분이다. 중국 4대 미인 중 시즈(西子), 즉 서시(西施)를 비유하면서 그녀의 은은한 화장과 짙은 화장 모두가 어울리는(淡妆浓床总相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읊은 북송의 시인 동파거사(东坡居士) ..
샤오싱(绍兴) 창챠오즈제(仓桥直街) 하천 몇 군데에는 돌로 만들어진 구름다리가 보인다. 보석다리, 광명다리 등 이름이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 올라갔다가 내려간다고 해서 구름다리라 했겠지만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배들에게는 반달다리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하천에 비친 다리는 보름달처럼 둥글기도 하니 말이다. 다리 옆에는 '옌위(雁雨)'라는 이름의 찻집(茶艺馆)이 있는데 기러기와 비, 정말 낭만적인 조합이 아닌가. 2층 누각에서 차를 마셔도 좋고, 밤에는 악기소리 들으며 샤오싱 와인, 황주 한 잔 마시면 시름 걱정 다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하천 이름은 진후(鉴湖). 물이 디귿 자로 흐른다. 대쪽을 엮고 흑색을 칠한 덮개를 배에 장착한 독특한 형태의 배인 우펑선(乌篷船)이 떠다닌다. 물이 많은 샤오싱의 교..
루쉰은 필명인데 원래 이름은 저우장셔우(周樟寿)이고 나중에 다시 저우슈런(周树人)으로 개명했다. 5·4운동 이후 작품활동을 하면서부터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루쉰이 살던 집도 있지만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도 있다. 그의 스승 집도 있다. 담장 앞에 물이 담긴 조그만 종지 안에 붓 하나가 꽂혀 있다. 옆에는 반질반질한 돌로 된 바위가 있는데 바로 여기에 물을 묻혀 붓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하는 곳. 붓을 들어 이름을 한자로 써봤는데 부드럽게 잘 써진다. 비가 내려서인지 표시가 남지는 않았다. 서옥 안에도 종지와 붓이 놓여 있다. 넓고 평평한 마당벽돌(地坪砖)이 자리잡고 있다. 수경오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 장치를 이용해 글 쓰는 서법을 익히도록 훈련시켰다고 한다. 에서 '문을 나서 동쪽으로 반리(半..
중국 샤오싱에 있는 루쉰고거 뒷편에는 '붓으로 그린 풍경'이란 뜻의 비샤펑징위엔(笔下风情园)이 있고 이 지방 결혼 풍속을 보여주는 작은 공간이 있다. 중국에서 옛부터 내려오던 3대 술 중 하나인 황주에는 '딸의 혼인'과 관련된 재미난 유래가 있다. 옆에 붙은 건물로 들어서니 항아리에 뉘얼저우(女儿酒)이라 적혀있다. 뉘얼=딸 바로 항아리에 꽃이나 예쁜 그림을 새긴다고 해 화댜오저우(花雕酒)라고도 부르는 샤오싱의 유명한 황주(黄酒)를 말한다. 항아리마다 꽃을 새겨 조각했는데 이것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동영상을 보고 글을 읽어보자! 옛날 샤오싱에 한 재봉사(裁缝师)가 있었는데 아내가 임신을 하자 아들을 낳으면 축하하려고 항아리에 술을 담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딸이 태어나자 실망해 화가 난 재봉사는 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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